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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Jun 20. 2023

실력이 없어서 졌습니다. 그런데 실력이 뭐지요?

여자배구는 왜 계속 지는 걸까요?

우리나라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연전연패를 거듭하는 중입니다. 세계배구협회 FIVB의 랭킹도 2023년 6월 19일 현재 33위로 떨어졌습니다. 도쿄올림픽 직후 14위까지 올라갔는데 그때와 지금은 천지차이입니다. 물론 그때는 김연경도 김수지도 양효진도 있었습니다. 그들이 은퇴하고 대한민국 대표팀은 국제대회에서 크로아티아에게 단 1승을 올렸을 뿐, 줄줄이 패했습니다. 심지어 김연경을 다시 복귀시켜야 한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도대체 무슨 헛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은퇴한 선수를 본인 의사도 묻지 않고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인지요. 애국심이요? 복귀시키라고 한 분은 얼마나 애국심이 있는 분인지 모르겠습니다.


네, 모를 일 투성입니다. 아무리 은퇴를 했다고 이렇게까지 질 일인가? 김연경 선수가 세계 1위 선수였고 레전드이긴 하지만 배구는 혼자 하지 않습니다. 팀이 있고 팀원들이 같이 해야 배구가 됩니다. 그리고 세대교체는 반드시 일어나는 일입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 선수들도 꽤 세대교체가 됐습니다. 물론 브라질의 타이사 메레네즈 같은 선수는 5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해서 코트를 뒤집고 있긴 합니다만...


왜 이렇게 질까요? 하고 소셜 미디어에 투덜댔더니 답글이 달립니다. ‘실력이 없으니까요.’ 그렇겠지요. 실력이 없으니까 졌겠지요. 그런데 왜 실력이 없을까요? 우리 선수들이 운동을 게을리하는 것도 아닐 테고, 외국인 감독이 있어 세계 트렌드도 배울 테고, V리그도 인기가 많아 실전 게임 수도 적지 않고, 돈이 없어 열악하게 운동하는 것도 아닐 텐데, 왜 실력이 없을까요. 예전에는 키가 작아서 안된다고 했죠. 지금도 키 차이는 납니다. 그러면 같은 아시아권인 태국이나 일본은 왜 점점 더 잘할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시스템을 탓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김연경만큼의 선수를 키우지 못했고 그럴 의지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연경 선수 외국 진출할 때 난리 났던 거 기억하실 거예요. 그저 자기네 잇속만 챙기려고, 어떻게든 못 나가게 하려고 방해하던 기성 배구 세력들. 그들의 뜻대로 됐다면 오늘의 김연경은 없었습니다. 김연경 사태 이후 뭐가 좀 달라졌나요? 그럴 만한 선수가 없었다고 핑계를 대겠지요. 그러나 그러려고 노력은 해봤습니까?


기성 배구 세력은 여자배구의 인기를 틈타 자기들 잇속 챙기기에 아주 여념이 없어 보입니다. 오심 투성이의 심판들을 징계하기는커녕, 솜방망이 징계로 오심의 폐해가 반복됩니다. 여자배구의 인기가 급상승하지만 여전히 보상은 남자들에게 돌아갑니다. 옛날에는 남자배구가 인기가 많으니 돈을 더 받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죠. 그럼 지금은 어떻습니까. 그 반대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김연경이 7억을 받을 동안 외국에는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남자 선수들은 10억이 넘는 연봉을 받습니다. 김연경이 외국에서 올린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는 어떻게 환산할 겁니까? 이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속어로 배구 고인 물들 뿐인 건가요?


국가대표에 대한 보상은 어떻습니까. 세계대회에 나가서 입은 부상은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한 시즌을 날려도 오로지 구단과 선수의 책임입니다. 제대로 대면 훈련도 못하는 외국인 감독은 또 어떻습니까? 오죽하면 비대면으로 훈련을 했다고 코치가 설명하지만 코치 역시 그게 제대로 된 훈련이라고 말할 수 있었겠습니까.


협회와 구단은 돈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본인들이 챙긴 혜택에 대해서는 입을 다뭅니다. 유명한 사건도 있잖습니까.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 땄더니 김치찌개 집에 회식자리 잡아놓아서, 김연경이 열받아 개인 돈으로 고깃집 데려갔다던. 배구협회든 회장님이든 선수들 고기 한 번 사줄 만한 통 큰 인물은 없습니까? 배구가 아니었다면 구단의 모 기업 이름을 얼마나 기억할 것이며 모 기업이 경쟁사보다 브랜드 노출 회수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요. 실력이 없어서 졌습니다. 하지만 왜 실력이 없는지 그 이유를 누군가는 설명해야 할 겁니다. 선수들이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랬다면 체계 있게 연습시킬 지도자를 찾아야죠. 시간을 더 내서 고급 기술을 배워야죠. 올림픽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올림픽을 위해 협회도 구단도 기꺼이 나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아마도 파리 올림픽은 물 건너간 것 같은데, 그것도 오로지 선수들이 못해서 그런 겁니까.


스포츠는 이기고 지는 게 목적이 아니라고 합니다. 뭐, 말은 그렇게 하지요. 하지만 이게 개소리라는 걸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기왕이면 이겨야 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든 이길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다면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합니다. 대한민국 여자배구의 실력을 탓하기 전에 왜 실력이 없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다가오는 한국에서 열릴 VNL 3주 차 경기, 대한민국을 여전히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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