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를 좋아하세요?

에스프레소 잡담.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 이유.

by 레이

카페에 오래 앉아 있기 민망할 정도로 양도 적고, 그래서 마시는 기분도 안 나고, 홀짝홀짝 마셨더니 맛도 쓰고, 카페인도 많아서 두어 잔 먹으면 가슴도 쿵쿵 뛰는데 왜 에스프레소가 좋아?


글쎼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도 다 못 마시고, 흔한 카페의 커피는 다 그 맛이고, 단맛 나는 음료는 별로 좋아하지 않고(라테나 그 밖에 이름 어려운 애들), 그러니 개운하게 마시는 에스프레소가 부담 없어 좋다고 할까 봐요. 그리고 뭐 체이서로 물 마시면 되니까 (물이나 탄산수를 같이 서브하는 곳들도 많습니다) 눈치 보일 정도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가만히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도대체 나는 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거지?


1. 일단 배부르지 않네요. 식후에 커피를 마실 때는 반 정도 남기니까 굳이 양이 많은 애는 필요 없어요.

2. 질감이 느껴집니다. 와인처럼 헤비하네 미디엄하네 정도는 아니더라도 커피가 혀를 타고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확실히 달라요. 어떤 건 비로도 같다니까요. (벨벳의 옛날 말 ㅋ)

3. 그냥 쓰기만 한 것 같은데 입에 머금은 채 살살 돌리다 보면 재미있는 맛들이 빠져나와요. 고소한 맛은 머 기본이지만 의외로 산미가 살짝 있기도 하고요, 스위트를 첨가한 애들은 그 단맛이 또 기막히게 어울리죠. 사실 저는 원두의 풍미까지 느낄 줄 아는 미각은 없어서 이게 다지만, 대신 플라세보 효과가 있어서 어떤 맛이 난다고 바리스타가 그러면, 아 그런가 보다, 좋다, 하고 마십니다.

4. 카페인에 아주 예민하지는 않아서 커피 한 잔으로 잠 못 이루는 정도는 아닙니다만 에스프레소를 두세 잔 정도 마시면 카페인이 확 올라옵니다. 마치 카페인에 취한 것처럼 말이에요. 카페인의 에너지 부스트 효과 같은 게 필요할 땐 좋죠. 나른한 오후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면 에스프레소를 더블로!

5. 마지막으로는 폼이 좀 나요(아니면 난다고 혼자 생각할 수도 있어요). 바에 앉아 구부정하게 몸을 기울이고 커피 맛을 느끼려고 애를 쓰는 것 말고 그냥 가볍게 입에 한 잔 탁 털어 넣는 거죠. 아, 쓰다. 찡그리면 안 돼요. 바로 물을 찾아도 안되고요. 꾹 참고 다른 거 한 잔 더 주세요, 추천 부탁드려요. 여기까지 해야 하지만, 차가운 아메리카노 빨대로 쪽쪽 빨거나, 뜨거운 아메리카노 몇 번씩 들었다 놨다 하는 것보단 우아하죠.


아, 맛있는 에스프레소 한 잔 마시고 싶네요. 괜히 썼다, 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