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꾸미Cumi Aug 30. 2020

쿠미의 순박한 독서생활

성인이 된 후 독서생활은 자신에게 주는 커다란 선물이다. 보통은 일에 치여서 그 선물을 누리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쿠미의 독서생활의 시작은 주량이 가장 높은 그래프로 치닫고 있을 때, 즉 방송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였다. 세상의 축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고 있었던 알량했던 삼십대 중반. 그 당시 5년 동안 몸담은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음이 판단되었고, 따라서 메인작가 교체가 이뤄졌다. 버려진 쿠미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뭔지 실감했다. 그런 굴욕적인 일을 겪고도 그 메인작가는 자신 없이도 프로그램이 잘 돌아갈까 걱정되어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피디한테 물어봤더니, ‘쿠미씨가 나가니까 후배들이 엄청 활발하게 아이디어를 낸다’고 염려 말라고 했다. 아! 상처에 과산화수소수를 부은 격이군. 


그 상처는 꽤 깊었기에 평소 안하던 짓을 여러 가지로 저질렀는데, 그 중 하나가 독서이다.

그 당시 읽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는 내가 왜 오래된 고인 물로서 팀의 활력을 저하시켰는지를 넌지시 알게 했다. 소설의 배경은 공중그네 쇼를 하는 서커스단이다. 위험한 묘기를 부려야하기 때문에 탄탄한 팀워크가 요구되는 조직이다.  오래 동안 그 팀을 떠나지 않은 베테랑 ‘고헤이’는 새로운 파트너가 항상 마딱치 않다. 그가 온 후, 공중그네 밧줄을 못 잡고 추락하는 실패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고헤이’는 새 파트너를 의심하며, 오래된 경험에서 우러난 방법을 믿고 자신을 따라주기를 원한다. 도대체 왜 잘 되던 게 안 될까를 고민하던 중, 부인에게 부탁해 자신과 파트너와의 공중그네 연습장면을 촬영한다. 화면을 본 고헤이는 자신의 파트너에게 사과를 전한다. 자신이 문제였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깨끗이 승복하고, 그 때부터 못되고 성마른 성질머리를 좀 바꾸고 싶어 독서생활을 자신의 ‘업’처럼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독서회에 가입하고, 활동하고 도서관 자원봉사도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방송프로그램을 만드는 일까지 열성적으로 하려했으나, 시간의 비율이 TV 시청보다 독서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아져 갔다. 


어느 날은 내가 사무실에서 열독을 하고 있으니까, ‘돈 버는 일도 아닌, 책을 왜 그렇게 열심히 읽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아마 사무실에서 일 안하는 걸 비꼬는 말일 수도 있지만, 배시시 ‘좋으니까요’ 라고 말했다. ‘좋다’는 말에는 장사가 없다. 


색색깔 종류도 다양한 독서노트들


또한 내가 남들보다 책을 좀 독특하게 읽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책에 나온 걸 바로 내 삶에다 적용하고 녹이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소위, 내가 좀 원래 ‘따라쟁이’인데, 책 따라쟁이를 ‘액션 독서’란 개념으로 부르고 싶다. 

책을 단순 읽기에 그치면, 읽은 시간을 단지 소비한 것이지만, 책을 따라 새롭게 행동해보고, 사유하기를 이어간다면,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얻게 된다. 종이에 적힌 글씨들이 일어나 내 삶으로 걸어 들어오는 느낌이랄까. 


나의 생활은 좋아하는 페이지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그렇게 인생의 길은 조금 다르게 열렸다.


이미 아이디어 고갈상태에 빠진 방송 일을 접고, 공부의 재미가 들린 나는 무슨 뇌의 사치인지, 사기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학교로 돌아가 순수하게! 공부를 시작했다. 남들 말로는 ‘학과장’할 나이에 박사 과정생이라고 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나는 지금 또박또박 노트 필기를 하며, 질문이 많은 학생으로 돌아갔다. 또한 학생답게 총천연색의 환상적 미래를 꿈꾸고 있다. 


지식에서 지혜를 얻고, 아낌없이 나누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밝히는 일을 활기차게 하고 싶다.  
액션 독서가로서! 
매거진의 이전글 액션 독서의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