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개굴작가 Nov 22. 2020

혜민 스님에게 배우는 직장인 처세술

왕 대접을 받으려면 왕처럼 행동하라


1830년 7월, 파리에서 혁명이 일어나 샤를 10세가 강제 퇴위당하고 루이 필리프가 왕좌에 올랐다. 그는 의례나 겉치레를 싫어했고, 왕이나 지도자에게 으레 따라붙는 품격을 의식적으로 허물어버렸다. 파리 시내를 한가롭게 산책하며 걸어 다닐 때 쓰는 회식 중절모와 우산이 그의 상징이었다.


프랑스 국민들은 처음에는 왕의 중절모와 우산을 좋아했지만, 곧 그런 모습을 달가워하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은 루이 필리프가 실제로는 자신들과 전혀 비슷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중절모나 우산은 프랑스가 보다 평등한 사회가 되었다는 환상을 심어주기 위한 일종의 속임수였고, 실제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다. 또 국민들은 통치자가 어느 정도 위엄을 갖추길 기대했다. 마음에도 없는 친밀함을 가장해 사람들과의 거리를 없애려 하자 경멸을 받을 뿐이었다. 1848년, 선거제도를 개혁하길 바라는 요구는 시위로 치달았고, 2월 23일 밤, 파리의 군중들이 왕궁을 둘러쌌다. 그날 밤 루이 필리프는 왕위를 버리고 잉글랜드로 달아났다.

-'권력의 법칙(로버트 그린 저)' 중에서-



혜민 스님의 실책


최근 혜민 스님이 tvN 온앤오프라는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이 가진 것을 공개한 후 그 후폭풍이 거세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은 독자가 무려 200만이고, 혜민 스님의 명상 에세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은 300만이다.' 무소유'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불교계의 가르침을 대변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우리에게 스님의 이미지는 산 중 사찰에서 가진 것 없이 정신 수양에 몰두하는 청빈함이었다.


하지만 방송에 방영된 혜민 스님의 생활은 무소유 대신 풀소유였고,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남산타워가 보이는 단독 주택과 페라리, 제 명의의 건물이었다.

 "오빠 차 뽑았다. 널 데리러 가~♬"

쇼미더머니에 나오는 래퍼들이 타는 그 스웩 넘치는 페라리를, 날릴 머리도 없는 스님이 고무신 신고 엑셀 밟는다고 생각해보라. 미친 집값으로 많은 사람들이 절망하는 가운데 남산 뷰 2층 단독 주택에서 탁 트인 전망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위화감을 주기 충분했다. 대중들은 속았다며 분노했고, 혜민 스님은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자신이 가진 것들을 대중에게 공개한 순간, 그는 대중을 기만한 죄인이 되었다.

남산 뷰 감상?



기만과 가면 사이


"부장님 너무 재밌으세요! 하하하!"

진짜 재밌어서 웃었는가? 경직된 입가의 어색한 떨림을 당신은 참아냈을 것이다. 누구나 회사에서는 선의의 거짓말쟁이다. 선의의 거짓말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아까 부장님 개그 억지로 웃느라 혼났어"라고 동료에게 말하는 것을 부장님이 들었다면? 그럼 죽을죄가 된다.


루이 필리프와 혜민 스님의 이야기는 같은 교훈을 준다. 대중에게 '동질감', '공감'을 팔아 인기를 얻을 때는, 실제가 다르다면 결코 들켜서는 안 된다. 이는 직장인에게 찰떡같이 적용된다. 상사의 호감을 얻고 인정받기 위해 본심과는 다르게 행동할 때, 그에 맞는 가면을 써라. 자신을 위협하는 경쟁자 앞에서는 또 다른 가면을 써라. 솔직함은 상하 관계에서는 독이 되기 쉽다.  '솔직한 반대'를 하고 싶을 때는 최대한 겸손하라.

90년대 생이 유입되면서 회사 문화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 본질은 변하기 어렵다. 조직을 지배하는 힘은 "계급"이고, 일 머리가 있어도 정치 머리가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사회생활의 핵심은 가면(Persona)이다. 정확히 말해 여러 개의 가면(Multi Persona)이다.  


자, 당신은 완벽하게 연기할 준비가 되었는가?




작가의 이전글 대기업 노비라니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