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달게 그리고 더 달게(!) 쓴 맛의 한계까지 가보는 거죠
에스프레소, 쪼그만 잔에, 찐하게 나온, 양 적고 그냥 쓴 커피를 떠올리실 겁니다. 커피 만들 때 물에다 붓는 거?라고 하실 수도 있고요, 우유를 부으면 라테잖어?라고 하실 수도 있죠. 그런데 그 쪼끔 주고 쓰기만 한 에스프레소도 마시는 방법에 따라 여러 스타일로 즐길 수 있어요.
아! 에스프레소가 예전보다 맛있게 된 건 우선 좋은 원두가 많이 들어오는 덕분이에요. 이를 에스프레소에 맞게 잘 로스팅하신 분들 덕분이기도 하고요. 물론 좋은 기계의 힘도 빌릴 수 있겠지요. 그래서 에스프레소는 아무 데서나 드시면 화나실 거예요. 에스프레소를 꼭 드시고 싶으면 에스프레소로 유명한 곳들 좀 찾아보고 가셔요. 아무 카페나 가서 에쏘 달라고 하지 마시고요. 물론 운 좋게 숨은 에쏘 맛집을 찾을 수도 있겠죠! 그럴 땐 저도 좀 가르쳐 주시면 됩니다.
위스키던 커피던 샷 잔에 그냥 마시는 걸 스트레이트 업이라고 해요. 다른 어떤 부재료 없이 샷을 그대로 마십니다. 물론 마시기 전에 크레마도 구경하시고 향도 맡아보시고, 잠깐 입에 적셔서 어떠 느낌인지 보시는 것도 중요하죠. 이 방법은 순전히 원두와 머신에 의존하기 때문에 만들기는 쉽지만 맛 내기는 어려운 거예요. 그러니 꼭 찾아보거나 추천받아 가셔요. 저는 한남동의 피어커피를 추천합니다만 (제가 거기서 에스프레소를 배웠으니까요), 을지로 3가 4B의 에스프레소 샷도 괜찮아요(하지만 이 집은 더 맛있는 게 많으니 굳이 에쏘를… ㅋ) 네, 여기는 스트레이트 업으로 서비스합니다. 탄산수를 체이서로 내줍니다.
설탕을 넣어 마시는 게 두 번째 방법이에요. 조금 보다 쪼금 넣어서 살짝 맛을 보신 후에 설탕을 넣고 잘 저어서 드시면 됩니다. 처음 마시는 분에게는 이걸 먼저 추천드려요. 쓴 맛을 설탕이 커버해주고 나면 그 뒤에 나오는 커피 원두 특유의 맛, 베리류의 향긋함, 어쩌면 레몬의 산미 같은 걸 느끼실 수 있죠.
이제부터는 바리스타에게 주문하셔야 합니다. 손님이 스스로 우유 거품을 낼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에스프레소 바에 가면 우유 거품을 얹은 메뉴들이 있습니다. 카푸치노 스타일이긴 하지만 여기에서 포인트는 쫀득한 거품이에요. 그냥 사라져 버리는 멍텅구리 거품이 아니라 쫀쫀하게 입에 달라붙는 거품이 중요합니다. 거품 밑으로 흘러들어오는 커피의 맛과 거품이 어우러지면(마치 맥주 마시는 것과 비슷할랑가) 커피의 쓴 맛을 우유의 부드러움이 커버해 주죠.
우유 거품보다 더 진한 감성(이라기보다는 더 단 맛!)을 원하면 휘핑크림이죠. 커피의 쓴 맛과 크림의 단 맛이 어우러지면 커피는 칼로리가 없지만 크림에는 칼로리가 많겠지, 하는 생각 따위는 사라지고 없어요. 커피를 마시고 남은 크림을 스푼으로 끝까지 떠먹어야 다 마셨다고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최고의 맛은 쓴 맛과 단 맛이 동시에 조화를 이루는 맛일 거예요. 달콤 쌉싸름한 맛, 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쾌감이 이 맛에는 있죠. 초콜릿과 커피의 하모니를 즐기는 거예요. 질 좋은 코코아 가루나 초콜릿을 녹여 커피 위에 토핑 합니다. 아니면 정말 맛있는 진짜 초콜릿을 곁들여 마실 수도 있죠. 진짜 좋은 초콜릿은 그냥 먹어도 맛있고 위스키에 곁들여 먹어도 맛있으니 커피랑 같이 먹어도 엄청난 시너지가 나겠죠. 그럼 진짜 좋은 초콜릿은 어디 있냐고요? 내자동에 있는 쇼콜라디제이는 제가 아는 유일한 초콜릿 스튜디오입니다. 다만, 술을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어른들만 가셔요.
제가 이 정도 썼으면 마지막 방법은 당연히 술, 이겠지요? 사실 커피는 위스키 마실 때 체이서로 마셔도 좋은데 지금은 위스키가 주인이 아니라 커피가 주인이니 뒤집자고요. 커피에 알코올을 섞어 마시는 방법이죠. 명동 에스프레소 바인 리샤르에는 디사론노를 섞은 메뉴가 있던데 제가 낮술을 끊는 바람에 차마 마셔보지를 못했어요. 이거 기회 되면 꼭 마시고 싶은 메뉴고요. 커피를 재료로 만든 베일리스나 칼루아 같은 술을 섞는 방법도 있죠. 이 술들은 요즘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집에서 커피에 곁들여… (아, 방향이 엇나갔습니다)
이것 말고도 에쏘를 마시는 방법은 정말 많을 테고 에스프레소 바들은 다 메뉴로 만들어서 제공할 거예요. 그러니 처음에는 에스프레소 샷보다는 설탕이나 우유, 크림을 추가한 녀석들을 먼저 맛보시고 슬슬 경계를 넓혀 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이래서 결국 집에 소형 에스프레소 머신 하나씩 다 사는가 봐요. 아, 부럽습니다. (언젠가는 결국 사고 말 것 같은 이 불길한 마음은 무엇일까요). 즐에(스프레소)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