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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훼 Apr 16. 2018

아이의 감정

모든 것의 기초_감정

아이들과 개인상담으로 만날때보다 집단상담이나 예방교육등으로 만날 때 꼭 다루게 되는 주제는 "감정"이다. 보통 두가지 단계로 나누어 진행하곤 하는데 첫번째가 감정의 인식, 두번째가 감정의 표현이다.

아이들에 대해 걱정하는 또래관계의 사회성문제나 개인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행동들을 잘 살펴보면 "감정"에 대한 분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이를 인식하고 표현하는데 미숙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개인상담을 할 때는 어째서 감정을 잘 인식하지 못했는지, 어째서 이런 방식으로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게 되었는지를 알아보고, 상담자와의 관계속에서 적응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을 배워간다. 반면에 집단상담과 예방교육에서는 구조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감정의 다양성을 알아보고, 적응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집단원들과 연습하거나 역할연습을 통해 예측해 보기도 한다. 매 순간 내가 느끼는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이를 적응적으로 표현하고 해소할 수 있는 것이 정신건강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아이들은 아주 아주 어릴때부터 주양육자와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언어를 발달시켜나간다. 말을 빠르게 시작하는 것은 개별 능력차가 존재할 수 있겠지만, 다양한 어휘를 구사하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주양육자가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다양한 문장으로 말을 주고받기 때문일 것이다. 감정도 마찬가지이다. 주양육자가 아이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알아차려주고 인정해주면 아이들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확신을 갖게 된다. 그때 느꼈을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말로 표현해주고 공감해준다면 아이는 자신이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알아차리고 이를 표현하는 과정이 원활하게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감정의 인식과 분화

얼마전 아주 어린 조카가 뜻밖에도 검정색 비닐봉지가 거실에 툭 떨어진 것을 보고 무서워하는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세상에 태어나 열두달도 채 못살아본 어린 아기가 생전 처음보는 검은색 비닐봉지를 보고 겁먹은 마음과 호기심이 동시에 일어났던 모양이다. 조심조심 가까이 다가가 검은 봉지에 손을 데어보니 "바스락~!"소리가 난다. 아이가 깜짝 놀라 손을 떼고 쬐그만 폐로 "휴~"하고 한숨을 쉰다. 그런데 그안에 자기가 좋아하는 쌀뻥튀기 과자가 있으니 다시 한번 도전한다고 손으로 만졌다 물러섰다를 반복하다 결국 제 엄마한테 달리듯 기어가 안기고 만다. 첫조카라 애정이 더해서도 그렇지만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그 동영상만 몇날며칠을 돌려봤는지 모르겠다.


아이는 두려움과 무서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 감정은 행동으로 나타난다. 작은 한숨, 망설이는 손짓, 소리에 깜짝 놀라는 몸짓이 그런걸 말해주고 있다. 올케는 이럴때 아이를 안아주며 말한다. "우리 아들~ 무서웠어? 많이 놀랐지."라고. 아이는 엄마품에서 이런 감정이 무서움이고 두려움이란걸 알게된다. 그리고 "이런감정을 느낄 수도 있구나." "이런 감정을 느껴도 되는구나."라고 인지하게 된다. 주양육자가 따듯하고 편안하게 감정을 알아주면 아이는 다른 상황에서도 감정을 빨리 알아차리고 이를 표현 할 수 있다. 이런 감정을 느꼈을 때 몸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말로 표현할 수도 있는데 이를 자주 반복하다보면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할 수도 있게된다.


이와 반대되는 상황을 예측해보자. 감정의 표현은 사회문화적인 차이에 따라 특수성도 나타나는데 일본의 경우 익히 알다 시피 매우 절제된 모습을 학습하는 편이다. 요즘은 시대가 달라지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남자가 뭐가 무서워~ 사내는 무서워하는거 아니야~" "남자가 왜 울어~"란 말을 무심코 하곤 한다. 무섭다고 슬프다고 시도때도 없이 우는것보다 꾹 참고 넘겨야할 때도 많겠지만, 처음부터 두려움과 슬픔을 참아야 하는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면 아이는 본능적으로 "억압"이라는 기제를 몸에 익히게 될 것이다. "감정의 억압"은 추후에 때와 장소에 맞지 않게 감정이 새어나오고 폭발한다는 부작용을 수반한다. 그 상황에서는 참고 다른 곳에 풀어버리는 것이 대표적일 것이다.



