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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훼 Feb 24. 2017

아이에게 아빠가 필요한 그 순간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두번째

드라마 2회부터 4회까지

어느새 드라마 역적이 8회까지 방영되며 길동이는 성인으로 자랐고 멋진 아부지 김상중님은 죽다 살아나는 고비를 겪기도 했습니다. 확실히 아역들이 나올때가 전 더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역이 나오던 4회까지 보고 느낀 점들을 한번 더 적어보려 합니다.

아빠는 바쁘다. 어깨가 무거우니까.

길동이의 엄마는 주인마님의 못된 계략에 빠져 간신히 출산을 한 후 죽음을 맞이합니다. 남편인 아모개는 서럽고 애틋한 마음과 함께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지고 주인을 죽이고 맙니다. 도움을 준 사람들이 어서 도망가자고 하지만 아모개는 거절합니다. 아내의 억울한 누명을 풀어줘야 하니까, 자식들이 평생 도망치는 신세가 될까봐였지요. 여러사람들의 진심어린 도움과 아모개의 지혜덕분에 결국 누명도 벗고, 면천도 하고 세아이들을 데리고 새로운 삶의 터로 옮겨살기 시작합니다. 공부잘하는 첫째 길현이가 마음껏 공부해서 과거급제를 하도록, 힘쎈 둘째 길동이가 장군이 되도록 아빠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열심히 사업을 일굽니다.


가족들의 멍에를 짊어진 아빠의 어깨는 한없이 무겁기만 합니다. 그래서 힘든것도 위험한 것도 다 감수하고 그렇게 바쁘게 일을 하게 되나 봅니다. 저도 저희 아버지 생각이 나서 한참이 먹먹했습니다. 처음 직장을 갖게 되던 일년차. 이른 아침에 일어나야만 하는 그 심정을 직접 겪어보고서야 "아빠는 어떻게 몇십년을 이렇게 참고 사셨지?"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아이에게 아빠가, 또 엄마가 정말 필요한 순간

"아부지 어린이가 걸었어라우"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탓에 길현이 길동이는 듬직한 오빠가 되어 어린 여동생 어린이를 돌봅니다. 어린이가 어느새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고 그 기쁨을 아빠에게 전하려 달려갔을 때 아빠는 사업을 일구느라 바빠 길동이의 말을 들어 줄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김상중이 연기한 날카로운 눈매가 기억에 남습니다. 사업을 일구는데 정말 중요한 순간이기에 그 모든 것이 가족을 위한 것임에도 그순간에는 어린 자녀들을 바라보기보다 일에 몰두하게 되는 눈빛이었습니다. 그런 아빠를 씁쓸하게 바라보며 뒤돌아서는 길동이가 참 안쓰러웠습니다.


아이에게 부모가 필요한 순간은 언제 일까요? 어느때라고 정해서 말할 수 있는 순간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순간을 꼽아보자면 아이가 말하고 싶을 때. 또는 말을 들어야 할 때. 라 하고 싶습니다. 쉽게 길동이의 예로 들어보자면 길동이가 어린 동생에 대한 변화와 그 기쁨을 표현하고 싶을 때겠지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점점 모르는 것을 접하게 될 때 누군가에게 그것에 대해 물어보고 듣고 싶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빠가 옥에 갇혀 없는 동안 주인마님의 계략으로 호랑이가 나오는 산을 다녀와야했던 공포스러웠던 그 밤. 너무 무서워서 그 밤에 대해 아이는 말할 수 없을지라도 겁에 질려있는 길동이를 먼저 알아채주고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었을 것입니다. 이제는 숨겨뒀던 힘을 적절히 사용해도 된다고, 너는 특별한 아이라고 말해주어 자신이 가진 재능을 자신있게 펼치고 다듬어 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아이의 경험과 사고가 확장되려면 그때그때 묻고 들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고 경험할 때 새로운 정보를 적절히 수용하고 확장해 나가는데에 부모님이 필요합니다. 화가 날때, 기쁠 때, 슬플 때, 짜증스러울 때 등 여러가지 감정이 들 수 있음을 배우고 표현하는 경험을 하도록 부모님이 안내해야 합니다. 궁금한것을 물어볼 때 잘 설명해주고 수정하도록 부모님이 말해줘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존중하고 자신있게 세상에 뛰어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좀 살만해서 돌아보니 아이들은 저만치 가있다


