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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굴작가 Nov 16. 2020

직장 내 서열,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회사 생활 단어 사전

                                                                                                                                              


 “조직 개편?”


5월에 갑작스럽게 조직 개편이라니. 기존 그룹장님은 일부만 데리고 다른 조직으로 가시고, 남겨진 우리는 새로운 그룹장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새로운 그룹장이 누가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 예상되는 인물이 몇 있었다.


1순위는 김 수석. 수석 말년 차. 상무를 달아도 될 정도로 연차가 꽉 찼다.

2순위는 이 부장. 개발 지식은 없고, 연차도 낮지만.. 2년을 특진한 떠오르는 별.

김 수석도 이 부장도 아니면, 다른 부서 상무님이 우리 쪽으로 오시려나?


하지만 회사생활에 예상과 짐작이란 각자의 뇌피셜일 뿐..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후보 1순위였던 김 수석이 데리고 있던 박 수석이 그룹장으로 임명된 것이다. 한때 본인은 그룹장, 그 후배는 파트장이었던 관계가 이젠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


"이게 무슨 일 이래? 김 수석이 박 수석한테 왜 밀려???"


소식이 퍼지자 사람들은 수군수군 댔다. 새로운 가십거리의 등장에 반짝이는 눈을 하며, 사람들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일할 때와는 다른 텐션들이었다.

소문에 유독 밝은 문 대리가 이유를 알아냈다.  알고 보니, 그 비운의 수석님은 전무에게 단단히 찍혔었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전무가 지시한 것이  왜 실현 불가능한지 설명하며 직언을 했다는 것.



<회사생활 단어 사전>

직언: 아랫사람한테만 하는 것


… 그래 그럴 수 있어. 그런데 하필 김 수석님 밑에 있던 사람을 위로 올려?

“그 이유는 그 전무만이 알겠지..”
우리는 전무의 평판을 떠올렸다. 그 영악함과 잔인함으로 지금 전무 자리를 꿰찬 개발실의 독사. 우리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둘 사이에 감정의 골은 꽤 깊었던 걸까. 갑에게 직언한 을은, 결국 병에게 밀려 정이 되었다.


회사는 늘 서열이 존재하면서도 언제나 뒤집어질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퇴사하는 부사장의 추천으로 만년 부장이 갑자기 상무가 되기도 하며, 차기 여성 임원으로 주목받던 부장이 만년 부장으로 내려앉고 이 부서 저 부서를 전전하다 퇴직권고 1순위가 되기도 한다.



 <회사생활 단어 사전>

서열: 직급은 서열이 아니다. 서열은 상사의 마음속에 있다.


잘 나가던 사람의 몰락,  얻어걸린 행운아의 등장.

드라마가 따로 없는 미생들의 집합소, 회사.

내가 당사자가 된다면? 오싹하다.


퇴근길. 마음이 무겁다. 오늘 김 수석의 퇴근길은 어떠할까. 그는 가족에게 이 이야기할 것인가? 그의 내일 출근길은 또 어떠할 것인가. 껄끄러운 관계, 결국은 그가  못 버티고 떠나지 않을까 예상하지만 그에게는 중학생 아들이 둘.. 그는 존버 할 것이다.


위로의 말이 오히려 비참함을 일깨울 수가 있다. 응원의 말에 더 풀이 죽을 수 있는 날도 있다. 나는 복도에서 그를 마주쳤지만 아무 이야기도 모르는 사람처럼 그를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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