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24)
얼마만큼 사람을 잘 위로해줄 수 있을까. 얼마만큼 고민을 들어줄 수 있을까.
얼마만큼 훌륭한 인격자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그에게는 그게 전부였다.
아아, 그랬구나.
그의 반응은 단지 그것뿐이었다
이제 알았다. 수수께끼가 풀린 것이다.
그녀에게서 느꼈던 그늘의 정체, 그 쓸쓸한 분위기를 풀 열쇠를 찾았다.
유아기의 체험이었군. 흔한 이야기지.
그녀에 대한 수집은 그 시점에서 끝났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남자는 자신이 착한 사람이라고 믿고있을 뿐,
그녀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치도 없었다.
그는 만족했고, 벌써부터 그녀에 대한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온다리쿠 - 나비]
(2010.02.10)
".. 우리는 어차피 사람의 기억은 불확실하다는 걸 알고,
엉터리란 것도 알고 있으니까 서로 용서할 수 있고 기분나쁜 일도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데,
혼자서만 언제까지고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건 별로 즐겁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러게요, 나는 취해서 술기운에 한 말을 까맣게 잊고
있는데, 다음날 자세하게 말해주면 열받죠."
약간 핀트가 빗나간 곳에서 공감하고 크게 끄덕였다.
[온다리쿠 - 어제의 세계]
(2011.01.05)
"의사나 동물을 보호하는 사람들 중에 그런 인간들 있잖아.
환자나 동물을 아낌없는 사랑으로 대하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겉만 번지르르해 보이는 사람. 왠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니?
사랑의 대상이 환자나 동물이 아닌
'환자나 동물한테 이렇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고 있는 자기 자신'
이라는 걸 본인이 깨닫지 못하는 데서 오는 위화감이 아닐까 생각해."
"응, 있어. 사이비 종교가들 중에도 그런 인간 많아."
[온다리쿠 - 클레오파트라의 꿈]
(2012.09.14)
"그건 그렇지만 내 말은 그런 게 아니라,
그 책, 자기를 향하고 있잖아.
남한테 읽힐 걸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표현이 바깥쪽을 향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거든.
그야 소설이니까 누군가가 읽는다는 생각은 마음 한구석에 있었겠지.
(후략)..."
[온다리쿠 - 삼월은 붉은 구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