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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진 Mar 14. 2024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좋아해도 될까?

누군가 어떤 영화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밀양>이나 <올드보이>, 그리고 <이터널 선샤인> 같은 ‘명작’들을 나열하지만, 사실 가장 즐겨 본 것은 아무래도 로맨틱 코미디이지 싶다.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나 <러브 액츄얼리> 같은 것은 물론, 왓챠 평점 2점대(왓챠는 5점이 만점이다) 작품 까지. 어떤 것이든 로코이기만 하다면 무조건 챙겨보는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로코를 본 건 연애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오늘보다 내일이, 그리고 내일보다는 모레가 훨씬 더 ‘구릴’ 거라는 확신이 있던 시기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맨틱 코미디 속의 등장인물들은 서로 오해하고 티격태격하면서 위기에 봉착하지만, 어떤 작품에서든 결말에 이르면 문제는 풀리고 모두가 행복한 얼굴로 웃는다. 이 표정으로 이어지는 한, 2시간 동안 펼쳐지는 뻔한 스토리와 허술한 대본, 어색한 연기는 모두 선물과도 같았다.


곰 브리치는 책 <서양미술사> 서론에서 이야기한다. 어떤 그림을 좋아하는 데에 잘못된 이유란 없고, 그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가 보고 있는 그림을 즐기게 해 준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라고. 영화도, 그리고 다른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예전과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설레는 마음으로 해피엔딩을 기다린다. 나는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


*월간 <환경과 조경(Landscape Architecture Korea)>에 2023년 2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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