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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밥에 대한 추억이 없다
학교 기숙사 친구들이
집밥 먹고 싶다고 칭얼거릴 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회사 동료들이
집밥 먹고 싶다고 한숨 쉴 때
나는 공감할 수 없어 말없이 듣기만 했다
나는 집이 없었고 그래서
집에서 먹는 밥이 무슨 맛인지 몰랐다
내가 끼니로 자주 먹던 음식은
보름달빵이나, 크림빵 등
동네슈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이것들이 내 주식이자 집밥이었다
직장인이 된 지금은
회사 근처 식당에서 사 먹지만
요즘도 종종 퇴근길에 슈퍼에서
빵을 사가곤 한다
늘 같은 빵을 먹으며 잠시 눈을 감는다
익숙하지만
질리지 않은 식감
부드러움과 달콤함이
입안 가득 넘실거리고
나는 잠시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을 켠 후 마주했을 것 같은
마지막 환상 속을 헤맨다
난 언제까지 이 빵을 먹고 있을까
이 빵은 대체 언제쯤 맛이 없어질까
사람들이 말하는
보통의 행복은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 내게
인생에서 행복한 적 있냐고
묻는다면
지금 이 순간을 떠올릴 것이다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혼자 눈을 감고
빵을 오물거리던 순간
오직 나만의 행복
오직 나만 느끼는 맛
행복의 맛
*
이 카피는 너무 어둡고
슬프다는 이유로 내부 협의를 통해
영상화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