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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평제 Mar 29. 2018

당장 만나러 가세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 약간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싶으시다면 읽으셔도 좋습니다. 작은 울림이라도 받으셨다면 만족합니다. 쉬었다 가세요.



 순애보 사랑을 논하기에는 이보다 더 적합한 영화가 있을까? 최초의 사랑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순애보 사랑일지도 모른다. 아마 조금 더 생각을 한다면 첫사랑에 대한 순애보 사랑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까? 

영화를 통해 조금 더 나의 과거 먼 예전의 내가 느꼈던 첫사랑에 대한 감정과 표현이 섬세하게 드러냈다. 아니 영화를 보는 내내 벌거벗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아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하고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아름답게 표현을 한 영화라 그런지, 죽음의 의미가 무색하기만 하다. (물론 사람의 죽음에 대해 포커싱을 맞추고, 그에 대한 평을 하는 영화는 아니다.) 그런 죽음을 아름다운 이야기로 승화시켰기 때문에 무색해져만 갔고,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움켜쥐었다가 놓았다 한다. 

모든걸 다 내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랑


비슷한 영화가 있다면 마치 '500일의 썸머'가 생각이 났다.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야 500일의 썸머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중후반까지는 남자의 입장에서 영화의 이야기가 풀어져갔다면 마지막에는 여자의 이야기가 나오니까 말이다. 썸머와는 다르다. 잠시 500일의 썸머 이야기를 한다면 지극히 남자의 입장에서만 이야기가 진행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썸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톰을 만나는지 모를뿐더러, 단지 남자 주인공 톰의 이야기를 통해 썸머의 말과 행동을 유추해 썸머가 어떤 여자라는 것을 생각을 해냈어야만 했다. 그와는 달리, 고맙게도 우리는 그럴 필요 없이 여자의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생각의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 주인공 순애보 사랑의 우진(소지섭), 그의 곁을 언제나 지키는 수아(손예진) 그들의 사랑스러운 아들(지호), 든든한 그들의 친구 홍구(고창석) 이들의 이야기로 영화는 만들어진다. 

영화는 맨 처음 '구름나라 펭귄'이라는 동화를 바탕으로 시작된다. 간단히 설명하면 구름나라의 펭귄은 비가 오는 날에 구름나라에서 인간 세계로 내려와 그들과 함께 지내고 비가 그칠 때 즈음에 다시 구름나라로 간다는 내용이다. 철저히 이 동화의 큰 스토리를 바탕으로 영화는 계속된다.(물론 일본 원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는 못해 질타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철저히 무시하고 영화를 보았다. 로맨스 영화는 내 마음이 와 닿는 대로 보는 게 맞다는 생각이기에)



영화가 아름답게 느껴졌던 이유는 그들의 순수함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현대사회에 맞지 않는 정서와 배경이지만 오히려 저런 순수한 느낌이 마치 우리의 아날로그적 감정을 이끌어 준다고 할까?

오히려 모든 이가 꿈꾸는 운명적 사랑의 요소를 가미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필자는 운명론자이기에 영화가 조금 더 와 닿았고, 보는 내내 눈물이 많이 났다.)

우진과 수아는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을 하고 첫눈에 빠지게 되지만, 그들은 고등학교 내내 말 한마디 붙이지 못하고 그렇게 3년을 보내버렸다. 우진과 수아는 서로에게 말을 걸 용기가 없었기에 친구 홍구를 통해서 그들은 시작하게 되지만, 결국 수아는 지호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들의 작은 용기와 기다림이 만들어 낸 운명적인 사랑


사랑에서 손익을 따지는 게 우스운 일이지만 문득 영화를 보면서 수아가 더 큰 결심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경을 잠시 이야기하자면 수아는 3년 내내 전교 1등을 하고, 대학교도 심지어 상경하여 서울로 갔을 정도였을 뿐더러, 그에 비해 우진은 가진 것이라곤 수영선수가 꿈이었지만 질병으로 인해 꿈이 무너진 가진 거라곤 수아에 대한 사랑만을 가진 게 다인 남자였다. 그런 배경을 떠나서 수아는 부모님의 반대마저도 다 저버리고 우진에게 갔으니 말이다. 사랑에 누군가의 손익을 따지는 게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단지 같이 있음에도 충분한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우진을 만나러온 수아



 " 아무 걱정하지 마, 우린 잘 할 거야 그렇게 정해져 있어."

이따 금식 생각이 드는 건 로맨스 영화를 보면 정말 '조건 없이 사랑'한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연애를 하지 않을 때 항상 연애와 사랑에 대한 이상적인 면을 생각을 하며 그 시절을 그리워하거나, 앞으로 다가 올 만남에 대한 크나 큰 기대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막상 그런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그런 감정은 오래지 않아 퇴색될 뿐이다. 어쩌면, 많은 조건을 내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한다면, 우리는 상대방에게 바라기만 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점점 현실에 직면하게 되고 좌절을 하기 때문에 로맨스 영화에 나오는 사랑 따위는 존재하기가 힘들다. 사랑의 의미가 갈수록 퇴색되며, 근본적인 사랑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



"수아야 미안해"

"뭐가?

"진짜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나 행복한 거 안 보여? 나는 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어. 그러니까 제발 미안해하지 마. 지호를 부탁해 나 대신 많이 사랑해줘. 우지 지호 곁에 오래오래 있다가 이제는 우리 지호한테 짐만 되겠다 싶으면 그때 나 만나러 구름나라로 와. 내 옆자리 꼭 비워둘게."


아직도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다. 비록 작품성 및 다른 요소들이 부족하다는 평이 많을지라도 가슴을 울리기에는 충분한 영화다. 지금 시대에 걸맞지 않은 정서이기에 오히려 우리에게 말해주는 영화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말이에요. 이렇게 하세요."라고 말이다.


영화를 보고 만나고 싶은 애인이 있다면, 당장 지금 만나러 가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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