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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릭 May 03. 2020

아이폰 SE2가 바꿔놓을 삼성의 중저가폰 전략.

이상적. 그러나 합리적.


   애플이 이번에 내놓은 아이폰 SE (2세대)의 제품 슬로건이다. 하이엔드 디바이스를 중심적으로 판매하는 기업이, 자사 제품 슬로건에 "합리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가격을 포커스로 맞춘다는 것은 보기보다 의미가 크다.

애플의 공식 홈페이지 - 아이폰 SE 소개 페이지

애플의 과감한 변화는 단순 슬로건에서만 적용되는 게 아니었는데, 제품의 소개 페이지에서도 첫 화면에 가격부터 표시하는 전례 없는 레이아웃을 선보였다.

이는 지금까지도 판매 중인 아이폰 11과 아이폰 11 프로에는 해당이 없는 사안이며, 여태까지 애플이 출시한 모든 제품은 소개 페이지에서 가격과 관련된 언급을 배제하는 경우가 많았다.



왜 아이폰 SE 2를 내놓았는가?

엄연히 따지자면 애플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iPhone 5C를 시작으로 저렴한 아이폰을 선보이고자 했으나 실패했고, iPhone SE를 통한 (비교적) 저렴한 아이폰을 선보인 전례도 있다.


다만, 애플의 이러한 저렴한 기기들은 소비자 입장에서 봤을 때 그다지 저렴한 기기도 아니었고, 그 당시에는 안드로이드가 중저가 시장을 꽉 잡고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애플이 저렴하다고 내놓은 기기가 타사의 플래그쉽과 맞먹는 가격이라면, 시장에서 왜 실패했는지는 크게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시간은 그렇게 흘렀고, 저렴하게 스마트폰을 판매하던 중국 제조사들의 가격이 일제히 올라갔다. 삼성은 자사 플래그쉽인 갤럭시 S20의 시작가를 120만원대에 책정했고, 더 이상 플래그쉽의 성능을 갖춘 50 ~ 70 만원대의 준 플래그쉽 기기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여기에 더불어 기존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던 유저층의 휴대폰 교체시기가 임박했다는 점도 맞물려 작용한다. 소비자의 평균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거의 4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아이폰 6부터 아이폰 7 유저들이 휴대폰을 교체할 시기가 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홈버튼을 고수하는 유저들이 상당한 편이고, 비싼 스마트폰을 구매할 여력이 없는 고령층이나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아이폰이 부재인 것도 애플에게는 문제로 다가왔을 것이다.



아이폰 SE는 여타 안드로이드 중저가와 무엇이 다른가?

"가격 대비 성능"을 의미하는 가성비는 스마트폰 업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단어다. 최근에는 성능뿐만이 아닌, 전반적인 제품의 가격 대비 만족도를 의미하는 단어로 변질되고 있는데, 이번 아이폰 SE는 어찌 보면 이 단어에 가장 근접한 제품이다.


무엇보다 여태까지의 중저가 스마트폰의 트렌드였다면, 플래그쉽에 탑재하는 것보다 낮은 성능의 AP, 램 용량, 마감 (재질), 기능, 카메라를 비롯한 소비자들이 판별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원가 절감을 하는 것이 가장 흔한 수법이었다.


이와 같은 원가절감은 삼성의 중급기 스마트폰 라인업인 A 시리즈의 제품군중 상당수는 후면 마감이 '글라스틱' 소재로 되어있다는 점을 예시로 꼽을 수 있겠다. 글라스틱은 유리처럼 보이는 플라스틱이 재질이며, 유리보다 저렴한 재질이다. 그 외에는 무선충전과 같은 하드웨어적인 기능과, 삼성 페이와 같은 하드 & 소프트웨어적인 편의기능이 A 시리즈에서는 빠지는 등의 차별화를 꼽을 수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외관을 그럴싸하게 만들어놓고, 뺄 수 있는 부분에서 원가 절감을 최대한으로 하는 것이 여태까지의 중저가형 스마트폰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 아이폰 SE는 이러한 트렌드의 정반대를 택했다.


여태까지 사용해온 아이폰 8의 바디를 그대로 계승하여 원가를 줄였고, 외관보다는 내실에 힘을 쓰는 선택을 했다. 무엇보다 번쩍이는 베젤레스 디스플레이를 채택하지도 않았으며, 유행 중인 멀티 렌즈를 탑재하지도 않았다.


그 대신, 스마트폰의 두뇌라고도 할 수 있는 AP를 아이폰 11, 11 프로와 동일한 A13 바이오닉 칩셋을 채택했고, 무선충전도 지원하며, NFC 규격의 애플 페이도 지원한다. 램은 1기가 줄었지만, 작년 아이폰 XR, XS와 동일한 용량이기에 여전히 아이폰 치고는 높은 축에 속한다.


삼성으로 따진다면 갤럭시 S20에 탑재되는 스냅드래곤 865 칩셋이 자사 중저가인 갤럭시 A51에도 탑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당히 희한한 정책인데, 애플이기에 가능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왜 아이폰만 가능한가?

다른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은 여러 가지 원가절감을 해도 수익이 거의 안나는 상황이라면, 어째서 애플은 아이폰 SE의 출시를 가능케 했을까? 이는 애플의 수익구조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는데, 무엇보다 서비스의 비중을 늘려온 애플에게 있어서, 아이폰 SE의 출시는 하드웨어적인 수익보다는 이러한 서비스 수익을 중심으로 둔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폰 SE를 통하여 유입된 소비자가, 애플 앱스토어에서 앱을 결제하고, 애플 뮤직을 통하여 노래를 듣고, 애플 티비를 통하여 영화를 시청하고, 애플 페이를 통하여 결제를 하는 등의 연계적인 수익을 발생시킨다면, 비교적 하드웨어 수익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아울러 최신 칩셋과 관련된 결정은, 무엇보다 본인들이 직접 설계한 칩셋이고, 일정 물량을 이미 생산해놨기에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서 택한 선택일 수도 있다. 더군다나, 애플은 다른 기업처럼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여러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기에, 스펙을 나누기 어렵다는 점도 한몫한다.


