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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규 Dec 09. 2017

마흔에 은퇴를 꿈꾸다

회사에 처음 들어와서 첫 위클리 시간에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낯선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에 내가 얼마큼 열정을 가진 사람이고, 기대로 가득 차 있는지를 공유해야 되는 그런 시간.



이 자리에서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라는 표현을 위해 내가 해온 경험과 갖고 있는 키워드들을  쭉 소개해 나갔다. 그러고는 "그래서 저는 마흔에 은퇴를 꿈꾸고 있습니다."로 마무리지어버렸다. 처음 회사에 들어온 이의 패기치곤 다소 어이가 없는 마무리였지만, 이 꿈이 여운을 남겼는지 사람들은 지금도 가끔 "너 10년 뒤에 은퇴하려면~"으로 시작하는 얘기들을 많이 하신다.


마흔에 은퇴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렇다. 나는 마흔에 은퇴를 꿈꾸고 있다. 인생이 더욱 풍성해질, 아름다운 아내와 한참 커갈 아이들로 꾸려질 '내 가족'이 함께할 시점에 지금 만들어가고 있는 커리어로부터의 해방을 꿈꾸고 있다.





1. 경제 활동으로부터의 해방


기본 의식주를 비롯해 가족, 친구, 교육, 직업, 여행, 취미, 꿈 등등 우리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경제적 제약 아래에 놓이게 된다. 아니 경제력은 제약 수준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겐 거의 '전부'가 되어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돈이 있고 없음으로 이 모든 것들을 할 수 있냐 없냐 그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나는 자본주의=돈이라는 논리보다 자본주의=노력의 결과라는 접근을 신뢰하고자 하지만, 노력에도 돈이 필요하며 모든 요소들의 연결 고리 끝엔 결국엔 돈이 남는 지금의 환경에 안타까움을 갖고 있다. 따라서 돈이 필요하니 돈을 벌고, 돈을 버는 행위를 위한 나만의 Motivation을 만들며 커리어라는 이름으로 나의 경제 활동에 대해 나름 정당화시킬 이유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돈으로만 사는 삶을 살고 싶진 않다. 우리가 가진 모든 감각을 활용해 풍요롭고 즐거운 인생을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 먼저 경제적 환경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꾸고 있다.



해방이라면 두 가지 의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1) 돈이 아주 많아서 씀씀이에 대해 걱정이 없이 살 수 있는 경우. 예를 들어, 밥이 먹고 싶은데 가격은 전혀 배제한 채 순전히 모든 선택지에서 맛과 나의 현재 기분만 고려해 줄거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정도.


아니면, 2) 돈이 있든 없든 구애받지 않고 넉넉한 마음으로 살 수 있는 경우. 소유가 없고, 많은 것을 누리진 못하더라도 깨어있는 감각들로 사소한 행복들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삶이랄까.



나는 우선 첫 번째의 경우로 해방을 꿈꾼다. 아직 패기도 있고, 욕심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세속적이지만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우리 삶에 선택지를 다양하게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고, 나는 불로소득이 아닌 내 노력의 결과물로 돈을 벌어 돈으로부터 해방하고 싶다.


이런 관점의 책들을 찾던 중, ‘레버리지’와 ‘부의 추월차선’이란 책들을 접하게 되었다.

저축으로 부자가 될 수 없는 현시점에서 우리가 부를 축적하기 위해 필요한 관점과 행동들을 제시해 주는 책들이다. 모든 내용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나 기본적인 방향성은 어느 정도 동의한다. (책에 대한 리뷰가 아니므로 자세한 내용은 직접 참고해보길 바란다.)


부에 접근하는 다른 관점들을 제시하는 책들

따라서 앞으로 다가올 나의 30대는 경제적 해방을 꿈꾸며 부의 극대화를 노려보고자 한다.

자린고비 같고, 억척스러운 부자 되기가 아닌 내가 만들어가는 커리어 속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추가하면서 그 노력의 결과로 부의 극대화를 꿈꾼다. 이 전 세대들의 커리어 패스는 30년 기준이었다면, 나는 30년 동안 해야 할 일 혹은 할 수 있는 일을 10년내에 끝내면 된다. 아니 그보다 더 많은 기회들을 활용하여 다양한 것들을 해볼 수 있을 거 같은 기대와 희망이 있다.


