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도 안하면서 이동주아는 왜 데려갔나
4세트 종반. 23:23으로 동점. 황민경의 리시브를 받은 천신통이 빅토리아에게 올린다. 모마에게 막힌 공은 다시 모마의 공격으로 되돌아오고 빅토리아가 블로킹한다. 천신통이 또다시 빅토리아에게 연결하고 모마가 막는다. 정지윤의 퀵오픈으로 넘어온 공을 육서영이 디그, 천신통이 또또다시 빅토리아에게 보낸다. 빅토리아의 세 번째 퀵 오픈이 양효진에게 걸리면서 23:24. 현대건설이 매치포인트에 오른다.
위파위의 서브를 황민경이 받고 천신통이 이번엔 황민경에게 보낸다. 황민경의 스파이크를 위파위가 디그하고 김연견이 토스한 공을 모마가 오픈, 황민경의 디스와 천신통의 세트, 빅토리아의 오픈으로 이어지면서 24:24. 듀스를 만든다.
황민경의 서브를 김연견이 받아 김다인이 정지윤에게 시간차로 연결하면서 득점. 24:25. 양효진 대신 들어온 한미르의 서브를 김채원이 천신통에게, 천신통은 빅토리아에게 보낸다. 모마에게 가로막혀 넘어온 공을 황민경이 디그했으나 김채원의 세트는 성공하지 못하고 현대건설 코트로 넘어간다. 이다현의 디그, 김다인의 세트, 모마의 오픈 공격을 빅토리아가 막아낸다. 육서영이 디그, 최정민의 세트를 받아 빅토리아가 오픈 스파이크를 때렸으나 모마에게 막힌다. 위파위의 디그, 김다인의 세트를 받아 모마의 스파이크가 터졌으나 김채원이 디그한다. 천신통이 세트, 이번에는 육서영에게 보낸다. 육서영의 퀵오픈, 라인을 벗어난다. 한 점 한 점 주고 받으며 치열하게 치렀던 4세트는 현대건설이 챙겼고 세트스코어 1:3으로 현대건설이 이겼다.
이 날 빅토리아는 공격 32점, 서브 2점, 블로킹 1점으로 총 35점을 기록했다. 황민경이 13점, 이주아가 9점, 육서영이 8점으로 뒤를 이었다. 딱 봐도 이 경기, 빅토리아가 혼자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세트 초반 경기를 잘 풀어갔던 IBK가 의외의 역전패를 당하자 IBK의 세터 천신통은 믿을 수 있는 빅토리아에게 집중해서 토스를 했다. IBK는 이 날이 리그 첫 경기이고 이전에 다른 경기가 없었던 터라 흥국생명 전을 치르고 온 현대건설에 비해 체력 면에서 유리했겠으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한 선수가 토스를 몇 번씩 받아 공격할 수는 없는 법이다.
실제로 빅토리아는 잘 했다. 끝까지 지친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의욕도 남달랐다. 적극적으로 공격했고 수비에도 참여했다. 비록 범실이 11개 있기는 했지만 끝까지 잘했다. 하지만 4세트 23:23에서 세 번 연속 토스를 받을 땐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빅토리아의 공이 양효진에게 걸리고 매치 스코어를 내주고 말았다.
팀 스포츠는 한 명이 아무리 잘해도 다른 선수가 받쳐주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법이다. 빅토리아는 79번 공격을 시도했고 32번 성공했다. 후반에 컨디션을 되찾은 황민경은 32번 시도 했고 13 득점을 냈다. 빅토리아는 황민경 보다 47번 더 공을 때려야 했다. 이주아는 9번, 육서영은 24번, 최정민도 13번에 그쳤다. 현대건설은 어떨까. 1세트 초반에 부진한 모마 때문에 끌려가다가 다행히 모마가 1세트 후반부터 서서히 컨디션을 찾아 역전했는데 58회 공격에 22번 성공했다. 양효진은 24번 시도했고 정지윤도 28번, 위파위도 28번 공격을 시도했다.
아포짓 한 선수에게 공이 집중됐다는 뜻은 OH나 MB에게 공이 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공격의 패턴은 단조로왔고 중앙은 허전했다. 도대체 이동도 거의 하지 않으면서 이동주아는 뭐하러 데려갔으며 작년 시즌 블로킹 1위였던 최정민은 왜 활용할 생각을 안했던 걸까. 물론 천신통 처지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던 경우도 있었겠다. 보는 사람은 영 마음에 안 들지만 말이다.
IBK의 미들이 힘을 쓰지 못하자 현대건설의 팀웍은 흔들리지 않았고 대부분의 푸시나 페인트를 받아냈다. 나는 이게 바로 현대건설의 힘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도대체 코트의 빈 곳을 찾을 수 없는, 그런 조직력이 이번 시즌도 현대건설을 우승후보로 예상하게 만들었던 것 아닐까.
물론 이소영이 있었으면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이소영은 없었고 그걸 핑계로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만일 4세트를 이겨 5세트에 갔으면 달라졌을까,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천신통이 여전히 빅토리아에게만 공을 보내는 거라면 아마 힘들었을 것 같다. 그러나 빅토리아의 활약이 대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몹시 궁금하다.
오늘의 모델은 빅토리아 댄착. 역시 미드저니 선생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