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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를 꿈꾸다 Apr 21. 2021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

스크린에 수놓은 4월 16일의 기록

어느덧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이했다. 올해도 전국에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식이 진행되었다. 안산시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서는 유가족을 중심으로 7주기 기념식이 열렸다. 2024년에 준공 예정인 416 생명안전공원 선포식도 함께 진행되었다. 부평 인천가족공원 내 ‘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옆 광장에서는 일반인 희생자 7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전남 진도 사고해역의 선상에서, 세월호의 목적지인 제주도에서도 추모행사가 이어졌다.


제13회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는 '세월호 참사 7주기 추모 기획전'을 진행했다. DMZ랜선 영화관 다락(Docu&樂)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세월호 참사 7주기를 기억하는 의미로 7편의 단편을 소개했다.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2018), 이오은 감독의 <사월>(2015), 오재형 감독의 <블라인드 필름>(2017), 양동준 감독의 <그럼에도 살아간다>(2020), 김세중 감독의 <4월 16일 그리고...>(2014), 김묘인 감독의 <599.4km>(2015), 유시온 감독의 <304개의 별>(2018)이 포함되었다. 4월 13일 오전 9시부터 27일 오후 9시까지 DMZ Docs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되었다.


이런 바지런한 움직임의 저편에 희생자와 유족들을 향한 조롱과 비난이 상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으려는 노력들은 코로나 19 서로가 조심하는 가운데에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개개인의 기억을 넘어서 우리 시대의 역사로 기록되는 과정에 있다. 이것은 또한 우리 사회가 안전해져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출처: 영화 <업사이드 다운>


세월호 참사를 고발한 다큐멘터리들


세월호 참사를 스크린에 옮긴 영화들은 다큐멘터리로 먼저 시작되었다. <다이빙벨>(2014)은 해난구조 지원 장비의 이름이다. 세월호 구조작업에 투입되었던 다이빙벨이 정부와 언론에 의해 왜곡, 해체되는 과정을 그렸다. 세월호 참사 대응에 대하여 정부 비판적인 입장을 지녔기에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을 둘러싼 외압 의혹 논란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에도 연계되어 특검에서 수사를 착수하기도 했다.


<업사이드 다운>(2015)은 단원고 유가족 아버지들과 각계의 전문가를 인터뷰했다. 아버지들은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왔고,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 회고한다. 이어 법조인, 국회의원, 언론인, 전문가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언급한다. 유가족의 슬픔에 공감하면서도, 차분하고 절제된 언어로 세월호 참사와 우리 사회가 지닌 구조적 문제점들을 분석했다. 업사이드 다운은 배가 전복된 모양새를 가리키는 것뿐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자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의미로도 읽혔다.


<나쁜 나라>(2015)는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에 의해 제작되었다. 그간 다른 영화들이 잘 다루지 못했던 유가족들의 일상을 담았다. 유가족들은 자신의 아이들의 왜 죽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고, 광화문, 청와대, 국회를 옮겨 다니며 노숙투쟁을 해야 했다. 남겨진 아빠와 엄마와 동생이 거리와 직장과 학교에서 겪었던 전쟁 같은 시간들을 기록했다. 이들의 해결되지 못 한 슬픔은 또 다른 대형참사의 이름으로 이 땅에서 반복될지도 모른다.


<그날 바다>(2018)는 세월호의 항로를 기록한 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로 침몰 원인을 추적한 영화이다. 세월호 생존자들의 증언과 자동차의 블랙박스를 교차시키며 상황을 추리해 갔다. 노개런티로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정우성이 제안을 1초 만에 수락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2년 후 스핀오프라 할 수 있는 영화 <유령선>(2020)이 개봉되었고, 배우 박호산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출처: 영화 <나쁜 나라>



그 날 국가는 어디에 있었는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영화는 누가 뭐래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이었을 것이다. 이미 깐느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오스카 수상도 유력한 상황이었다. 많은 이들이 기대를 갖고 시상식을 지켜보았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으며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영화상까지 4관왕을 수상했다.


<기생충>의 선전에 가려지기는 했지만, 단편 다큐멘터리상 부문에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린 영화가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함께 국내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된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 기록들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해 보여줌으로써 당시의 참담한 상황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그간 세월호를 다룬 다큐멘터리들은 참사의 책임 소재와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주로 그렸다. <부재의 기억>은 국민을 지키고 사건을 수습해야 할 국가가 부재했음을 알렸다. 당시 사건 현장 영상과 통화 기록에 집중하여 그날을 최대한 재현했다. 참사의 첫 신고자와 나눈 전화통화부터 기울어져 가는 배안에서 아이들끼리 나누는 대화, 아이들이 가족에게 보내는 문자 등이 차례로 등장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단원고 어머니 두 분이 참석했다. 이승준 감독과 어머니들은 검은 옷을 입고 레드카펫을 함께 밟았다. 두 어머니의 목에는 단원고 학생 명찰이 걸려 있었다. 250명의 아이들 사진을 당당하게 들고 사진을 찍었다. 두 어머니는 <기억의 부재> 상영회, 관객과의 대화, 언론 인터뷰 등에도 함께 참여했고, 세월호 참사를 세상에 알렸다.



