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카, 아주 클래식하게요
마지막 잔을 주문했다. 지금의 취한 상태를 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유지하려면 사이드카 정도의 농도가 필요했다. 취함의 절정(!)을 유지하고 싶은, 오랜만에 칵테일로 복귀한 기분을 요새 말로 지속 가능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선택은 적절했다.
주문은 그럴 듯하게 했지만 클래식하다는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 1년 8개월 금주를 끝내고 돌아온 나는 많은 칵테일의 이름과 뉘앙스를 잊어버렸다. 그뿐인가. 바의 환경도 많이 변했다. 빠르게 성장한 바텐더들, 이름도 모를 많은 술들, 바뀐 손님 층과 두어살 더 먹은 나. 그래서 나는 과거를 기억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가 기억한 최초의 사이드카는 레미 + 트리플섹 + 레몬주스였다. 트리플섹은 벌써 오래전부터 코엥뜨로로 대체되어서 기대를 안 했지만 (어쩌면, 사이몬에는 있을지도) 백 바에 레미가 있는데도 헤네시가 나올 줄은 몰랐다. 사이드카에서 원하는 맛이 있냐고 묻길래, 오렌지 필이 강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칵테일은 둥글었다. 헤네시와 코엥뜨로는 각자의 개성을 숨기지 않은 채 조화로왔고 오렌지 껍질에서 짜낸 유분이 글라스를 맴돌았다.
과거는 종종 왜곡되는 법이다. 클래식이란 말로 찾으려했던 기억은 새 기억을 만들었다. 모나지 않은 칵테일은 부드러웠고 나는 마지막 잔을 마시기 전처럼, 여전히 56%쯤 취해 있었다.
내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