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커피 견문록
친구들과 함께 강원도에서 보드를 탔다. 하룻밤 자고 돌아오는 길, 카페를 찾아보고 방문했는데 내가 그리는 카페의 모습과 매우 닮아있었다.
우선 카페가 있는 공간 자체부터 박경리 작가가 살면서 소설을 집필했던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공원ㅁ과 산책로, 그리고 예전에 살던 생가가 보존되어 있다. 카페 콘셉트 또한 소설, ‘토지’에서 차용한 부분이 많다. 카페 이름 또한 ‘서희’로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에서 따온 듯하다.
카페는 1층은 바, 2층이 테이블이 있는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빙글빙글 돌아서 계단을 오르면 눈에 공중에 떠 있는 돌과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토지라는 책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땅과 나무를 공중에 띄운 듯한 느낌. 전반적으로 어두운 검정 계열의 공간인데 벽에는 디스플레이와 책이 진열되어 있었다. 디스플레이에 끊임없이 영상이 재생되고 있어서 어두운 느낌은 없었다.
친구들이 많았던 덕분에 음료를 종류별로 다 시켜 먹을 수 있었다. 요즘 카페와는 다르게 한글과 한자로 멋을 냈다. 메뉴판보다는 ’차림표‘, 시그니쳐보다는 ’주요 음료‘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어온다. 한국적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커피 음료는 아메리카노가 3,000원이다. 주요 음료마저도 비싸봐야 5,000원. 강릉 근처에 대형 카페들은 아메리카노가 거의 만원 하는데. 참 훌륭한 가성비다.
군고구마와 커피크림이 올라간 토지, 메밀차와 쑥향이 느껴지는 서희, 그리고 복분자와 레몬이 들어간 아이스티, 광복. 여기에 아메리카노와 유일한 디저트 기정떡까지. 아주 골고루 시켜서 먹고 마셨다. 떡은 그냥 그랬다. 물론 맛은 있었지만 특색 있진 않았다. 아메리카노 또한 맛이 화려하진 않았고 고소하면서 은근하게 달작지근하달까.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맛이다.
반면 주요 음료인 토지과 서희는 양이 작은 게 흠이었다. 광복은 아메리카노와 똑같은 사이즈였는데. 물론, 토지와 서희가 달달한 음료라서 많은 양이라면 느끼하거나 남길 수도 있을 듯싶다. 전반적으로 얼마나 고민하고 연구해서 음료와 공간을 꾸몄는지 느껴지는 공간이다. 내 브랜드, 블랙말린도 소설에서 출발한 만큼, 이런 느낌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 소설에서 따온 모티브를 어떻게 공간에 녹여낼 수 있을까. 차근차근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