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레이지나잇 뉴스레터 <달링>
안녕하세요, 룬아입니다. 달링은 언제 죄책감을 많이 느끼시나요? 이성을 잃고 한밤중에 야식을 시켜 먹었을 때? 부모님께 상처되는 말을 했을 때?
저는 아무래도 어린아이를 키우니, 육아와 관련된 감정을 강하게 느끼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희한하게도 정확하게 알아요. 지금 엄마가 매우 조급하다는 것을. 오, 그렇다면 더욱 떼를 쓰고 고집을 부려야겠다! 미팅 시간이 촉박한데 유난히 트집을 잡는 아이와 맞서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두 눈에 힘이 들어가요. 후회할 것이 뻔한 싸움을 치르고 나면 언제나처럼 저만의 화해 시간이 펼쳐집니다. 그래야 그나마 괜찮은 정신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거든요. 모니터 위로 아른거리는 우는 아이의 얼굴을 떨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죄책감을 잘 느끼는 성격이 아닌 것 같아요. 바빠서 저녁을 치킨이나 짜장면으로 시켜줄 때도, 일하는 제 옆자리에서 유튜브를 틀어줄 때도, 사실 그렇게 미안하지 않습니다. 미안하기보다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이것도 네 팔자다, 받아들여.’라고 마음속으로 이야기하죠. 우리 모두 삶에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요건들이 있잖아요. 우리 집 꼬마에게는 바쁜 엄마인 거죠.
어쩔 수 없지!
심리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마음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합니다. 사실은 엄청난 죄책감에서부터 비롯된 일종의 방어 기제가 아닐까? 아니면 높은 자존감에서 나오는 당당함? 어느 쪽인지는 모르지만 당장 이 마음을 고칠 생각은 없어요.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만들고, 저는 제 일을 해야 행복한 사람이거든요. 지금은 일하러 나가는 엄마가 서운할지 몰라도, 결국에는 괜찮은 본보기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내 삶을 충실히 살아내는 모습보다 더 훌륭한 교육법이 있을까요? 그게 꼭 일이 아니라도요.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 그 힘은 생각보다 멀리 뻗어나가요.
‘어쩔 수 없지.’라는 말은 실은 나약한 마음이 아닐 거예요. 어쩔 수 없지, 받아들여야지. 어쩔 수 없지, 해내야지. 어쩔 수 없지, 이겨야지. 자포자기의 탈을 쓰고 있는 이 말은 인정과 성장을 담고 있는 아주 힘이 센 말이기도 하답니다. 상황은 쉽게 바뀌지 않아요. 그렇다면 그냥 최선을 다해야죠. 그러면 된 거예요. 최선 그 이상, 그거 어떻게 하는 건가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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