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
아이들끼리만 하는게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간간히, 생각보다 자주 하게 되는 기본 게임입니다.
어릴때는 이기고 지는 재미로 했던 거지만 어른이 되면 누군가를 뽑아야 할 때, 누군가와 편을 나눠야 할 때도 가장 쉽고 공정하고 무난한 방법으로 쓰이곤 하지요. 몇백명이 모인 큰 강의에서 이벤트를 할 때도 앞에 있는 한명의 진행자와 수백명이 자꾸자꾸 가위바위보를 해서 결국 한명의 승자를 가려내기도 합니다.
예전에 어린이집에 다닐때부터 아이들과 자주 했던건 가위바위보 였습니다. 그리고 여섯살이 되는 아이들부터는 묵찌빠를 하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처음에 입으로 소리를 내서 내기를 바꿉니다. "묵~묵~찌!" "찌~찌~빠!" 이런 식으로요. 그러다 제법 능숙한 일곱살쯤의 아이들은 앞의 두 글자를 묵음처리 하기 시작합니다. 눈빛 싸움도 제법하고, 시간차 공격을 하기도 하면서 상대의 긴장과 허술함을 파고 들지요.
해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게 꽤나 재밌습니다. 스릴도 있구요.
다들 아는 너무 기본적인 가위바위보, 묵찌빠 이야기를 서두에 펼쳤습니다.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야 될지 모르는 이땅의 엄마, 아빠들을 위해 정말 쉬운 놀이부터 알려드리고 싶어서 썰을 풀어봅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가지고 오는 문제와 증상은 천차만별이어도 찾아보고 정돈해보면 깔대기처럼 걸러지는 이유들이 있습니다. 다른글에서도 자주 썼던 "사랑"과 "인정"의 욕구입니다.
이 욕구들은 제대로 채워주지 않거나 시기를 놓쳤으면서 아이들이 해야할 과업들만 요구하고 기대하게 되었을때 보통 증상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라는거. 너무 자주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사랑"과 "인정"의 욕구를 채워주느냐~가 앞으로의 최대 관건인데. 소통하는 방법을 몰라서, 잘 못 놀아봐서 아이들과 어떻게 더 친밀해져야하는지 모르는 부모님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 부모님들께 대부분의 자녀들에게 연령불문하고(고등학생은 조금 난감할 수 있습니다) 쉽게 시도 할 수 있는 놀이를 제안해드리겠습니다.
가위바위보/ 묵찌빠를 시도해보세요.
제가 논문은 안썼지만 수많은 임상실험 끝에 내린 결론은 거의 99%의 사람들은 갑자기 뜬금없이 "가위~바위~보~!"를 외쳤을때 엉겹결에 응한다는 것입니다. 어른 아이 상관없이 대체로 손을 내고 보더라구요. 그리고는 이사람이 이걸 왜 하자고 하나~하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봅니다. 그럼 그냥 멋쩍게 웃으며 말합니다. "ㅎㅎㅎ 그냥~ 재밌어서~" 제가 어려우신 어른이나 정중한 자리 등 때와 장소를 못가려서 하지는 않으므로 보통의 경우의 사람들은 싱겁다고 하면서도 같이 웃어버리게 되곤 합니다.
하물며 내 자녀에게는 더 쉽게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단 한번 시도해 보세요~
이제 조금 더 재미있게 시간을 끌어보세요.
단판에 끝나버릴 가위바위보나 묵찌빠를 가지고 10분도 20분도 끌 수 있습니다. 그냥 조금의 노하우와 순수한 마음가짐이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거든요.
단순한 묵찌빠를 오래 + 재미있게 하려면 내가 재미있어야 합니다. 억지로 하지 않고 즐겁고 몰입해서 하면 상대도 즐겁기 마련입니다.
좀 더 쉽게 제가 하는 행동을 묘사해볼게요.
1. 처음 가위바위보를 하고 이겼을때 이긴걸 좋아하는 제스쳐를, 졌을 때 진걸 속상해 하는 제스쳐를 합니다.
2. 묵찌빠로 연결해서 합니다. 몰입하면 됩니다. 첫판 내지는 두판 정도는 져주는게 좋아요^^ 진짜 이기는게 목적이 아니라 우리 아이랑 노는게 목적인거 잊으면 안됩니다. 가끔 너무 몰입해서 아이들에게 좌절감을 줄정도로 승부욕 불태우는 부모님이 계십니다.
3. 내가 졌을 때. 정말. 많이. 아쉬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다음 멘트 날립니다. " 너 되게 잘한다아~ 한판만 더해~ 딱 한판만~!!" 진짜 아쉬워서 딱~ 한판만 더하면 잘할 수 있는데 라는 표정으로 말하면 됩니다.
4. 물고가 터졌다면 이제 계속 반복하면 됩니다. "삼세판!" "5판3승!!" 이런식으로 늘여갈 수 있습니다. 어떤 아이랑 할때는 진짜로 제가 계속 져서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야~ 너 무슨 학원다녔냐? 왜케 잘해?? 아...진짜.... 겁나 잘하네.. 아아악... 이기고 싶어어~~ 한판만 더 하자!!!응???"
아이는 그럴수록 깔깔거리고 웃으면서 승리를 만끽하구요.
이 간단한 게임을 재밌게 즐기는 방법은 졌을때 되게 아쉬워하고 이긴 상대방을 치켜세워주는 것입니다.
저와 상담하는 친구들은 거의 다 저와 묵찌빠를 합니다.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초중고 가릴것 없이 갑작스런 저의 묵찌빠에 늘 즐겁게 임하는 아이들에게 고맙기도 하고 그순간이 참 재밌습니다. 부모님들도 시작해보세요. 자꾸자꾸 하다보면 편해지고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기도 쉬워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 아이의 눈높이로 돌아가 나 또한 이완하고 퇴행하는 즐거움을 경험한다면 부모님에게도 아이에게도 윈윈 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의 놀이는 꼭 긴 시간을 들여서 거창한 활동을 해줘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양이 안되면 질로 승부하란 말이 있듯이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들과 재밌게 놀이하는 물꼬를 꼭 트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