"나 안죽고 살아남았네. 인차 길현이는 벼슬해서 진사첨지 만들고 길동이는 칼차고 장수만들겨" 정신없이 사업을 확장하고 이제는 좀 살만하다 싶으니 한숨 돌리게 됩니다. 오래된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며 아모개는  자식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하지만 부모마음대로 되지 않는게 자식이라고 했던가요. 길현이는 면천한 사람이 과거에 급제해도 좋은 자리를 얻긴 힘들다더라며 아버지 사업을 이어받겠다 하고 길동이는 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방물장수가 되겠다고 하지요. 아차 싶은 마음이 들지만 이미 아이들은 저만치 가있습니다.


길동이는 엄마가 돌아가신 것도 내탓이라 여기고 자신이 아기장수로써 큰 힘을 가졌다는 것도 묻어두게 됩니다. 예전 노비일 때 아버지가 아이를 보호하고자 힘을 숨기라 말한 뒤로 길동이의 상황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길동이에게 그 이상을 설명해줄 아버지는 없었지요. 길동이는 물어볼새도 없이 혼자 생각하고 판단해서 길을 찾습니다. 혼자서 생각을 다져왔던 아이들은 사고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어른들의 말을 듣지 못해서 스스로가 스스로를 보호해야 했기에 그 사고의 장벽은 몹시 단단하기만 합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재능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회피하는 삶만 꿈꾸게 됩니다.


영유아발달에서 주로 이야기 되지만 발달에 관한 중요한 기제 몇가지를 살펴봅니다.
* 발달의 적시성 : 발달에 결정적 시기(결정적 시기란 생물체의 어떤 특성이 가장 용이하게 발달을 이루는 최적의 기간)가 있다. 신체, 인지, 사회정서, 언어 발달 모두 연관되고 해당되는데 특히 이글에서 논의되는 인지나 사회발달 측면에서  알맞은 때에 부모와의 상호교류가 부적절하게 이루어지는 경우 잘못된 성격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 발달의 기초성 : 어릴 때의 경험일수록 나중의 발달에 초석적인 의미를 가진다.
* 발달의 누적성 : 앞단계에서 잘못되면 그것이 원이 되어 더 잘못되고, 잘못에 잘못이 누적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 발달의 불가역성 : 일반적으로 결정적 시기를 놓쳤을 때, 이 후 단계에서 이에 대한 보충을 주어도 그 결함이 쉽게 회복되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더 늦기 전에. 양보다 질로.

발달의 기제를 살펴보면 좌절 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회는 있습니다. 이미 늦었다고 할 때 그때 시작하면 된다는 옛말이 있듯이 이제라도 깨달았다면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다만 이미 굳어버린 마음과 생각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놓쳤던 시간들의 두배 이상으로 오랜 시간동안 공을 들여야 닫혀있던 아이의 마음을 다시 열 수 있을 것입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중요한 영유아시기, 아동기를 놓친 탓에 부적응적인 자녀를 걱정하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나요?" "얼마나 걸려야 하나요?" 라고 물으시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세월이 야속하지만 그동안 놓쳤던 시기에 곱하기 2를 하는 마음으로 견디시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말씀드리곤 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시간이 안된다면 양보다 질로. 미루지 않고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면 아이들은 어느새 마음을 열고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자녀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가정에 대한 책임감으로 바쁠 수 밖에 없는 부모님을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다만 더 늦기 전에 아이들을 돌아봐주세요. 못했던 것부터 다시 시작하면 기회는 있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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