애플이 아이폰이라는 브랜드를 지어오기 위해서, 여태까지 여러 가지 고가 마케팅을 펼쳐왔고, 소비자가 우선이라는 식의 모토를 내세웠기에, 아이폰의 브랜드를 달고 삼성과 같은 기능적 제한 및 마감 원가 절감과 같은 티어 구분을 하기도 애매하다.


그렇기에 전례 없는 타사들과 정반대의 제품이 탄생한 것이고, 겉만 번지르르한 제품이 아닌, 외관적인 측면을 포기하면서도, 내실은 단단히 챙긴 제품이 탄생했다는 의미다.


그럼 아이폰 SE 2가 완벽한 스마트폰일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애플의 아이폰 SE의 하드웨어적인 티어 구분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외관적인 측면은 아직까지 아쉬움이 많다. 무엇보다 베젤레스 디스플레이의 탑재가 안된 것과, 카메라와 같은 주요 기능의 티어 구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홈버튼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기도 하고, 카메라와 같은 주요 기능의 성능이 부족한 건 55만원대의 스마트폰 몫은 충분히 한다고 평가하기에, 어쭙잖은 중저가형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것보다, 아이폰 SE 2를 구매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소비라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안드로이드 제품군의 가장 큰 문제인 부실한 사후 지원은 아이폰에서 크게 걱정할 문제가 없고, 앞서 언급한 일반 소비자가 거르기 쉽지 않은 꼼수 원가 절감 또한 보이지 않은 제품이기에 더더욱 쉽게 권장하기 좋은 제품이라고 평가한다.



삼성의 변화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삼성의 중저가형 비즈니스 모델은 아이폰 SE의 등장으로 변화의 필요성이 생겼다. 자잘한 기능과 여러가지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에 급급하기보다는, 서비스적인 수익을 늘려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삼성의 현재 스마트폰 비즈니스 모델은 꽤나 오래전부터 적색 불이 켜진 바 있고,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물량 공세에서 이기기 쉬운 싸움도 아니다. 화웨이, 샤오미, 오포를 비롯한 유명 중국 제조사들의 스마트폰 완성도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발전하고 있으며,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 더더욱 어려운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삼성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기에 애플과 같은 앱 마켓 수수료 장사를 할 수도 없으며,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 플랫폼도 없다. 하드웨어적인 판매로 스마트폰의 수익을 대부분 내야 한다는 것인데, 이와 같은 수익 구조로 인한 한계는 명확하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수익이 없으니, 로열 고객 형성을 위한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렵고, 하드웨어적인 수익에 의존하기 위해서 더 많은 갤럭시 제품군을 출시하게 되는 압박도 가중된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관련된 문제는 여태까지 삼성의 스마트폰 가격이 애플의 아이폰보다 낮았으니 어느정도 타협이 가능했다고 고려하더라도, 삼성의 최신작인 갤럭시 S20의 가격은 아이폰에 견줄 수 있을 만큼 올라갔다.


같은 130만원대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삼성의 스마트폰은 업데이트가 2년 뒤에 메이저 판올림이 중단되고, 경쟁작은 5년에서 6년까지 지원한다고 고려한다면, 어떤 고객이 짧은 업데이트 기간을 선호하겠는가?

Samsung Galaxy S20 Unpacked - Price

삼성도 이와 관련된 문제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지, 이번에 삼성에서는 절대 선보이지 않을 법한 행보를 보였다. 갤럭시 S20 런칭과 동시에 기존작인 갤럭시 S10의 판매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것인데, 이는 보급형을 주로 판매하지 않는 애플이 주로 사용하던 전략이다.


여태까지 삼성이 저러한 전략을 선보이지 않은 이유는 간단한데, 무엇보다 하드웨어로 수익을 내는 회사가 이전 플래그쉽을 가격까지 인하하면서 판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플래그쉽을 구매하려는 고정 수요는 일정한데, 작년 버전의 플래그쉽을 낮은 가격에 판매하면서까지 수요를 가를 필요가 있을까?


특히 사실상 10만원 간격으로 매년 새로운 라인업을 채워서, 어떤 가격대라도 구매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의 여태까지의 삼성의 전략이었는데, 전년도 플래그쉽의 가격을 낮춰서 팀킬을 할 필요성이 없다.


그렇다면 삼성이 저러한 결정을 올해에 내놓은 이유를 어느정도 유추해볼 수 있는데, 가장 유력한 이유는 급격한 가격 인상을 꼽을 수 있겠다. 무엇보다 여태까지의 삼성 플래그쉽 수요는 100만원 안팎의 가격을 고수해왔고, 급작스러운 2, 30만원대의 인상을 우려하여 전작 플래그쉽을 유지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2020년에 갤럭시 S10을 구매한 고객들에게 1년의 업데이트만 제공하고 중단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데; 그렇게 된다면, 삼성의 플래그쉽 라인업 중에서 최초로 3년 메이저 업데이트를 받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바라본다면, 삼성에도 어느 정도의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음은 알 수 있다.


애플이 여태까지 한 번도 '제대로' 침범하지 않았던 중저가형 시장에 크나큰 폭탄을 투하했으니, 삼성에게도 이를 대응할 방어책은 필요할 것이고, 지금과 같은 티어 구분으로는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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