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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Nov 17. 2024

집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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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밥에 대한 추억이 없다


학교 기숙사 친구들이

집밥 먹고 싶다고 칭얼거릴 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회사 동료들이

집밥 먹고 싶다고 한숨 쉴 때


나는 공감할 수 없어 말없이 듣기만 했다


나는 집이 없었고 그래서

집에서 먹는 밥이 무슨 맛인지 몰랐다


내가 끼니로 자주 먹던 음식은

보름달빵이나, 크림빵 등

동네슈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이것들이 내 주식이자 집밥이었다


직장인이 된 지금은

회사 근처 식당에서 사 먹지만

요즘도 종종 퇴근길에 슈퍼에서

빵을 사가곤 한다


늘 같은 빵을 먹으며 잠시 눈을 감는다


익숙하지만

질리지 않은 식감


부드러움과 달콤함이

입안 가득 넘실거리고


나는 잠시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을 켠 후 마주했을 것 같은

마지막 환상 속을 헤맨다


난 언제까지 이 빵을 먹고 있을까

이 빵은 대체 언제쯤 맛이 없어질까


사람들이 말하는

보통의 행복은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 내게

인생에서 행복한 적 있냐고

묻는다면


지금 이 순간을 떠올릴 것이다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혼자 눈을 감고

빵을 오물거리던 순간


오직 나만의 행복

오직 나만 느끼는 맛


행복의 맛





*

이 카피는 너무 어둡고

슬프다는 이유로 내부 협의를 통해

영상화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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