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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Jun 01. 2023

VNL 2023 한국, 튀르키예와 듀스까지 가는 접전

결과는 아쉽지만 다음 경기의 희망을 읽다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경기였습니다. 우리 선수들도 괜찮은 기량을 발휘했지만 튀르키예 대표팀에 합류한 4번 바르가스와 99번 카라쿠트, 7번 발라딘의 공격은 장대비처럼 쏟아지네요. 홈 관중의 대단한 응원을 업은 튀르키예 대표팀이 우리나라 대표팀을 3:0으로 이겼습니다. 그리고 이 경기가 2023 VNL에서 있었던 최초의 셧아웃 경기였습니다. 솔직히 앞으로도 험난할 겁니다.


박정아, 정지윤, 정호영, 이주아, 염혜선, 강소휘 그리고 리베로 신연경이 스타팅 멤버로 나섰습니다. 응원 소리 덕분인지 강소휘 선수가 서브를 먼저 넣었는데 주심이 아직 휘슬을 불기 전이었던가 봐요. 가벼운 해프닝과 함께 1세트를 시작합니다.


출발은 좋았습니다. 강소휘의 강한 서브가 수비되어 넘어온 것을 밀어 넣으면서 한 점 먼저 얻었거든요. 계속해서 정지윤의 블로킹으로 추가 득점을 얻어 쾌조의 출발을 보이는가 했지만… 튀르키예 4번 바르가스. 쿠바 출신으로 시민권을 얻어 처음으로 대표팀에 합류했고 그 첫 경기가 우리 팀 경기였습니다. 공격을 하긴 한 것 같은데 공이 어디로 갔는지를 못 찾았어요. 정말 빠르네요.

1세트는 우리 팀이 꽤 잘 쫓아갔습니다. 박정아 캡틴, 정지윤이 쉼 없이 공격했고 염혜선은 이주아, 정호영과 함께 이동공격과 속공으로 튀르키예 코트를 파고들었습니다. 초반에는 6:7까지 쫓아가고 있었으니, 저는 오늘 한 세트 정도는 이기겠다 싶었거든요. 하지만 발라딘의 블로킹과 공격이 연속으로 이어지면서 6:9로 세 점 벌어지고 강소휘 공격을 바르가스가 놓치면서 7:9, 그러나 서브 범실로 한 점 내주면서 7:10까지 잘 쫓아갔는데 중반부터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튀르키예 수비가 워낙 단단합니다. 박정아가 오픈을 날리기 전에 바르가스가 이미 그 앞에 블로킹 벽을 쳐 둔 것 하며 틀림없이 멀리 튕겨 나갔는데 쫓아가서 받아내는 것 하며 점수는 10:14로 벌어집니다. 바르가스 선수 공격은 높기도 하지만 정확하기도 하네요. 어떻게 그 빈 틈에 딱 꽂아 넣는 건지. 이때 바르가스의 공격 점유율은 75%를 찍기도 했습니다.


네 점 차에서 다섯 점 차, 점수는 점점 벌어집니다. 가만 보니 발라딘도 해머 스윙을 하네요. 미국의 드루스도 하던데 파워가 무지막지합니다. 11:18로 7점 차 벌어지자 우리 팀이 타임아웃을 부릅니다. 참고로 이번 VNL에는 테크니컬 타임아웃이 없어요. 각 팀 별로 두 번 타임아웃이 있고 비디오 판독을 하는 사이에나 따로 작전 지시를 합니다. 그러니 경기가 무척 스피드하고 지루하지가 않네요. 선수들한테는 좀 미안한 마음입니다만.


그러나 타임아웃 후에도 달라지는 게 없고 22번 아이딘을 막지 못해 금세 진영이 흐트러졌습니다. 워낙 서브나 공격이 강하게 오니까 리시브가 어렵네요. 우리는 점수를 올리지 못하는데 튀르키예는 어느새 20점을 넘어 13:22까지 벌려 놓습니다. 이때 유일한 아포짓 문지윤 선수가 들어와서 한 점 해주고 나가네요. 14:22.

이대로 지지 않겠다는 듯 우리 선수들이 긴 랠리를 이어가지만 바르가스가 랠리를 강하게 끝내고 발라딘이 날카로운 예각 공격으로 세트를 마무리합니다. 14:25로 튀르키예 승리.


