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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릭 Jun 14. 2020

삼성은 날씨 앱에
광고를 넣지 말았어야 한다.

깨져버린 신뢰, 그리고 추락하는 갤럭시 평판.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이 가지는 의미는 대단하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며, 모두가 아는 기업이자, 스마트폰 판매로 수익을 내는 몇 안 되는 기업이기도 하다.


이렇게 업계의 선두를 탈환하기까지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는 다사다난한 여정을 겪었다. 그동안 모토로라, 노키아, 그리고 HTC와 같은 기존 거장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지금의 스마트폰 시장은 10년 전과 많이 다른 모습이 되었다.


이렇게 급변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더더욱 부각되고 있으며, 필자는 삼성이 이에 대한 별다른 수익구조 모델이 없다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물론 이런 수익구조를 적절한 서비스와 융합하여 애플과 같이 수익을 내라는 의미였지만, 삼성은 다른 의미로써 받아들인 모양이다.

OneUI 2.5 업데이트 이후 추가된 날씨 앱 상단 배너로 인하여 현재 커뮤니티가 뒤집힌 건 이쪽 업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알 법한 내용이지만, 휴대폰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아직까지도 모를법한 내용이기도 하다. 이러나 저러나, 사건의 요점은 "기본 날씨 앱에 광고가 추가되었다는 것".


사실 삼성이 기본 앱에 광고를 넣기 시작한 건 꽤나 오래전부터 유지된 내용이다. 오히려 삼성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보일 법도 한데, 여태까지 다른 앱에 추가할 때는 큰 이슈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 페이는 갤럭시가 제공하는 가장 대표적인 광고가 들어가는 서비스다. 카드를 고를 때부터 메인화면까지 상단 배너를 노출하고 있으며, 이용자가 가장 광고를 많이 접할법한 서비스이기도 하다. 갤럭시 스토어도 비슷한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뿔났다.


그 이유는 간단한데, 삼성이 이러한 광고를 더 많은 앱에서 노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날씨 앱에서 추가된 광고 배너가 의미하는 바는 생각보다 크다. 일단 기본적으로 삼성이 광고를 추가하는 영역이 단순히 "서비스와의 연관성"으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가 알 수 있다.


이는 앞으로 삼성이 마음만 먹는다면 문자메시지 앱에, 전화 앱에, 설정 앱에, 그리고 거의 모든 기본 앱에 광고를 넣을 여지가 있음을 의미한다. 말이 안 되는 소리 같은가? 그러면 애초에 날씨 앱에 연관성도 없는 광고를 넣는 건 말이 되는가?

삼성이 처음 OneUI를 내놓을 때, 한 손 조작을 이유로 상단 공간을 Viewing Area로 지칭하고, 하단 공간을 Interaction Area로 지칭한 바 있다. 이는 유저가 상호작용하는 모든 UI 엘리먼트를 하단으로 배치하고, 상단에 큰 공간을 남기는 다소 이색적인 UI 디자인이기도 했다.


만약 이 Viewing Area를 처음부터 광고 공간을 고려하여 디자인한 거라면, 삼성의 내다보고 있는 빅픽쳐가 무엇일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확실한 건 악(惡) 수에 가깝다는 인상뿐이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수익을 가장 잘 내는 기업은 애플이다. 만약 이 시장에서 돈의 흐름이 어떠한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보고 싶다면, 애플을 유심히 관찰하면 대부분의 답을 얻을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애플은 자사 소프트웨어에 광고를 넣지 않는다.


물론 애플도 자사 서비스를 사용하라는 집착이 다소 심한 감은 있지만, 서비스는 서비스일 뿐, 삼성처럼 일관성 없는 광고판을 따로 만들어서 유저의 사용감을 해치진 않았다. 이는 애플이 현재 내세우고 있는 프리미엄 마케팅에 어울리지도 않으며, 여러 의미로 악영향을 끼칠 뿐인 결정이다.


삼성은 아직까지도 유저들이 "플래그쉽"과 "프리미엄"기기를 구매할 때, 무엇이 심리적으로 소비자들을 구매까지 이끄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모습이다. 그러지 않고선 이러한 초짜 같은 실수를 낼 리가 없다.


플래그쉽과 프리미엄 기기를 논할 때 중요한 건 성능과 디자인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단편적인 관찰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의 프리미엄 기기를 구매할 때는 브랜드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리고자 구매하는 것이다.


이는 성능, 디자인과 같은 단편적인 요소부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서비스 케어와 같은 내부적인 요소를 모두 요구한다는 의미다. 삼성은 S시리즈와 A 시리즈 간의 업데이트 횟수에 대한 차별을 두고 있지 않다. 물론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점은 칭찬하지만, 모든 기기가 메이저 2년이라는 게 납득 가능한 횟수인진 모르겠다.

S 시리즈: 삼성이 내세우는 플래그쉽 라인업
Note 시리즈: 삼성이 내세우는 프리미엄 라인업
A 시리즈: 삼성이 내세우는 저가 ~ 중저가형 라인업
J & on 시리즈: 현재는 중단, 삼성의 저가 라인업

아울러 삼성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Phased implementation (단계별 구현)을 통하여 제공하고 있는데, 애플이 택하고 있는 Parallel implementation (병렬 구현)과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애플은 자사가 지원하고자 하는 모든 기기에 대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동시에 배포하지만, 삼성은 기기별로 다른 시점에 제공한다는 의미다.


물론 삼성의 업데이트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며, 삼성처럼 기기의 대수가 압도적으로 많을 때는 필연적인 결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이 또한 S시리즈와 A 시리즈의 구분을 짓지 않고 있는데, 가격이 가장 높은 플래그쉽 제품의 업데이트가 완료된 이후에 A 시리즈를 업데이트하는 게 더 사업적으로 옳은 결정이 아닐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광고라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하여금 어떠한 방식으로 비추어지는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본인이 160만 원짜리 갤럭시 S20 Ultra를 구매했는데, 기본 앱에 광고가 표시되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삼성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유저가 남긴 비꼬는 듯한 건의에도 저런 식으로 역으로 비꼬아서 답변을 할 시간이 남아도는 걸 보니 말이다. 일단 유저가 비꼰 건지 몰랐다고 해도 커뮤니티 대응 직원으로선 실책이고, 비꼰 걸 알았으면서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건 회사의 이미지를 담당하는 직원으로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차후에 논란이 된 이후 사과했다.)


결론적으로, 삼성은 다시 한번 플래그쉽에 대한 정의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올해 1분기 실적이 대략 -20%를 찍었다는 보고서도 있던데, 그로 인한 무리수가 아닐까 싶다. 이러나저러나 단기적인 실적을 쫒아서 광고를 넣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 최소한, 그동안 나는 삼성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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