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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바다 Jul 23. 2024

요즘 인도 문화: 여성은 해가 지기 전에 귀가해야

2장 생활 습관

여성은 해가 지기 전에 귀가해야

 한국에서는 남성이나 여성이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의 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귀가한다. 밤이나 새벽에도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놀라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밤에도 안전한 치안이라고 한다. 유럽에서도 안전하다고 알려진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서도 밤에는 외출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도인들은 몇 시에 귀가할까? 보통 6시 정도에 퇴근 후 집에서 식구들과 함께 보낸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8시 정도에 문을 닫는다. 저녁 식사를 9시 정도에 하므로 그에 맞춰 집에 가는 것이다. 가게를 운영하거나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은 거의 다 남성이다.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들은 예외나 아직도 사회 생활을 하는 여성의 비율이 매우 다.


 귀가 시간과 관련해 특이한 것이 하나 있다. 인도 남성들은 자유를 누리지만 여성들은 밤 늦게 싸돌아 다니지 않는다. 미혼이든 기혼이든 여성의 경우 해가 지기 전에 귀가해야 품행이 단정하다는 말을 듣는다. 도시에서 부모와 함께 살며 직장 생활을 하는 미혼 여성은 8시 이전에 집에 돌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네에 안 좋은 소문이 날 수 있다. 미혼이든 기혼이든 여성이 가족과 함께 밤에 외출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필자가 미혼 때 바라나시에 살았을 때 일이다. 2층 건물의 1층에 있는 작은 월셋방을 얻었었다. 저녁 식사를 7시쯤(주인댁이 필자를 배려해 요리를 일찍해줬다. 주인 식구들은 늦게 먹었다) 하면서 주인댁 식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나면 8시쯤 됐다. 10시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창문이 없는 답답한 방 안에 있고 싶지 않아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는 갠지스강변의 계단에 앉아 이런 저런 상념에 젖곤 했다. 한 시간쯤 있다가 돌아오면 주인댁 식구들이 대문을 열어주며 왜 자꾸 밤에 나가느냐고 물었다. 나는 갠지스강변으로 바람 쐬러 갔다고 했지만 매일 똑 같은 질문을 들어야 했다. 내 자유를 속박하려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NGO의 직원 중 바라나시에 오래 살고 있었던 미국인에게 물어본 후 새로운 사실을 알게됐다. 미혼이 매일 밤에 나가는 것은 단정하지 않은 행동이며, 밤에 갠지스강변에서 마리화나를 피우는 히피족들이 많아서 그곳에 가면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바라나시는 유명한 관광지라서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오고 그 가운데 히피족들도 상당하다. 그 직원의 조언을 듣고 실수를 깨달았다. 그후부터는 퇴근 후 절대 밖에 나가지 않았다. 마음을 먹자 정말 점점 적응이 됐다.


 밤에 외출을 하지 않자 주인댁 식구들과 보내는 시간도 늘었다. 그들의 삶과 인도 문화를 더 많이 알게 됐다. 필자가 남자였지만 주인댁의 초등학생과 중학생 딸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아무도 막지 않았다. 그집의 식구 또는 편한 사이로 받아들인 것 같다. 주인의 형님이 이혼(?)하고 주인 식구들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그분이 필자를 자기 방으로 불러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자기의 옷을 직접 손빨래 한다고 말해줬다. 제수씨가 있는데도 형님이 직접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보편적인 인도 문화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외국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생활하다가 인도의 귀가 시간에 맞추려면 불편하다. 특히 처음에 그렇다. 그러나 인간은 모든 환경에 잘 적응하는 존재다. 그러니 너무 답답해 할 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점점 적응하면 불편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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