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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육오늘 Aug 24. 2023

동화 속 같은 이탈리아의 작은 섬

#10_이탈리아 베네치아 2박 3일

무라노섬, 부라노섬에서의 하루

2022.11.19 - 21


전날 봐둔 숙소 근처 카페에서 조식을 먹기 위해 일찍 나섰다. 바람은 조금 세게 불었지만 따뜻한 햇빛 때문에 딱 기분 좋은 가을의 느낌이었다. 평화롭게 강아지와 산책 나온 사람들을 보며 같이 공원을 걸으니 마치 이곳 주민이 된 것 같은 기분이들었다.

이 동네에는 사람이 없나? 싶을 정도로 길에는 사람들을 없엏는데 카페 안은 신기하게도 커피를 마시기 위해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캐리어를 든 여행객과 신속하게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 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기분 좋은 미소로 맞이해 주는 직원분이 추천해 주신 커피와 샌드위치를 간단히 먹고 본섬으로 가기 위해 부지런히 나섰다.


 

아침부터 조금 서두른 이유는 무라노섬과 부라노 섬을 가기 위해서였다. 본섬에서 15분 정도 들어가면 무라노가 나오고 거기서 40분 정도 들어가면 부라노섬이 나온다. 수상 버스를 타고 무라노 섬까지 가는 길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였다.

나는 무라노섬을 간 뒤 부라노섬으로 갔는데 도착했을 때만 해도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아 둘러보기 좋았다. 그러다 10시가 넘으니 점점 사람이 많아지면서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보통 부라노섬이 유명하기 때문에 무라노섬은 시간이 없으면 생략해도 좋다는 후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큰 기대 없이 갔던 곳이었지만 본섬과 부라노섬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가진 곳이라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무라노 섬은 유리공예가 유명해서 그런지 공예 상점이 굉장히 많았고 액세서리부터 인테리어 소품까지 다양했다. 사람 심리가 필요 없어도 유명하다 하면 괜히 사고 싶어 지듯 나도 우리 집 강아지를 닮은 스탠다드 푸들을 사고 싶어 이곳저곳 찾아봤지만 찾지 못해 구경만 하다 나왔다.  



부라노섬을 가는 수상버스를 타려고 정류장 쪽으로 갔더니 정류장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대기 줄이 너무 길었다. 줄 서서 기다리는 거 기피하는 스타일인데 이번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보트로 호객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새치기하려고 시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가장 지루한 시간이었지만 음악 들으며 바다구경, 사람 구경하다 보니 한 시간 반이 흘렀다. 한 시간 반 만에 겨우 수상버스를 타고 아이유가 뮤직비디오를 찍었다는 동화 같은 부라노섬에 도착했다.



입구부터 이곳이 얼마나 유명한 곳인지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유럽여행 중에 한국인을 보기 힘들었는데 부라노섬에 가니 한국사람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파란 하늘과 대조되는 알록달록한 컬러의 건물들이 마치 세트장 같았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나쁜 생각, 스트레스 없이 다들 긍정적이고 행복하기만 할 것 같아 보이는 행복의 마을 같아보였다.


모두들 지금의 순간을 담기 위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사진 촬영하느라 바빠 보였다.



동네 한 바퀴를 돌다 바다가 싹 보이는 산책로에 앉았다. 건물이 많은 쪽에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는데 조금만 외곽으로 갔더니 사람이 없었다. 확실히 20대와 다르게 점점 자연과 한적한 곳이 좋아진다. 사람 없이 조용한 곳에 앉아 탁 트인 바다를 보고 있으니 이 부라노섬이 굉장히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다들 이 쪽으로는 안 오는지 이곳에서 사시는 분들만 몇몇 볼 수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벤치에 앉아 찬찬히 이곳의 풍경을 보며 벤치에 앉아있다 지나가는 사람과 눈 마주치면 살짝 눈인사해주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두 노부부가 천천히 산책하며 걷는 모습이 예뻐 보여 뒷모습을 찍었다.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로를 걷는 모습을 보면서 저런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서로 일상을 나누며 내가 그의 의지가 되고 그는 나에게 의미가 되어주는 그런 인생. 과연 나는 그렇게 내 인생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벗어나 있던 현실에 잠깐 다녀와 지금의 여행세계로 다시 돌아왔다.



배 시간만 아니라면 한두 시간 더 공원에 있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슬슬 해도 지고 가야 할 것 같아 일어섰다. 새삼 식당에서 밥 먹지 말고 샌드위치 사서 공원에서 먹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게 아쉬운 건지 기회가 되면 이곳에서 1 박해도 좋겠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좋았다.

본섬까지 가는 수상버스 줄이 또 길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4시가 넘어서 그런 건지 사람이 별로 없어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탈 수 있었다.


저녁이 되니 강바람 때문에 굉장히 추워졌다. 낮동안 벗고 있었던 코트와 머플러를 꽁꽁 메어 싸고 본섬 골목골목을 걸어 다녔다.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니 아쉬워서 갔던 곳도 또 가고 쇼핑도 하고 사진 한장이라도 더 찍으려고 했다.

베니스 본섬에 있는 SUSO라고 굉장히 유명한 젤라토 가게를 추천받았었는데 사실 너무 추워서 먹을지 말지 굉장히 고민하다 싱글 아보카도 젤라토를 샀다. 맛마다 다를수 있는데 안먹었으면 후회했을것 같을 정도로 피렌체, 로마에서 먹어본 젤라토 중에 가장 쫀득하고 맛있었다.



곤돌라를 못 탄 게 조금 아쉬웠는데 수상버스 앞머리 야외 좌석에 앉아 운하를 따라 보이는 베네치아의 야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이 야경을 보지 못하고 갔었다면 후회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베네치아의 밤은 낮과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역사를 담은 건물과 물 위에 비치는 불빛이 금가루를 뿌려 놓은 것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곳이 왜 이리 많은 건지.. 이런 그림 같은 풍경을 혼자 보고 있으니 못내 가족과 친구들에게 미안해진다.


나에게 베니스는 피렌체를 가기 위해 큰 기대 없이 잠시 들리는 거점으로 선택한 곳이었다. 생각지 못한 곳에서 힐링을 하고 내 취향의 장소를 찾고 베니스의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알차게 이틀을 보낼 수 있었다.

다음은 내가 가장 기대했던 곳. 피렌체이다. 유럽 여행의 막바지가 다가온다고 생각하니 벌써 끝난 것처럼 마음이 몽글몽글 해진다. 제발.. 지금 여행하는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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