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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릭 Jun 09. 2024

WWDC24 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Apple WWDC 2024 까지 24시간.


AI 그리고 AI

2024년의 화두는 다름 아닌 AI이다. 올해의 WWDC(세계 개발자 회의)는 AI로 시작해서 AI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애플은 지난 수년간 AI를 위한 칩셋인 NPU(Neural Processing Unit)를 가장 적극적으로 탑재하는 기업 중 하나다.


이와 더불어, 이미 iOS는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키보드를 비롯하여 수년간의 다양한 기능에 AI를 추가했다. 단, 이 중 대부분이 유행하고 있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AI 타입이 아니라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특히 시리가 수년간 개선되지 못했다는 점은 더더욱 이를 분명하게 한다.


애플은 AI에 투자하지 않았나?

내부 인사의 발언을 보면 애플 내에서는 여태까지 LLM 모델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인 문제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AI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기업 이미지 훼손을 다른 기업보다 더 우려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시리에 ChatGPT와 같은 LLM 모델을 적용하는 것은 애플로서는 상당히 상반되는 기조를 보인다. 따라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LLM 모델이 애플의 주류가 될 수 있을지는 개인적으로 확신할 수 없다.


ChatGPT 엔진을 탑재하는 이유

애플은 시스템 소프트웨어에 있어서 타사와 공존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전적이 있다. 특히 차세대 먹거리가 될 수 있는 AI의 주도권을 타 기업에 넘기는 것 또한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차후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구글처럼 지속적인 수익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애플은 자체 모델 구축을 유력하게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LLM 모델 기반의 AI들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현재로서 타파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감안했을 때, ChatGPT가 이를 대신 제공함으로써 애플은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오명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무슨 기능을 기대할 수 있는가?

현재 루머로 나온 이야기는 몇 가지가 존재한다. 전반적으로 시스템 기본 앱들에 AI가 보다 세밀하게 관여하는 기능 위주로 구현될 것이다. 예를 들어, 사진에서 특정 요소를 제거한다거나, 음성 녹음에서 요약 관리를 하는 기능은 매우 유력한 후보이다. 특히 Podcast 앱에서는 실제로 이미 관련 내부 API를 사용하여 실시간 자막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Pages, Keynote와 같은 자체 생산성 앱들에게도 AI 기능이 부여될지 여부가 큰 관심사다.



iOS & iPadOS

WWDC에서 항상 주요 라인업이 되는 것은 바로 iOS와 iPadOS이다. 이들은 매년 가장 역동적으로 변하며 애플을 대표하는 라인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큰 디자인 변화 없이 내실을 다지는 편이었으며, 특히 경쟁자인 안드로이드가 수차례 메이저 리디자인을 강행할 때도 iOS는 큰 변화 없이 일관된 모습을 유지해왔다.


VisionOS의 등장

애플은 역대 10년간 내놓은 제품 라인업의 궤를 달리하는 Apple Vision Pro를 출시했다. 이는 지난 수년간 미적지근하던 AR, VR 카테고리를 개척하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지고 나온 제품이다. 그러나, 올해의 화두가 AI로 집중되면서 Vision Pro에 대한 이목이 약간 분산되는 경향이 있어 다소 아쉬운 면이 있다. 단, 이는 애플이 Vision Pro를 허투루 준비했다는 의미는 절대로 아니다.


내부적인 OS와 전반적인 만듦새는 항상 애플답게 훌륭했다. 특히 iOS와 iPadOS가 VisionOS의 디자인 언어를 일부 차용할 것이라는 루머가 있었으나, AI 기능 추가를 강행하면서 디자인 변경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iOS 7이 2013년 출시된 이후 11년 만에 대대적인 디자인 변화가 될 것이다.



EU에서 불어온 강풍

올해는 애플에게 어려운 해다. 특히 자국인 미국을 포함하여 EU까지 주요 시장에서 애플은 큰 견제를 받고 있다. EU는 애플 아이폰의 USB-C 탑재를 강제했으며, 주수익원인 반독점 행위의 대부분에 철퇴를 가했다.


이로 인해 단일 앱스토어 규정이 깨졌고, 웹브라우저 선택권 등 기존 iOS가 제공하지 않던 선택권이 소비자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이를 구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겠지만,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소모되는 일이다. 따라서 올해 WWDC에서 애플이 이러한 규제를 얼마나 잘 구현하고 적용했을지 그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Privacy? 광고 차단?

"Intelligent Search"를 통하여 더 나은 웹 검색 결과를 제공할 것이라는 루머가 존재한다. 또한 "Web Eraser"라는 기능은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웹사이트 요소를 제거할 수 있게 한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의 저널리즘 협회는 애플이 웹사이트에서 광고를 막음으로써 자신들의 존속을 압박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애플이 이러한 항의를 무릅쓰고 사파리에 광고 차단 기능을 반영할지는 아직 고려 중이다. 만약 애플이 이를 감내할 수 있다면, 애플 뉴스 플랫폼을 더욱 공고히 하고 뉴스 앱의 출시를 압박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적인 반독점법 위반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더 큰 부담을 질 수 있는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iMessage

iMessage는 애플 기기 간에 암호화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통신 프로토콜이다. 기본 메시지 앱에 내장되어 있으며,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이를 사용할 수 없다. EU가 이를 문제 삼아 강제로 오픈 규격인 RCS를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여기서 애플은 RCS를 지원하면서도 iMessage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치거나, 안드로이드용 iMessage 앱을 출시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물론 양쪽 모두 애플에게 구미가 당기는 제안은 아닐 것이다.


애플은 과거 안드로이드용 iMessage 앱의 출시를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그 당시 이는 아이폰 판매량 감소와 경쟁력 약화라는 우려로 인해 무산되었다. 애플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SMS와 iMessage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제공하며 iMessage의 우월성을 대비시켜왔다. 그러나, 애플이 강제로 RCS를 제공하게 되면서 iMessage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극적인 대비효과는 사라질 것이다.


물론 iMessage가 RCS가 가지지 못한 종단간 암호화나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할 수 있겠지만, 일반 사용자 수준에서 아이폰을 지속적으로 구매할 명분을 제공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따라서 차라리 iMessage의 안드로이드 앱 출시를 통해 메시지 플랫폼 시장에서의 역전을 노려보는 것도 가능성 있는 선택지다. WWDC에서 RCS 기능을 얼마나 강조할지가 향후 애플의 행보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패스워드 매니저 (패스키)

수년 전부터 IT 업계는 비밀번호의 대체안을 본격적으로 찾아 나섰다. "Sign in with XXX"은 8~9년 전부터 실용화되었지만, 하나의 계정에 다른 서비스가 종속되는 것 자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비밀번호가 가져오는 보안 리스크는 인터넷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FIDO 얼라이언스는 패스키를 통한 로그인 표준 규격을 확립하고, 지난 1~2년부터 Apple, Google, Microsoft와 같은 기업들이 시범적으로 운용에 나섰다. 이 과정 속에서 각 플랫폼을 갖춘 기업들이 자체적인 패스워드 매니저 솔루션을 제공하여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


애플은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해 올해부터 설정에 종속된 비밀번호 저장 기능을 자체적인 앱으로 출시하고자 한다는 루머가 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앱스토어에 존재하던 1Password, LastPass와 같은 기업들에게 큰 위협이 될 예정이다. 에어태그 출시 이후 Tile이 큰 타격을 받은 것처럼, 다시 한 번 독점법 위반에 대한 논쟁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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