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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alm Feb 07. 2019

김치 꼬챙이

#1. 나는 애석하게도 복잡한 요리를 할 줄 모른답니다.   

음식 맛깔나기로 유명한 전라도 시골집이나 (서울) 집에서 쓰는 언어들이 사투리/ 방언인 줄도 모르고 사용해왔다. 찾아보니 죄다 사투리여서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왔음에도 불구하고 간혹 SEOULite들과의 대화에 통역이 필요합디다. 


꼬챙이: (N) 가늘고 길면서 끝이 뾰족한 쇠나 나무 따위의 물건. (유의어: 꼬치)

꼬쟁이: (N) '꼬챙이'의 방언 (강원, 경남, 전남, 충남)

들지름: (N) '들깨를 볶아서 짜낸 기름' 들기름의 방언 (강원, 경남)


잘 익은 신김치 하나만 있어도 흰쌀밥 한 그릇을 뚝딱하는 집이 있다. 

대신 김치가 잘 익어야 하고 맛깔나야 한다. 김치요리를 많이 해 먹기 때문에 김장철이면 네 명의 단출한 식구여도 절인 배추 100포기 가까이를 담그곤 했다. 한국의 보통 집이라면 누구나 김치를 주재료로 만든 한 가지 접시를 만들어내곤 할 거다. 


명절 때마다 대가족들이 모이면 추석의 송편보다도, 설날 떡국의 가래떡 준비보다도 이 음식 준비에 공을 들인다. 어른이고 어린이고 할 것 없이 싹싹 비워내고, 식사 반찬으로도 안주거리로도 그만이다. 


준비물도 간단해 몇 가지 되지 않는다. 잘 익은 신김치, (냉장고에 남은) 돼지 목살, 나무 꼬챙이, 들지름이면 끝.


돼지고기에 어떤 양념도 필요 없다. 들지름에 신김치를 볶아내는 김치 기름으로 돼지고기가 자작하게 익혀지면 다른 양념에 별도로 재울 필요도 없이 맛난 접시가 완성된다. Tip: 꼬챙이에 꽂을 때엔 고기보다 김치를 넉넉히 꽂아두어야 한다.  

      

명절 연휴가 끝나고 서울 집에 돌아와 김치 꼬챙이를 다시 만들었다. 

남은 고기 재료를 털기 위해 냉장고도 적당히 비워내고, 시원한 맥주 한 잔과 마실 수 있는 안주거리로도, 맛난 반찬요리로도 안성맞춤인 1석 3조 간단한 요리가 꼬-소한 들지름 냄새와 함께 마무리되었다.    

냉장고에 목살이 없어 슬프다. 대신 냉장고에 있던 삼겹살을 꺼내 꽂아두었다. 
김치 꼬챙이의 주인공은 김치도 아니고 돼지고기도 아니여. 온 집안 가득 꼬소한 냄새를 풍기는 들지름인거여.
츄르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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