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릭 Aug 02. 2020

갤럭시 S20의 이유 있는 부진

나는 갤럭시의 신(新) 전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을 물어볼 때, 대부분은 삼성의 스마트폰 라인업인 '갤럭시' 제품군을 가장 먼저 언급한다. 기업의 위상을 여기까지 올려준 제품군이기도 하고, 하나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로써 자리 잡은 몇 안 되는 라인업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아티브", "옴니아"를 물어본다면, 몇 명이나 이를 제대로 알고 있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참고로 아티브는 삼성의 Windows OS를 탑재한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를 지칭하는 라인업이었고, 옴니아는 갤럭시 S의 시초가 된 제품군이다.


최근 삼성이 내놓는 제품들은 하나같이 뭔가 맛이 변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갤럭시 S20부터 시작된 정체불명의 카메라 올인 전략은 제대로 먹히지도 않았고, 엑시노스의 부진과 보급형 라인업에서 다시 시작된 혼돈은 갤럭시 제품군의 전략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만들고 있다.


레스토랑에서 헤드 셰프가 바뀌면 맛이 변하듯, 삼성의 IM무선사업부장 사장이 노태문 사장으로 바뀌는 게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사료된다. 변화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 일순 없겠지만, 최소한 개인적으론 고동진 사장 때의 갤럭시 제품군이 더 맘에 들었던 것 같다.


업계에서 보는 삼성전자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0 시리즈 예상 판매량은 2000만대로 10일 파악됐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목표로 잡았던 3500만 대보다 40% 이상 적다.

출처 :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디일렉(http://www.thelec.kr/news/articleView.html?idxno=5650)


물론 갤럭시 S20가 적게 팔린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삼성은 코로나를 비롯한 여러 가지 악재 속에 유례없는 판매 감소를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 1분기 출하량은 5830만대로 화웨이에게 1위 자리를 넘겨주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물론 내수로 먹고사는 화웨이에게 글로벌 출하량은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에게 비추어지는 이미지가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준비되지 않는 인상

기자들은 이러한 갤럭시 S20의 부진 원인을 '코로나로 인한 시장의 경직'에 지목했지만, 필자는 그것보다 삼성의 잘못된 전략을 탓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질적으로 삼성 갤럭시 S20는 시장 경직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쇼케이스 당시에 가격을 공개하고 이어진 3초간의 정적은 이번 작의 낮은 판매량을 대변한다. 마치 애플이 1000달러 이상의 스마트폰을 공개하고도 잘 팔리니까 "우리도 해도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안일함에서 나온 전략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여러 번 언급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착각하는 것은 삼성이 고가형 스마트폰인 '갤럭시 S' 그리고 '갤럭시 Note' 라인업에서 주 수익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삼성의 주 갤럭시 기기는 S도 Note도 아닌 A 시리즈이며, 그중에서도 저렴한 A51 이하의 라인업이 가장 많이 팔린다.


이는 삼성이 애플처럼 고가형 스마트폰에서 가격을 올리면서 경쟁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애플이 내세우는 아이폰 라인업은 SE를 제외한 모든 모델이 100만 원 혹은 그 이상으로 책정된 제품들이고, 삼성은 낮게는 20만 원도 안 되는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만약 갤럭시 S와 아이폰의 가격이 엇비슷하다면 몇 명이나 삼성을 택하겠는가. 삼성은 애플과 브랜드 이미지만으로 승부를 봐서 승리할 수 있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웬걸, 그 적중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와 같은 판매량 부진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가 부족한 것도 한몫을 크게 했다고 생각된다.


Huawei overtakes Samsung as world’s biggest smartphone vendor (The Verge) : 
https://www.theverge.com/2020/7/30/21347685/worlds-biggest-smartphone-company-huawei-overtakes-samsung-canalys

martphone unit shipments of Samsung worldwide by quarter from 2010 to 2020 (Statista) :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299144/samsung-smartphone-shipments-worldwide/

삼성 갤S20 판매량 보니...부품사 '희비' (The Elec) : 
http://www.thelec.kr/news/articleView.html?idxno=5650

Report: The Samsung Galaxy A51 was the top-selling Android smartphone in Q1 2020 : 
https://9to5google.com/2020/05/14/galaxy-a51-top-selling-android-q1-2020/


이상한 전략, 이해할 수 없는 행보

삼성은 2019년 하반기에 자사의 중저가 시리즈인 A 라인업 중 일부를 중국 ODM으로 전환하여 원가를 최소화하겠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알다시피 삼성은 그전까지 스마트폰을 설계부터 생산까지 내부로 돌리는 흡사 자급자족 구조로 운영했다. 