2세트

코트를 바꾸지 않네요? 뭐야, 코트는 안 바꾸기로 했나, 혼자 딴생각을 하는 사이 정호영이 발라드와 바르가스의 공격을 두 번이나 막아냅니다. 귀네슈의 공격을 박정아가 온몸으로 막아내고 바르가스까지 손 맞고 밖으로 나가게 만들면서 3:0으로 앞서기 시작합니다. 강소휘 서브가 상대방 코트 엔드라인을 밟으면서 4:0, 이번 서브는 배구의 신도 못 막을 기막힌 서브입니다.


바르가스가 반격을 시작합니다. 오른쪽 전위에서 강하게 꽂아 4:1을 만들지만 염혜선-정호영으로 이어지는 속공이 튀르키예에서도 어김없이 위력을 발합니다. 5:1. 2세트는 초반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발라딘 – 바르가스가 연이어 공격하고 정지윤이 아이딘의 손을 맞춰 터치 아웃 시키며 6:3, 박정아 공격이 먹히면서 7:3으로 리드합니다.


바르가스가 넘긴 볼에 염혜선이 맞고 쓰러집니다. 발라드의 백어택이 우리 코트를 가릅니다. 7:5. 발라딘의 공을 받았던 신연경의 아파하는 표정이 잠깐 비칩니다. 도대체 이 선수들은 얼마나 세게 공을 치는지요. 바르가스의 백어택, 강소휘 공격 범실로 스코어는 8:8 동점이 됩니다.


바르가스의 공격을 블로킹하는 과정에서 정호영 선수 얼굴을 살짝 맞았고요(호영이 귀염 떨어진다고 얼굴 맞히지 말래니깐!) 바르가스와 발라딘이 빠르게 공격을 주도합니다. 왼쪽 전위에 올라온 발라딘이 계속 꽂아대는 바람에 10:11로 역전당합니다. 작전 타임을 부르는 세자르 감독. 22번 아이딘 선수에게 목적타를 몰아주라고 지시합니다.


외즈베이의 서브가 아웃되면서 11:11 동점, 귀네슈가 시간차 공격을 때리고 빙 돌아와서 바로 속공을 하는 모습은 기가 막히네요. 대단한 몸놀림입니다. 다시 한 점 앞서 가는 터키, 발라딘 서브가 아웃되면서 다시 동점. 튀르키예 일곱 번째 서브 범실이 나오면서 13:13, 바르가스가 가볍게 끊어치면서 14점을 만들고 에브라 카라쿠트가 등장합니다. 분홍 머리는 아니네요. 바르가스의 강력한 서브가 수비수 맞고 바로 튀어나가 버리면서 13:15 두 점 차로 튀르키예가 앞섭니다.


운도 따르는 튀르키예입니다. 카라쿠트가 자세를 잡지 못하고 넘겼는데 우리 코트 빈 곳에 떨어집니다. 세자르 감독은 뭔지 몰라도 계속 주심에게 항의를 하다가 결국 옐로카드를 받습니다. 카라쿠트가 안테나를 건드리면서 실점했는데, 바르가스와 카라쿠트 둘이 서 있는 걸 보니 이건 완전 장벽이네요.


후반 들어 튀르키예 반격이 강해집니다. 카라쿠트 공격은 블로커 손 위를 지나갑니다. 점수는 어느새 14:18, 아이딘의 서브가 네트에 걸리면서 15:18, 11번 세베지올루 선수가 예각으로 스파이크를 꽂아 넣습니다. 에르담이 서브 범실을 해서 다시 점수는 16:19. 카라쿠트 공격을 염혜선이 받고 신연경이 끝까지 뛰어가지만 받을 수가 없네요. 16:20.


정지윤 직선 스파이크가 튀르키예 코트에 떨어지면서 17:20, 박정아 공격이 12번 샤힌에게 가로막혔는데 세자르 감독이 넷터치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신청합니다. 아마도 작전 시간을 벌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측 공격은 계속 막히는데 튀르키예 공격은 살짝 라인을 밟습니다. 결국 17:24. 염혜선이 정지윤에게 올려준 공이 블로킹에 걸려 우리 코트로 떨어집니다. 17:25로 2세트도 튀르키예가 접수합니다.


