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개굴작가 Jan 24. 2021

30대에 다시 읽는 <데미안>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 두면 좋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저마다 오직 자기 자신만을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어떤 사람은 둔하게, 어떤 사람은 좀 더 가뿐하게, 누구나 능력껏 노력한다. 누구나 출생의 잔재, 태고의 점액과 알껍데기를 죽을 때까지 품고 다닌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누구든 한 개의 세계를 부숴야 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선과 악이 공존하는 신)."


"당신은 이따금 자신을 남다르게 여기고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간다고 자책하고 있어요. 그런 습관은 버리도록 해요. 불을 보고 구름을 봐요. 예감들이 떠오르고 당신의 영혼 안의 목소리가 말하기 시작하는 즉시, 그것들에게 당신 자신을 맡기도록 해요. 그리고 선생님이나 아버지나 어떤 신이 그것을 좋아하거나 마음에 들어할지 묻지 말아요! 그런 질문을 함으로써 자신을 망가뜨리고, 걸어 다니는 화석이 되고 말죠."


"각성한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의 내면을 확고하게 다지고 결국 어디에 이르든지 간에 자신만의 길을 계속 앞으로 더듬어 나가는 것, 그 한 가지 말고 다른 의무는 결코, 결코, 결코 없었다."


"누구나 자신의 꿈을 찾아내야 해요. 그러면 길이 쉬워지지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꿈은 없어요. 어떤 꿈이든 새로운 꿈에 밀려나기 마련이죠. 어떤 꿈도 붙잡으려고 해서는 안돼요."


"꼬마 싱클레어, 내 말 잘 들어! 나는 떠나야 해. 네 안에 귀를 기울여 봐. 내가 네 안에 있는 것을 알게 될 거야. "





어른이 되어 데미안을 다시 읽었다. 

아마 초등학생 때 혹은 중학생 때 읽어봤으리라. 청소년 필독도서로 읽어야 했던 데미안과 30대가 되어 찾아 읽는 데미안은 무척 달랐다. 성장하는 청춘이 맞닥뜨리는 필연적인 불안함. 그건 30대 중반인 나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며 죽는 날까지 탐구할 수밖에 없는 주제일 것이다.



두 세계

소설은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남자인 것 같으면서도 여자 같으며, 젊은것 같으면서도 늙어 보이기도 하고, 단호한 것 같으면서도 따뜻하지만 냉정하기도 한 데미안의 모습. 데미안의 묘한 분위기와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묘사는 현실을 반영한다. 마구 뒤섞인 세계. 그는 곧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이자, 우리 내면에 있는 자아를 상징한다.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깨닫고 인정하게 된다. 세상은 질서와 무실서의 공존이며, 겉으로 보이는 것과 진실은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것, 동경하던 우정과 사랑의 세계는 저마다만 아는 모순과 슬픔과 고난을 동반하고 있다는 것을.



카인의 표식

데미안은 카인의 표식은 죄인의 낙인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용기와 개성을 지닌 사람의 표시라고 말한다. 이 말은 어린 싱클레어에게 기존의 규범과 인습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의 길을 열어준다.  그래도 싱클레어는 또래들과 달리 자신에게 침잠한 고독한 자신을 가끔 미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도 가끔 주류의 생각에 의문을 던지는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혼을 꼭 해야 하는지, 아이를 낳는 것이 왜 당연한 것인지에 묻는 것은 여전히 소수의 생각이다. 주류에서 벗어난다는 소외감에 저항하며 내면의 목소리만을 따르 인간이란 존재는 들풀 같은 나약한 존재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래도 된다. 자신만의 길을 더듬어 가라."는 데미안의 메시지는 위로와 용기와 된다.



그림

싱클레어는 베아트리체를 보고 설레는 감정을 느끼고, 그녀의 얼굴을 그려보려 한다. 한 소녀에 대한 흠모로 시작했지만 그 얼굴은 결국 데미안이기도 하고 에바 부인이기도 하고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청소년기를 돌아보면 나 또한 그랬던 것 같다. 외부에서 동경하는 대상을 찾고, 만나게 되는 사람들 속에서 닮고 싶은 모습을 찾는다. 우리는 누군가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게 되고, 받아들이고 거부하며 시행착오 속에 성장한다.



너를 잘 아는 누군가가 마음속에 있다는 것

데미안은 자아를 찾도록 도와주는 친구이자, 자아 자체이다. 주류가 아닌 사람들의 불안을 상징하는 싱클레어, 그리고 반대로 불안 대신 확신을 가진 데미안.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나 변화하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듯, 우리도 데미안을 만나고 우리 내면에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자연이 내던진 우리는 고유하므로 고독하다. 알껍데기를 부수고 자신만의 길을 가야 하는 소명. 그것 말고 인간의 의무는 없다.




작가의 이전글 JYP(박진영)의 롱런하는 자기 관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