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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미Cumi Apr 09. 2017

인간 본성의 기원을 찾아서! 침팬지 공부시키기

공부하는 침팬지 아이와 아유무 - 마츠자와 데츠로 

생명의 시작의 이러했다! 


지구는 대략 46억 년 전, (지구에 떨어진 운석의 나이를 측정하면, 정확하게 45억 6800만 년 전)에 태어났다. 35억 년 전 생명이 탄생하였고, 그 후 24억 년 전에는 산소가 생기기 시작, 21억 년 전에 진핵 생물체, 미토콘드리아가 나타났다. 15억 전에는 다세포 진핵 생물체가 생기며 생명은 더욱 다양해졌다. 생물체는 무성생식에서 유성생식으로 진화하며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나아갔다. 


그 후 시간이 엄청 흘러 6백만 년 전, 인류는 침팬지와의 공통 조상에서 다른 갈래로 뻗어져 나온다. 숲 속 생활을 하는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 긴팔원숭이 등의 유인원(anthropoid)과 다른 자연선택을 한 것이다. 숲에서 쫓겨났던 걸까? 혹은 제 발로 떠났던 걸까? 과연 지금은 멸종한 인류와 유인원의 공통 조상은 어떤 생명체였을까? 


우리들의 공통조상을 유추해내는 일은 

인간의 진화적 기원을 파고드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일본의 영장류 학자 마츠자와 테츠로는 1978년부터 침팬지에게 공부를 시키는 ‘아이(AI) 프로젝트’를 시작해 1986년부터는 아프리카 야생 침팬지도 연구 중이다. 


침팬지 아빠 테츠로


그는 원래 철학 전공자였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등 철학 교과서에 대한 흥미보다는 필드로 나가 영장류를 관찰하며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 캐는 일이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고 한다. 

그는 침팬지 단 한 마리에 대한 집요한 관찰과 탐구에 매진했다. 침팬지 한 마리가 이 세계를 어떻게 지각하느냐를 봄으로써 유인원의 마음을 들여다보겠다는 목표였다. 테츠로는 이것을 자신의 소명, 니치(niche)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연구에 대한 자기 소신은 일본 영장류 학의 거성 ‘이마니시 긴지’의 영향이었다. 이마니시는 다윈의 자연선택론에 반기를 든 독자적인 생물학자였다. 히말라야 등반가이기도 한 이마니시의 학자적 철학은 ‘독립적이고, 독특하고, 주류와 달라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마니시의 정신을 잇는 후계자가 되길 자처하는 테츠로는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침팬지를 연구하여 인간을 이해하려 한 것이다. 물론 그는 이미 히말라야 등반에도 성공한 몸이었다. 


침팬지 ‘아이’가 낳은 ‘아유무’에 관한 연구는 세계를 들썩이게 했다. 


공부하는 똑똑한 침팬지, 컴퓨터 하는 아유무는 일약 스타가 되었다. 인간의 단기 기억력은 평균 7자리의 숫자를 외울 수 있다고 하는데, 아유무는 컴퓨터 화면에 나온 그림을 척척 맞추고 숫자도 맞춘다. 천재 침팬지로 소문이 난 아유무는 2008년 영국의 기억력 챔피언과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물론 결과는 아유무의 승리였다. 


기억력 짱 침팬지 


침팬지는 순간을 기억하는 능력을 갖고 있고,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장기 기억력은 발전시켰지만, 직관상 기억은 퇴화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반면 인간과 침팬지와 비슷한 공통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거울을 비춰주면 인간의 아이도, 침팬지 아이도 처음엔 깜짝 놀란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반응’으로 낯섦 그 자체의 반응을 보인다. 두 번째는 ‘거울에 비친 상을 탐색’하는 시기이고, 세 번째가 돼서야 비로소 ‘자기 인식’ 단계에 이른다. 사람이나 침팬지나 자기 자신을 알아보는데 3단계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사람의 신생아는 갑자기 자극을 받으면 놀라서 양팔을 활짝 버리고 뭔가 껴안는듯한 자세를 취한다. 이것을 모로 반사라고 한다. 이 모습에서 우리는 ‘엄마에게 매달리는 아기’가 영장류의 공통적인 기반임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엄마에게 매달리지 않는 아기’를 얻은 대신, 아기의 잣은 울음소리, 짜증, 투정 등등 그리고 모로 반사를 얻었다. 

우리와 사촌의 행동을 관찰, 비교함으로써 우리의 진화 과정을 요리조리 비춰볼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은 고유의 원숭이 종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나라로 

영장류 학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야말로 원숭이들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쪽 삿포로 지역에는 온천을 즐기는 팔자 좋은 원숭이들이 있고, 남쪽 야쿠시마에는 예로부터 ‘원숭이 2만, 사람 2만’이란 노래가 있을 정도로 대단한 개체수를 자랑한다. 

1948년부터 원숭이 야생 연구를 시작했고, 그 학문의 전통을 이어나가기 위해 정책적으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교토대학교의 영장류 연구소는 세계 최고의 규모와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고유종의 원숭이뿐만 아니라 침팬지 또한 180마리나 서식하고 있다 한다. 


우리나라 영장류 연구는? 


현재 최재천 교수가 긴팔원숭이를 선택해 탐구 중이다. 긴팔원숭이는 유인원 중 유일하게 일부일처제이고, 종류가 17종이나 되어 다양한 비교 연구가 가능하다고 한다. 왜 다른 유인원들에 비해 많은 종이 살아남게 되었고, 성 선택을 달리 하게 되었는지 밝혀내길 기대해본다.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영장류 연구에도 발전이 있길 소망한다. 


긴팔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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