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티 젠킨스 감독. 몬스터
에일린(샤를리즈 테론)은 노인에게 총을 겨눈다. 선하게 생긴 남자. 그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고 임신한 딸이 있었다. 손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가 (히치하이커인 척 몸을 팔던) 그녀를 차에 태운 건 바지 지퍼를 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돕기 위해서였다. 에일린의 (거짓) 사연을 듣고 걱정해줬고 구체적 도움을 궁리했다. 에일린의 계획과는 다른 사람. 그녀는 울부짖으며 남자를 쏜다. 사랑하는 이와 연쇄살인혐의로 쫓기고 있었고, 도망칠 수단을 찾고 있었으며 그가 (창녀인) 자신을 통해 욕구를 채우려 하면 죽이고 차를 뺏으려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남자가 아니었고 그녀는 (도덕적으로도) 무고한 그를 죽이고 만다. 자신의 얼굴을 봤으므로.
에일린 우르노스(Aileen Wuornos). 미국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범.
열세 살 때부터 거리의 여자였다. 더 어릴 적부터 학대를 당했다. 성인이 된 그녀는 자살을 결심하고 있었다. 우연히 술집에서 여자(크리스티나 리치)를 만나고 난생처음 누군가 자신을 사랑해준다는 감정을 갖는다. 지키고 싶어 한다. 그 감정을. 그 대상을. 이를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상대 역시 에일린과 감정을 공유하고 둘은 약속한다. 다시 만나기로.
약속 날. 에일린은 데이트 비용이 필요했다. 외상을 밥 먹듯 하고, 하루 벌어먹고사는 거리의 여자였다. 그녀의 피부가, 눈빛이, 차림이, 말투와 걸음걸이가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바쁘게 손님을 받고 돈을 모은다. 거리의 여자를 찾는 남자들이 공손할 리 만무하지만 한 명은 선을 넘는다. 폭력을 휘둘렀고 그녀를 범했다. 그녀는 그에게 총을 쏜다. 살아야 했으니까. 그녀의 첫 번째 살인이었다.
사건은 신문에 났지만 쉽게 묻힌다. 에일린은 같은 방식으로 돈을 모으고 자신과 같이 사는 여자를 행복하게 해 준다. 아니 자신을 처음으로 소중한 사람처럼 대해준 이에게 헌신하고 집착한다. 둘은 놀이공원에 가고 같이 담배를 피운다. 서로를 사랑하고 누구 앞에서도 거리낌 없다. 자신을 사랑하고 알아주는 이와 함께했으니까. 하지만 살인자였다. 이어진 살인은 덜미를 잡히고 그녀는 사형을 선고받는다. 그녀와 사랑에 빠졌던 여잔 에일린을 원망한다. 자신을 위해 살인을 저질렀던 에일린을 여자는 이제 살인사건에 얽매이게 했다며 원망한다. 에일린은 자신의 사랑을 거두지 못하지만 여자는 에일린을 원망하고 그녀를 살인자로 지목한다. 법정에서 여자의 손가락은 정확히, 에일린을 지목한다.
에일린은 괴물이었다. 가족에게 버려지고, 자신까지 버리려 했던 상처 받은 괴물. 어떤 인간이 날 때부터 학대를 받고 싶어 할까? 어떤 인간이 날 때부터 악을 자처할까? 어떤 여인이 날 때부터 창녀를 업으로 자처할까? 에일린의 인생에서 선택은 사치였다. 우리가 고민하는 선택의 기로에 설 수 없었다. 배우지 못했고 생존본능만으로 수컷의 욕정에 자신을 던져야 했다. 그게 벌이의 수단이었고 생존의 방식이었으며 자아가 숙성할 수 없는 연유였다.
배운 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벼랑 끝 인생. 그래도 살인은 나쁘지. 어떻게 돈을 위해 몸을 팔까. 이런 근원적 질문을 던질지 모르겠다. 에일린이 듣는다면 다시 총을 겨눌지도 모를 소리들. 이해할 수 있는 범주 밖에 그녀의 트라우마가 있었고, 생활고가 있었으며, 척박한 환경이 있었다. 몸이 커질수록 어두운 마음 역시 짙어졌고 그녀에겐 요즘 유행하는 소위 ‘인문학적 소양을’ 통해 삶을 다른 관점으로 살아갈만한 여유가 없었다. 욕설과 술병이 난무하는 바에서 외상술을 들이켜는 것만이 전부였다. 해소되지 않는 외로움. 사랑받고 싶은 욕구. 벗어나고 싶은 절망. 몸을 파는 여자에겐 사치였는지, 단순히 사랑받고 싶었던 순수는 결국 그녀를 미국 최초의 여자 연쇄살인범이라는 타이틀에까지 이른다. 가족에게 버려지고 사회에게 버려지고 결국 공식적으로까지 모두의 적이 된 생명. 실화. 운명이라기엔 가혹한, 괴물로 낙인 된 이 여자를 샤를리즈 테론이 미치도록 연기했다. 당시 있었던 모든 영화제의 19개 여우주연상을 석권했다는 것만으로 증명은 충분했다. 2003년 작품. 패티 젠킨스 감독.
에일린 우르노스는
플로리다에서 12년 동안 사형수로 복역하다,
2002년 10월 9일 사형이 집행됐다.
연애의 허상 - 영화와 사랑에 대한 비밀과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