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라고 하기에 궁금했다. 받고 싶은 선물을 산타 할아버지가 어떻게 알아내는지. 그래서 실험을 하기로 했다. 부모님이 귀띔을 해주는 것 같으니, 갖고 싶은 것을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엄마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무엇을 받고 싶은 지 자꾸 물었다. 걱정스러운 얼굴을 보니, 부모님이 산타의 스파이인 것이 확실했다. 그래서 산타 할아버지는 이미 다 알고 있을 거라며, 씩 웃기만 했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 책상 위(우리 집 산타는 머리맡이 아니라 책상 위에 선물을 두고 갔다)에는 생전 처음 보는 물건이 있었다. 다이아몬드라는 보드게임이었는데 엄마는 산타가 주고 간 것이라고 했다. 이런 물건을 바란 적이 없다고 하자, 산타 할아버지가 이번에는 잘못 고르신 것 같다고, 다음엔 산타에게 미리 연락할 테니까 갖고 싶은 선물을 엄마한테만 살짝 말해달라고 했다. 역시. 부모님이 스파이일 거라는 추측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다음부터는 갖고 싶은 것을 꼭 말씀드렸고, 크리스마스 아침에는 원하던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성탄절을 서너 번 거치면서 부모님이 산타일 거란 의심이 싹텄지만 이번에는 실험을 하지 않았다. 대신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산타를 믿는 어린이가 되기로 했다. 선물을 놓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열한 살 즈음인가. 이번에는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산타에게 들켰고, 선물은 끝났다.
실험을 했던 크리스마스에 원래 받고 싶었던 선물은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렸지만, 그 해 산타가 잘못 주고 간 다이아몬드 게임은 선명하다. 책꽂이에 버리듯 꽂아 넣었더니 엄마는 선물이니까 한번 해봐야 한다고 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지만 좋지는 않았는데, 종종 친구들이 놀러 오면 꺼내어 한 판 씩 하곤 했다. 그리고 슬쩍 이야기를 꺼냈다 “너, 산타 할아버지가 누구인지 알고 있니?” 하고. 나는 아무래도 나쁜 애였던 것 같고, 산타도 이 점만큼은 알고 있었을 듯하다.
*월간 <환경과 조경(Landscape Architecture Korea)>에 2023년 12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