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는 대학 동창, 직장인 동료들과 송년회로 바쁠 시즌이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조용히 집콕이다. 오랫동안 지인들을 못 봐 아쉬움도 있지만 마음 한켠 안도감(?)이 드는 건 왜일까? 회식에서 건배사 생각하는 것도 은근 부담이고, 대학 친구들 만나 몇 해 전부터 빠지지 않는 단골 주제 '부동산' 얘기하는 것도 불편하다. 동학 개미들의 무용담 듣는 것도 마냥 축하해주지 못하겠다.남들이 부동산 사고 주식 사서 훨훨 날아갈 때 나는 예금 통장 붙들고 낙법 자세로 땅에 딱 달라붙어있던 바보였다. 그땐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그런 바보가 없었다. 토크 소외계층이 되어버린 나.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모임이 없는 게 차라리 잘되었다. 코로나로 좋은 점도 있네. 뜨뜻한 방에서 넷플릭스나 몰아보지 뭐.
돈이 나와 거리두기를 하는 걸까
나는 재테크 책을 평소에 꽤 읽었다고 자부했지만 부동산 상승기를 타지 못했다.(선대인 책이 2권 포함되어있었다.) 2017년, 2018년쯤에는 정부를 믿고 있었다. 저렇게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데 집값은 잡히겠지.. 그리고 경제가 이렇게 안 좋은데.. 그러나 정부와 나의 바람과는 전혀 무관하게도 집값은 고공 행진했다. 이것이 탐욕의 현장이 아니고 무엇인가?! 공포에 사고 탐욕에 팔라고 했으니 좀 기다리자. 그러나.. 그 때가 오히려 기회였다.
지난 4월 코스피가 1800까지 주저앉았을 때 나는 오히려 느긋했다. 왜냐. 들고 있는 주식이 없으니까. 공포에 떨고 있는 주식쟁이들을 보며 어떡하냐며 혀를 끌끌 찼다. 테슬라를 손절을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존버 하기로 한 친구를 보며 주식이란 역시 95%는 잃는 게임이라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 자신을 칭찬했다. 그러나. 그녀에겐 기쁘게도, 나에게는 민망하게도 테슬라는 그때 최저점 85달러를 찍고 지금 660달러가 되었다.
이번엔 비트코인. 비트코인은 무엇인지도 잘 모르기 때문에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3월에 600만 원이던 비트코인이 오늘 3,000만 원을 넘었다는 것만 안다..(눈물) 금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투자 거물도 비트코인을 사고 있다고 한다. 돈 벌려고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난 뭐 하고 있던 거지?
정신 승리로 감당이 안 되는 자산 격차
내가 좀 무지했기로소니 이렇게 까지 자산 격차가 날 일이냐 말이다. 조금 더 나보다 일찍 결혼했을 뿐인데, 새 아파트 살고 싶은 욕심에 무리하게 영끌해서 샀던 대학 동기는 자산가가 되어있고, 절약하고 욕심 안 부렸던 나는 상승장에 철저히 소외되었다. 하지만 누굴 탓하랴. 누구도 나 대신 결정하지 않았다. 오르기 시작할 때 눈치채고 행동했을 수도 있었는데 나는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어'라고 생각했다. 어떤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을까? 모르면서 하는 투자는 투기라며.. 그러나 누군가는 코로나를 기회로 보고 과감히 행동해서 자산을 불렸다. 누가 말했던가. 돈을 벌면 투자요, 돈을 잃으면 투기인 거라고. 사람들은 그저 자신의 자산 증식을 위해 스스로 선택할 뿐이다.
돈 + 지식 + 배짱
물론 모두 결과론적인 얘기다. 지금이 버블의 정점이고 이제 나락으로 떨어질는지는 또 아무도 모르는 거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올해 폭락장의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 팩트다. 투자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격언을 비로소 실감하며.. 연초 금액 그대로 예쁘게 남아있는 '현금'을 보니 울고 싶은 마음이 되었다. 지킨 것인가 잃은 것인가..? 지금 이 순간 나는 반성한다. 투자에 무관심했던 나, 돈과 어느 정도 지식이 있었어도 배짱이 없었던 쫄보인 나를. 결국 돈과 지식과 배짱이 있어야 뭐가 되든 된다. 돈은 쫄보들을 상대해주지 않는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부자 되기를 소망할 것이다.
걸맞은 노력과 냉철한 판단력, 과감한 행동으로 2021년에는 이 글을 읽는 자 모두 부자 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