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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릭 Jan 19. 2020

아니, EU는 아이폰에 USB-C를 강제할 수 없다.

라이트닝, USB-C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EU

본 내용은 (인포그래픽) 영상으로도 제공됩니다


2014년, 유럽 연맹은 애플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법안을 기획했습니다. "European charger standard"라고도 불리는 이 법안은 유럽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스마트폰이 표준 포트 규격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죠.


이 법안이 시행되면 유럽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스마트폰은 표준 규격의 포트를 사용해야 되며, 충전기의 암페어 등을 범위 내로 통일화해야 됩니다.


물론 휴대폰의 포트 통일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피쳐폰 시절 때는 기기마다 충전기가 달라서 별도 어댑터를 들고 다녀야 했고, 스마트폰 초창기에도 충전기와 관련된 통일화는 완성될 징조가 보이지 않았죠.


Micro-USB가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탑재되기 시작한 시점인 2013 ~ 2014년, 애플은 이미 앞뒤 구분 없고, 얇고, 훨씬 기술적으로 우위인 라이트닝 규격을 버릴 이유가 없었습니다. 특히 Made For iPhone 인증으로 버는 돈이 꽤 쏠쏠했거든요.


이미 많은 제조사들이 자발적으로 Micro-USB를 탑재한 시점에서, 애플이 거의 유일하게 독자 규격을 사용하는 회사라면, 앞서 언급한 유럽 충전 규격화 법안이 누구를 겨냥하고 만든 건지는 굳이 두 번 언급할 필요도 없겠죠.


그래서 법안 제의가 시작됐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언급할 내용이 있는데, 해당 내용을 뉴스 기사들이 난리 법석을 치면서 보도하길래 전 이 법안이 상정이라도 된 줄 알았습니다. 근데 상정은커녕, 그냥 몇 명 정도가 언급한 수준으로 그쳤습니다. 즉슨 이게 실제로 법제화가 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것.


이러나저러나 법안이 실제로 상정이 된다고 치더라도, 연합 정부의 법제화 움직임은 느리고, 기술은 빠르게 변화합니다. 무려 6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갈 동안 표준은 Micro-USB는 USB-C로 바뀌었죠. 


그럼 표준을 처음 법안에서 USB-C로 바꾸면 되는 거 아니냐?


그리 간단하지 만은 않습니다. 공돌이들 수백 명 모아놓고 USB-C를 표준으로 삼자는 투표는 단 몇 초도 걸리지 않겠지만, 유럽 의회에서 모든 검토 과정을 거치는 데는 무려 월 단위의 시간을 잡아먹죠.


만약 모든 법안이 통과된다고 치더라도, 제조사들에게 법적으로 이를 이행할 최소한의 기간까지 고려한다면, 그리고 그 기간이 최소 몇 년 단위의 기간이라면, 그때까지 과연 애플이 라이트닝을 채택할지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더 많은 무선 표준 규격이 나오는 이 시점에서, 아마 USB-C는 스마트폰에게 있어서 마지막 포트가 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얼마 전에 말이 나왔던 완전 무선 아이폰이 나올지도 모르죠. 확실한 건 법안이 실제로 효력을 갖게 되는 시점에서 애플은 이미 아이폰에 아이패드와 맥북을 따라 USB-C를 채택하거나, 아예 무선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저는 아직까지도 이 법안이 실로 의미가 없고, 실효성이 없기에 효력을 갖게 될리는 없다고 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이 법안의 취지는 "스마트폰들 포트를 통일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쓰레기가 생기게 되고, 이는 환경 친화적이지 않다"라는 게 처음 밝힌 이유였는데, 그렇다고 지금 와서 라이트닝을 USB-C로 바꾸면서 기존에 생산된 모든 라이트닝 액세서리를 바꾸라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못해, 모순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론적으로, EU는 애플에게 USB-C를 강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애초에 법안 자체가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않았으며, 될 가능성도 낮죠. 1만 보 양보해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법안이 실효성을 갖게 되는 시점엔 이미 애플이 다른 솔루션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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