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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릭 Oct 22. 2023

작은 불편함은 계기가 된다.

뮤즈캣 개발일지 - Alpha 1

오락실을 가본 적이 있는가? 

비록 시대의 흐름에서 사라져 가는 추세이지만, 각자 생각나는 게임은 하나쯤 있을 것이다.

때론 함께, 때론 혼자서 노래에 맞춰 플레이하는 리듬게임이란 장르는 특히 오락실에서 할 때 즐겁다. 개인적으론 타인과 경쟁하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실력을 갖추어 나가는 장르적 특징 또한 상당히 좋아한다. 키보드와 마우스, 컨트롤러와 같은 획일적인 인풋 방식이 아닌 여러 악기를 오마주한 독특한 플레이 방식 또한 오락실에서 제공하는 리듬게임만의 특징이다.


이러한 연유로 오랜 해외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오락실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다양한 문화 속에서 각각의 나라마다 오락실의 모습이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때론 흥미롭기도 하다.



한국 상륙!

그러던 와중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한국에 잠시 거주하게 되었다.


여태까지는 구글맵을 통해 오락실을 탐색하고 다녔지만, 난감하게도 한국은 구글맵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 지구상에 몇 없는 국가다.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 지도는 구글과 같은 포괄적인 검색을 지원하지 않았고, 대한민국에서 오락실을 위치별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플랫폼은 존재하지 않았다.

Google Maps - "Arcade"(오락실) 검색결과

나는 어느 때와 다르지 않게 나는 지인과의 식사자리에서 이와 같은 볼멘소리를 내었고

그럼 같이 만들어보는 건 어때?
안 그래도 내가 만들고 싶었거든. 그거.

대충 푸념이나 늘어놓던 잡담에서 예상외의 진지한 답변이 돌아왔다.



까짓 거 해보지 뭐.

비록 웹 개발은커녕 HTML, CSS, JS조차 한 번도 다뤄본 적이 없는 처지지만, 내가 지금 안 하면 다음은 없을 것 같았다. 성공도 실패도 끝이 아니고, 중요한 것은 지속하는 마음가짐이라고 하니 나에겐 잃을 것 없는 장사 아니겠는가?


이렇게 시작된 뮤즈캣 개발은 프로젝트 뮤즈파인더라는 칭호를 달고 탄생했다. 거창한 능력도, 계획도, 자금도 없는 2명의 청년이 경험을 위해 취미 삼아 시작한 가벼운 프로젝트다.

초창기 뮤즈파인더 컨셉 디자인

실무 프로젝트에 대한 어떠한 경험도 없으니 초기에는 상당한 방황을 했다. 수십 번의 뒤엎음의 연속을 겪고, 당찬 포부와 계획은 상당 부분 현실적으로 조정됐다. 기술(능력)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포기할 수 없는 코어 기능들에 치중했다.



때로는 타협이 필요하다.

뮤즈파인더 개발 당시 Notion

개인 포폴작업용 프로젝트와 실제 유저가 사용하는 프로젝트의 가장 큰 차이점은 현실적인 요소가 가미된다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타협, 끝없는 토론, 기능적 구현, 구현 방식까지 모든 것이 충돌한다. 각자 원하는 방향이 있고 이를 모두 충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1인 개발이라면 A-Z까지 모든 것을 내 맘대로 제작할 수 있겠지만 타인과 공동으로 제작되는 프로젝트라면 필연적으로 이해관계의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6개월간의 개발동안 많은 갈등이 있었고 서로 타협한 부분도 많다.


뮤즈캣을 개발하면서 배웠던 것은 개발 역량보다도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아닐까 싶다. 개발이야 의지와 끈기만 있다면 그 누구든 유튜브를 보면서 배울 수 있다. 모든 과목에 해당되겠지만 PhD를 하는 게 아닌 이상 학부생 수준의 지식은 인터넷에서 자습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타인과 상호작용하며 적절한 타협점을 만들고, 생산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내 맘대로 컨트롤이 되지 않는 요소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일적으로 발생한 갈등이 감정적으로 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돌이켜 보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프로젝트 치고 생각보다 많은 호응과 더 많은 전념이 들어간 것 같다. 기대한 가치보다 훨씬 더 값진 교훈을 배웠고, 많은 경험을 얻었다. 무엇보다 차기 프로젝트를 개발할 때 훌륭한 밑바탕이 될 것 같아 기쁘다.


앞으로 서술할 개발일지에선 개발을 하는 일련의 과정과 더불어 배운 경험을 나열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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