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도 문화: 인디안 타임을 대하는 태도
2장 생활 습관
인디안 타임을 대하는 태도
한국에 코리안 타임이 있다면 인도에는 인디안 타임이 있다. 이것은 개인적인 약속뿐 아니라 공식적인 모임에도 적용된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개인 간 약속에는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늦게 온다. 공식적인 모임은 행사 주최마다 실제 시작 시간이 다르다. 학교 행사는 보통 정시에(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학교 시간표에 맞추다보니 그런 것 같음), 정부 행사는 30분 정도 늦게 시작된다. 음악회도 홍보지에 적혀 있는 시간보다 보통 30분에서 1시간 지나야 연주가 나타난다. 필자가 한국의 방문객들을 데리고 인도 전통 음악회에 몇 번 갔는데 최소한 30분 이상을 기다리니 사회자가 나타났다. 당연히 한국인들은 기다리는 것을 참지 못한다. 특히 우기가 끝난 후 습도가 높은 시기에 선풍기만 돌아가는 실내 연주회장에서 땀을 흘릴 때 더더욱 그렇다. 필자가 잘못한 듯 미안해하며 그들에게 인도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시원한 음료나 짜이(밀크티)를 주문해서 지루함을 달래준다. 그러면 보통은 낯선 인도를 체험하느라 잘 참는다. 저녁에 야외에서 열리는 음악회 때는 괜찮다. 햇볕이 없고, 약간의 바람이 불고, 노을과 하늘과 주위 풍경을 볼 수 있고, 짜이를 들고 다니며 파는 상인들한테 짜이를 한 잔 사서 마실 수 있고,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견딜만 하다.
필자의 경우, 외국인으로서 인도에 10년 넘게 살면서 인디안 타임에 상당히 적응되었지만, 힘들 때도 있다. 가끔 인디안 타임을 생각하지 않고 정시에 도착해 “아차!”한다. 기다리기가 지루해 주위의 짜이집에 가서 짜이를 마시며 인도의 명상가들처럼 삶의 해답을 얻고자 이런저런 상념에 빠진다. 그러다가 음악회장에서 연주 소리가 들리면 “아이쿠!”하고 삶의 해답을 찾는 것을 내팽개치고 서둘러 자리를 뜨곤한다.
시간 개념도 문화의 일부이므로 외국인이 바꿀 수 없다. 관습은 필요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적응해야 할 것이다. 인도인처럼 조금 늦게 가면 불편함이 해소된다. 아니면 일찍가서 주변의 허름한 짜이집에 들어가라. 오묘한 짜이맛과 정리되지 않은 인도 거리 풍경을 보며 짜이를 음미하다보면 혹시 인도로 간 목적(삶의 해답 찾기)을 성취할 수 있지 않을까.
인디안 타임에 짜증을 내면서 불편해하거나 자리를 뜨는 일부 외국인들이 있다. 인도에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인도 사회 속에 살면서도 인도 문화의 위대한 점은 찾아보지도 않고 자기 나라의 문화가 월등하다는 듯이 늘 비교한다. 그런데 그렇게 살면 늘 피곤하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인도 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자주한다. 당연히 인도 친구들을 사귀기 어렵다. 인도인들도 자기 나라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듣기 원하지 않는다. 인도에 사는 외국인들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태도는 우월의식이 아니라 공감과 배우고자 하는 자세가 아닐까? 그렇게 하면 인도 친구도 잘 사귈 수 있고 본국의 문화 속에서 생각할 수 없었던 삶의 또 다른 부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 문화에 익숙해졌다가 본국(주로 선진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들은 역문화 충격을 받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시간 맞추기다. 본국의 시간 개념에 한 동안 적응을 못 하는 것이다. 어쩌랴. 분위기를 파악할 때까지 또 기다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