감정의 중화

다시 조카이야기로 돌아가서, 엄마가 찍어주는 동영상 속에서 검은봉다리를 보고 아빠품에 쏘옥 안기는 조카와 이를 꼭 안아주면서도 이런 아들이 귀여워  웃음이 떠나질 않는 아이 아빠모습이 보기에도 흐뭇했다. 아빠가 뒤에서 안고 있다가 슬쩍 일어나 검은봉다리 너머로 자리를 옮기자 아이는 다시 두려움에 휩싸이며 어쩔줄을 모르는 태도를 취한다. 아빠를 부르듯 손을 뻗다가 이 무서움을 중화시키고자 손바닥을 마주치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두려움이나 불편한 감정을 중화시키는 시도를 하게 된다. 그 감정을 일으키는 대상을 회피해버린다던가 울음을 터트린다던가 노래를 부르며 시선을 돌려본다던가 우리 조카처럼 웃어버린다던가 하는 행동이 그렇다. 이를 주양육자가 알아차려주지 못하고 지속되면 아이들은 감정을 극복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게 된다. 운이 좋아 잘 극복할 수도 있지만 어린 아이가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들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자신들이 선택한 미숙한 방법을 지속하다 보니 또래관계에서 친구를 때린다거나 기가 죽어있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감정의 극복_조절

조카의 부모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두려움을 중화시키려는 아이앞의 검은봉다리를 밀어내고 아이를 꼬옥 안아주었다. "많이 무서웠어?"라고 다독여주면서. 그리고 아이 아빠는 "아빠가 떼찌!해줄게~!"라며 봉다리를 탁!탁! 때려줬다. 아이의 표정이 조금씩 풀리자 아이 손을 함께 잡고 검은 봉다리를 같이 때려준다. "바스락~탁!"하는 소리가 반복되고 이는 어느새 놀이처럼 바뀌었다. "아들아~ 이건 비닐봉지야~ 아빠랑 함께 하니까 무섭지 않지?"하며 봉지를 치니, 어느새 아이는 혼자서도 비닐 봉지를 "탁!탁!"치며 까르르 웃게 되었다. 그리고 엄마는 "우리 아들~ 이제 극복했네???"라 말하며 아이의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이처럼 아이의 수준에 맞춰서 상황을 설명해주거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안내해주면 아이는 천천히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된다. 훗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극복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든든한 부모를 뒤에 둔 아이는 바깥세상에 나가서도 자신있고 용기있게 자신을 드러내고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은 수용, 행동은 통제

감정에 대해 주양육자가 충분히 알아주고 표현할 수 있도록 안내해 달라는 말 뒤에 반드시 오는 질문이 있다. "그렇다면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훈육을 해야할 때도 받아주기만 해야하나요?"

예를 들어 동생이 엄마의 눈을 피해 형이 하고 있는 놀이를 방해하고 놀리는 표정을 짓자 이를 참다 못한 형이 동생을 세게 때려버렸다. 아픈 동생은 크게 울고 엄마가 달려오고 동생은 상처난 부위를 가리키며 "형아가~~~"라며 울고~. 형제있는 집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중에 하나이다. 이때 결과이전의 과정을 눈으로 보지 못한 부모는 결과만 보고 형을 꾸짖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의 훈육에서 "감정은 수용, 행동은 통제"의 원리가 필요하다. 어찌된 일인지 묻는다면 어지간한 부모님들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상황파악이 가능할 것이다. 형이 동생을 때리게 된 상황과 감정은 수용해주되 폭력을 수반한 때림은 절대 안된다는 내용을 핵심이 된다. "동생이 놀려서 많이 화났어? 열심히 한건데 흐트려트려서 속상했겠다."라는 취지의 수용,  "그렇지만 동생을 때리면 안돼."라는 단호함. 그리고 행동을 통제하는 근거를 설명해주며 매 순간 일관성있게 대하는 부모의 역할이 필요하다. 어떨땐 그런 행동을 취할 수 밖에 없는 감정을 알아주기엔 너무 급박하고 위험한 상황이 있다. 이럴땐 단호하게 행동을 막고 훈육한 뒤에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감정을 이해해주기를 권한다.


어쩌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동생이 놀려서 많이 화났어?"라는 말이 교과서에나 나오는 문어체처럼 느껴질 정도로 치열한  현실일 것이다. 매순간 매뉴얼처럼 감정을 읽어주고 훈육할 순 없을 것이다. 다만 아이가 "그럴수밖에 없었겠다"는 점을 마음으로 이해하면서 훈육한다면, 혼나는 아이들도 부모님의 말을 수용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부모님이 아이의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채 혼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기떄문이다. 이를 위해서 부모인 어른도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필요이상의 감정에 휘말려 훈육하지는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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