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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굴작가 Nov 16. 2020

직장 내 진상에 대처하는  방법

관상은 사이언스라고 했던가.


불만이 덕지덕지 붙은 얼굴을 한 김 환장 씨.

그는  매사에 부정적이고, 비아냥 대기 일쑤다. 그런 그 사람이 내 맞은편에서 늘 찡그린 얼굴을 하고 있다.

나는 주로 자료 요청자요, 그는 회신을 주어야 하는 관계다.

정보를 요청하고 받는 것은 업무 중에 기본. 똑같은 요청을 해도 어떤 사람은 삐딱한데 그는 유독 심하다.


“환장 씨. 요청드린 데이터 언제 주셔요? 요청한 지 4일 지났는데..”

“(빈정대며)... 근데 이거 왜 해요?”

“말씀드렸잖아요 메일 본문에.”

“(빈정대며) 봐도 모르겠던데? 이걸로 뭐 하겠단 거예요?”


나는 노트북을 들고 자리로 찾아가 구구절절 설명을 해주려 했다. 그러나 그는 듣지도 않은 채 나무라듯 짜증을 냈다.

“(한심하다는 듯) 자 이거 봅시다. 해당 없잖아요!”

그의 말은 요청사항 2개 중에 한 개가 해당이 없다는 얘기였다.

나는 순간 벙찐 얼굴을 하며,

 “없으면 없다고 회신 주시면 돼요!”라고 쏘아붙였다.

표정으로 그를 향해 쌍욕을 한 후, 나는 자리로 돌아왔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지? 리마인더를 두 번이나 줄 동안 아무 말 없다가 이제 와서 이유가 뭐냐고 추궁하고, 말은 또 왜 저런 식으로 하는 거야? 재수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자리로 돌아왔더니 맞은편에서 구시렁대는 소리가 들린다.

“없다니까 이런 걸 왜 취합하는 건지 참”

“부장님 지시입니다. 부장님께 직접 물어보세요. 다른 분들처럼 없으면 없다고 회신 주시면 됩니다. 몇 번을 얘기해요!”


그는 내 짜증을 듣고 좀 놀랐는지 이내 조용해졌다가 제 자리에서 시부렁거린다. 주변이 조용해졌고, 내 모니터에 여러 개 채팅창이 동시에 켜진다.

“화이팅입니다, 저분 원래 저래요. 저는 아예 저 사람이랑 말 안 섞어요”

“완전 미친놈이죠?ㅜㅜ 유명해요”


음날, 나는 부장님에 커피 타임을 요청했다. 업무에 협조를 안 하는 진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어제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그 오만방자한 태도와 요청의 취지도 이해하지 못하는 덜떨어진 역량에 대해 적나라한 화법으로 욕하고 싶었으나, 내 남은 회사 생활을 위해 가면을 쓰고 최대한 교양 있는 단어를 선택해 그를 씹었다. 다행히도 부장님은 편을 들어주며 본인이 그쪽 상사랑 얘기를 해보겠다고 해주셨다. 러더니 하시는 말.

"울지 그랬어"

"진심이세요?"

"응. 진상한테는 맞서 싸우는 것보다는 눈물이 효과가 좋지"

남자인 부장님은 효과적인 경우를 몇 번 목격했다고 한다. 진상이 진상을 부릴 때 눈물을 흘리게 되면 갑자기 이목을 집중시키며 삽시간에 피해자-가해자 구도를 만들어버린다고. 똑같은 쌈닭을 갑자기 피해자로 만들어 동정 여론을 형성하는 그 스킬.. 아 갖고 싶다.

하지만 이건 분한 경우 눈물을 흘릴 줄 아는 X 염색체에 해당하는 일.

나는 분노할수록 눈물을 메마르고 입을 거칠어지는 상남자 스타일이라, 내 스타일대로 하면 똑같은 진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분할 때 눈물을 흘리는 여자들. 아쉽게도 내 성정상 그러지는 못할 것 같다.


진상을 우아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없다.

눈에는 눈, 진상엔 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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