3세트

2세트가 지나고 코트를 바꿉니다. 이번에는 이다현과 표승주 선수가 스타팅으로 경기를 시작하네요. 튀르키예도 바르가스와 발라딘이 빠졌습니다. 카라쿠트의 공을 표승주 선수가 한 손으로 받았지만 아웃, 2세트 후반부터 눈에 띄기 시작한 아이딘이 3세트 초반부터 많이 나섭니다. 스코어는 1:3 튀르키예가 앞서갑니다.

이주아 속공이 멀리 코트 끝 쪽에 떨어지면서 성공, 속공을 주고받으며 공을 다퉜는데 박정아가 받아치면서 성공 3:4까지 쫓아갑니다. 정지윤의 서브 에이스가 터지면서 4:4 동점. 정지윤 선수가 오늘 꽤 안정감 있네요,라고 쓰는데 서브가 네트를 넘지 못합니다. 제 손가락이 문제입니다.


이주아 속공이 먹히면서 5:5 동점까지 끌어가고 신연경의 리시브를 받아 표승주가 터치아웃 시키면서 6:5로 한 점 앞서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박정아 서브 범실로 6:6, 아이든의 서브를 신연경이 받고 염혜선, 정지윤으로 이어지는 공격이 성공하면서 7:6, 카라쿠트 공격이 벗어나면서 8:6, 우리가 두 점을 앞서 갑니다.


그러나 튀르키예 세터 샤힌이 자기 편도 속을 만한 동작으로 이단 패스페인팅을 시전 합니다. 8:8 동점. 정지윤이 백어택 공격 시 라인을 밟아서 실점했지만 샤힌의 서브 범실로 다시 동점, 정지윤 공격이 상대 선수 맞고 나가면서 11:10으로 역전, 카라쿠트의 공을 박정아가 리시브해서 정지윤이 제대로 밀어 넣으면서 12:10, 이번 공격은 아주 영리했어요


터키 16번 사힌 사리아의 서브가 네트에 걸려서 13:12로 우리가 다시 앞섰지만 아이딘이 밀어 넣는 골에 당하면서 다시 동점, 리시브 한 공이 카라쿠트에게 걸려 다이렉트 킬 되면서 13:14로 역전을 허락합니다. 그러나 칼라치의 서브 범실로 14:14, 카라쿠트 공격 범실로 15:14 이번에는 튀르키예가 작전 타임을 부릅니다.

 

카라쿠트의 서브가 빗나가면서 점수는 18:15로 세 점 차이로 벌어집니다. 하지만 아이딘과 카라쿠트 공격이 성공하면서 18:17이 됐고 바르가스의 서브를 받지 못해 18:18 동점을 만듭니다. 아이딘의 서브가 우리 선수 맞고 넘어간 것을 에르담이 밀었는데 아웃되면서 19:18, 바르가스 공격을 막고 표승주가 첫 점수를 기록하면서 20:18, 하지만 이주아 서브 범실로 20:19, 정지윤 백어택이 튀르키예 선수에게 걸리면서 20:20.

 

에르담의 짧은 서브가 네트 맞고 떨어지며 20:21, 염혜선, 이다현 공격 성공으로 21:21, 바르가스 공격 이후 표승주가 블로거 맞고 터치아웃 시켜 22:22, 그러나 곧바로 서브 범실로 22:23이 되고 김미연 선수가 원포인트 서버로 들어갔는데 그만 범실. 24:22 매치 포인트를 내줍니다.


그러나 쉽게 포기하지 않는 한국 팀, 박정아가 외즈베이 선수 터치아웃을 유도하면서 듀스를 만듭니다. 정말 도쿄 올림픽의 기적이 다시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러나 바르가스의 엄청난 백어택, 무려 103km 속도의 스파이크가 25점을 만들고 박정아의 공격이 빗나가면서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테크니컬 타임아웃이 없고 서브 시간도 8초로 줄어들면서 경기가 몹시 빠르게 지나갑니다. 게다가 세트를 겪을수록 우리 팀의 스코어가 올라가고 있다는 점은 다음 게임을 기대해도 좋다는 긍정 의미로 해석해도 좋겠습니다. 상대방이 튀르키예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이겼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확실히 작년 팀하고는 다릅니다. 6월 2일의 캐나다 경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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