그 보다 더 전에는 J (혹은 on) 시리즈와 A 시리즈의 라인업을 병합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A 시리즈로 통일화를 한 이후부터는 A90 Pro와 같은 기존 S10e와 포지션이 겹치거나, 애매해지는 라인업 충돌 현상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S10e 라인업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빛을 보고 사라졌고, S20부터는 별도의 하위 버전인 e시리즈가 생겨나진 않았다. 물론, 이후에 뜬금없이 S10 Lite와 Note 10 Lite가 출시됨으로써 다시 라인업이 난잡해졌으니, semi-flagship 포지션이 단종됐다고 하기엔 더더욱 애매한 상황이 되었다.


이제 동일한 AP인 스냅 855를 탑재한 A90 Pro와 S10 Lite, S10e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으며, S20는 Lite 모델을 출시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출시되는 S20 FE를 통하여 비슷한 포지션의 "또 다른 이름"의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삼성 제품을 수 없이 봐온 사람도 이렇게 헷갈리기 마련인데, 일반인이 이와 같은 라인업을 이해하기엔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이해되는 행보도 아니다.  J와 A 시리즈의 합체로 어느 정도 정리되길 기대했지만, 그것도 잠시 뿐에 가까웠다는 결론이다.


S시리즈의 브랜드 값어치를 올려서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하고 싶다면, 이와 같은 semi-flagship 라인업은 최대한 자제하고, 업데이트와 같은 서비스적인 요소는 극대화 함과 동시에, 급 나누기를 더더욱 철저하게 해야 된다.


삼성이 이 세 가지 중에서 지킨 것이 무엇인가? semi-flagship 라인업만 4개씩 출시해서 라인업 난잡하게 만들고, 급 나누기 제대로 못해서 플래그쉽 이름에 먹칠했으며, 소프트웨어엔 광고를 넣고, 업데이트는 여전히 2회가 끝이고, 가격은 일단 무작정 올려놨고, 그나마 회심의 일격이라고 탑재한 Ultra의 카메라는 출시부터 지속적인 성능 이슈에 휘말렸다.


서구권에선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의 성능 차이로 인하여 지속적인 불만이 쌓이고 있으며, Note 20에서는 이와 같은 성능 차이가 더더욱 극대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되고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은 본인의 기고문에 다음과 같이 밝혔다.


궁극적으로 모든 갤럭시 경험의 중심엔 고객이 있습니다.
갤럭시 에코시스템을 지속 확장하여 고객 여러분들이 더욱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계속 혁신할 것입니다.


"갤럭시 경험의 중심"을 논하기엔 최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행해지는 광고 삽입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이며, "갤럭시 에코시스템"을 논하기엔 최근에 빅스비를 최종적으로 포기할 가능성이 보도되는 등의 반대되는 모습이 비춰진다. 


물론 빅스비를 좋아하지도, 개선할 필요성이 시급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삼성 이코시스템이 있어서 빅스비의 포기는 '구글의 견제 목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삼성은 애플과 다르게 스마트폰, 노트북, 컴퓨터만 만드는 기업이 아니다. 정확하게는 우리 삶을 유지해주는 거의 모든 가전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갤럭시 기기를 사용한다고 하여 애플과 같은 끈끈한 결합성이 있다고는 단 한번도 느껴본적 없다. Smarthings과 같은 여러가지 시도는 해보고 있지만, 그 연결성이 매끄럽다고 느끼지도 못했거니와, Microsoft와 협업을 본격적으로 한 것 치고는 Windows와의 연계성이 빈약하다.


이번 갤럭시 노트 20의 언팩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성이 있어 보이지만, 현재의 전략은 그다지 옳은 방향성을 갖추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상이다.


Google in Talks to Take Over More Search Tasks on Samsung Phones :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0-07-29/google-in-talks-to-take-over-more-search-tasks-on-samsung-phones

[기고문] 넥스트 노멀 시대, 모바일이 나아갈 길 : 
https://news.samsung.com/kr/기고문-넥스트-노멀-시대-모바일이-나아갈-길

삼성, 갤럭시S20 'FE' 10월 출시...90만원대
http://www.thelec.kr/news/articleView.html?idxno=6777

Samsung reportedly switches to an ODM to make upcoming Galaxy A models
https://www.notebookcheck.net/Samsung-reportedly-switches-to-an-ODM-to-make-upcoming-Galaxy-A-models.443210.0.html


관련 글: 


매거진의 이전글 삼성은 날씨 앱에 광고를 넣지 말았어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