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로마노

에스프레소의 쓴맛 뒤에 치고 올라오는 새콤한 마무리랄까.

by 레이

에스프레소를 처음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메뉴를 추천하라면 저는 에스프레소 로마노를 추천하겠습니다. 에스프레소 로마노는 에스프레소에 레몬 한 조각 곁들이는 것을 말하는데, 서브하는 집에 따라서 레몬 웻지(두껍게 자른 조각), 레몬 슬라이스(얇게 자른 조각), 레몬 필(껍질) 등을 줍니다. 잔 옆에 놓거나 잔에 꽂아서 주는 게 보통이죠.


마시는 법은 간단한데요, 레몬 조각은 대개 즙을 짜서 커피에 넣고요, 껍질은 그대로 커피에 넣습니다만, 취향껏 하시면 됩니다. 대신 시럽이나 설탕 같은 다른 재료를 넣지는 않습니다.


레몬, 라임, 오렌지, 자몽 같은 데서 나는 새콤한 맛을 시트러스라고 하는데 이게 술에도 잘 어울리지만(!) 의외로 에스프레소에도 잘 어울립니다. 그런데 이걸 우리말로 그냥 신맛, 이라고 해버리면 그 오묘한 맛의 깊이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산미, 신맛, 이런 표현보다는 시트러스 하다, 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원래 우리말에 없는 거니까요. 새콤하다, 가 제일 비슷한 말이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그렸습니다, 해 봐야 아무도 안 믿으시겠지요. 미드저니가 그려 준 에스프레소 로마노입니다.

커피의 쓴맛을 시트러스가 잡아주어 상큼하게 드실 수 있습니다. 물론 쓴맛을 적당히 감출 때는 단맛이 좋고 흔히 쓰지만, 새콤한 시트러스도 괜찮거든요. 단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오히려 에스프레소를 만나기 쉬운 방법일 것 같습니다.


요즘 카페에 가면 대부분 에스프레소 메뉴가 있기는 한데 기계에서 그냥 뽑은 오리지널은 원두가 좋지 않으면 쓴맛 말고는 아무 개성이 없습니다. 혹시라도 에스프레소를 아직 다루지 않는 곳이라면 에스프레소 로마나 정도는 한 번 해보시면 어떨까요. 그래야 저도 마실 수 있는 데가 늘어나서 좋으니까요(아니, 무슨 글을 사심을 채우려고 쓰고 있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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