출처: 영화 <부재의 기억>


극영화로 만들어진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던 세월호가 극영화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시작을 연 <눈꺼풀>(2016)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 2>(2012) 선댄스 영화제 대상을 받은 오멸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의 제목은 달마가 수행 중에 졸지 않기 위하여 눈꺼풀을 도려냈다는 고사에서 나왔다. 한순간이라도  감지 않고 직시하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이 영화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주로 상징과 은유로 다뤘다. 외딴섬 미륵도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노인이 주인공이다. 그는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떡을 대접한다. 그에게로 찾아오는 주인 잃은 물품들과 등장인물을 통해 비극적 참사와 희생자들을 떠올리게 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남겨진 상흔을 어루만지고 위로하고자 했다.


<생일>(2018)은 세월호 유가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로 사랑하는 아들을 사고로 잃고 남은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이 겪는 아픔을 다뤘다. 당사자 없는 생일 파티가 이 영화의 중심 사건이다. 수호를 사랑하는 지인들이 모여 진행하려던 생일파티에 결국 정일, 순남, 예솔도 참여한다. 혼자 괴로워하던 순남은 이 자리를 통해 응어리진 마음을 토로한다.


이 가족은 수호를 오랫동안 떠나보내지 못했다. 순남은 거리에서 세월호의 미수습자와 견인을 위해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을 애써 외면한다. 아들과 주고받은 카톡을 읽으며, 마지막 통화를 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한다. 아이들의 사진을 두고 웃으며 밥 먹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들의 새 옷을 준비한다. 순남뿐 아니다. 바다가 무서운 예솔이는 갯벌체험에 참여하지 못한다.


<생일>은 세월호 참사를 다룬 첫 번째 상업영화였다. 전도연과 설경구가 참여했고, 약 120만의 누적관객을 동원했다. 이종언 감독은 유족들의 협조를 받아 영화를 촬영했음에도 비난을 감수했어야 했다. 유가족의 슬픔을 통해 돈을 벌려고 했다는 것, 정치적 목적이 담긴 민감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시기상조라는 것 등이 이유였다. 이를 의식한 제작사는 홍보를 자제하고, 영화를 전달하기 위한 최소한의 일정만 소화했다.


<악질경찰>(2018)은 세월호 참사를 간접적으로 등장시킨 영화이다. 경찰 신분으로 각종 비리를 저지르던 주인공이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미나를 만나게 된다. 친구의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는 미나는 여전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사전 정보를 없이 영화를 찾은 관객들은 갑자기 튀어나온 세월호 참사에 당황했다. 범죄물에 세월호를 소재로 등장시킨 것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출처: 영화 <생일>



평범한 사람들의 가슴에 남은 트라우마


트라우마란 과도한 위험과 공포,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심각한 심리적 충격을 일컫는다. 타인이 죽음이나 상해의 위험에 놓이는 사건을 목격했을 때에도 사람들은 트라우마를 겪는다.” 주디스 허먼의 저서에 언급된 문장이다. 주현숙 감독의 <당신의 사월>(2019) 트라우마의 의미를 되새기며 포문을 연다.


영화는 그날의 아픔을 목격한 이들의 삶을 다뤘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기록관리학을 전공하게  대학생, 유족들에게 커피와 따뜻한 물을 제공했던 서촌의 카페 사장, 사고 해역에서 시신을 수습했던 어민, 학생들에게 세월호의 의미를 알려주는 교사, 유가족 곁을 지켜온 인권 활동가  평범한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나눈다.


세월호 침몰의 순간은 유가족만의 사건이 아니었다.  과정을 지켜본 목격자들도 세월호로 아팠고, 트라우마를 겪었다. 실시간으로 생중계된 참사의 현장은 지켜보는 이들에게 충격과 함께 무력감을 주었다. 남겨진 이들을 향한 조롱과 모욕은 인간의 존엄성이 무참해지는 경험이었다. 그러니 아픈 것이 당연하다. 아파도 된다는 위로를 건넸다.


침몰해 가는 배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가졌고,  책임을 물었다. 이후 수년의 시간이 지났다. 촛불 시민의 힘으로 세워진 정부는 여러 차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다. 하지만 진상규명은 지지부진했고, 여전한 궁금증으로 남아있다.


7년이라는 시간과 함께 겹겹이 남아있는 개인들의 통증과 사회적 트라우마에 대한 치료와 해소가 필요하다. 주디스 허먼은 회복에는 기억과 애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슬픔을  트리우마를 온전히 함께 넘어야  나은 세상을 향한 책임과 고민으로 나아갈  있다. 세월호의 기억이 위로와 치유의 상징으로 새롭게 자리매김되길 바란다.



출처: 영화 <당신의 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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