열심히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며 성공 신화를 이룩하던 이 전 시대와 우리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와 접근들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레버리지하며 융합할 수 있는 커리어를 생각할 수 있다. 회사를 다니면서, 부업을 생각하고 개인 투자에 관심을 갖는다. 시간을 쪼개서 2~3가지 일도 할 수 있고, 전 세계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내 활동 영역을 넓힐 수도 있다. 우리에게 기회는 복합적이며 동시다발적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그 가치를 빠른 시간에 극대화할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을 이뤄가는 과정 속에서 언젠가 폭발적인 부의 성장과 그 성장을 유지할 루프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이렇게 말만으로 부가 축적된다면 너무 좋겠지만, 엄청난 에너지 소모와 노력, 공부, 관계들이 뒤따를 것이라는 각오도 동시에 하고 있다. 마흔의 은퇴라는 꿈은 이런 투자를 정당화시킬만한 나의 Motivation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단순하게 많은 돈을 갖고 싶은 것이 아니라 돈으로 제한된 자유, 스트레스, 관계로부터의 해방을 꿈꾸고 있다.



2. 좋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저는 마흔에 은퇴할 거예요 라고 얘기하면 당연하게 "그럼 마흔부터 뭐할라고?"라는 물음이 따라온다. 일을 하지 않고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는 너무나 크다. 막상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상쇄할 정도로.


나는 우선 무엇을 할 건가라는 이야기를 하기 전에, 바람이 있다면 멋진 집을 짓고 살고 싶다.

지난 여름 비긴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참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음악 자체도 즐거웠지만, 음악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도 풍성했고, 그 풍경은 더할 나위 없는 멋진 그림을 만들어 냈다. 그중에서도 스위스 몽트뢰라는 곳에서 그들이 묵었던 숙소는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가족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긴 집과 함께 넓은 들판, 들판 너머로 보이는 산과 강의 풍경은 우리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늘 상기시켜줄 것만 같았다.


스위스 몽트뢰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 언덕위의 넓은 들판과 강이 보이는 집 출처: JTBC

스무 살부터 지금까지 나는 1평짜리 고시원부터 시작해 10명의 가족과 살기도 하며 5개의 도시에서 8번의 이사를 하면서 집과 생활공간에 대한 나만의 꿈을 꾸어 왔다. 이런 경험들을 거치면서 공간은 나에게 있어 필수적이면서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요소 중에 하나가 되었다. 이 집은 내가 꿈꾸던 집을 현실 세계에 그려놓은 듯한 그런 집이었다. 마흔이 넘어서 어느 곳이 되었든 이런 공간과 전망을 꼭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 더 빠르면 더 좋고.



이런 집이 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편안하고 행복할 수도 있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지금은 이것을 꿈꾸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설렌다. 그렇지만 그 편안함만으로 평생을 살 수는 없다. 다시 내가 받는 질문인 "그럼 마흔부터 뭐할라고?"로 돌아가 보면, 나는 "아직 생각 안 해봤어요"라고 대답한다. 일단 마흔의 은퇴라는 포장지만 만들어 둔 상태고, 그 안에 무엇을 담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마흔부터 뭐할래?


그러나 확실한 것은 내가 좋다고 믿는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이 감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살고 싶다. 경제적 해방 뒤에 찾아올 나와 내 가족의 자유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내 삶을 채우고 싶다. 가령, 20대 초반에 꿈꾸었던 한쪽 벽면을 다 채울만한 큰 책장에 하루키의 책들로 가득 채우는 것 혹은 추운 겨울 추위 속에 투박한 흙길을 트레킹하는 그런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나의 그런 감각들을 자극하면서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일들과 내가 만들어 갈 수 있는 것들로 채워지면서 삶의 균형이 오로지 나와 내 가족들로부터 형성되는 그런 삶이었으면 한다. 아직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느낌을 받는지를 깊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지난 10년간 많은 시도를 해보곤 하면서 어쩌면 그런 감각으로부터 무뎌져야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깨달았기 때문에 그런 감각을 점점 멀리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감각을 조금씩 열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내가 풍부해질 수 있는 삶을 30대엔 찾아가고 싶고, 마흔부터의 삶에 적용하면서 살고 싶다.



감각을 열 수 있는 것들. 그것들을 찾는 것이 다음 10년간의 목표이며 그 이후의 삶에 내가 할 일들이다.



3. 의외로 현실적인 미래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이 추상적이며 뜬구름 같은 이야기일 수 있다. 부모님한텐 야단맞을 수 있는 어리석은 희망일 수도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시각에서 지금 현시점에 머물러 있는 우리의 삶이 뜬구름이 될 수 있는 그런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Elon Musk의 주장이나, 비롯 부결되긴 했지만 스위스에서 진행된 기본 소득에 대한 투표를 보면 수많은 직업들이 자동화로 인해 미래에 사라질 것이며,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수단들이 발달하면서 우리 삶에서 노동을 통한 경제활동의 비중이 매우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견되고 있다. 이 거대 담론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이런 흐름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보고, 우리 삶과 사회가 변화해가는 과정을 본다면 분명 노동은 줄어들고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할 다른 요소들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Elon Musk가 말하는 미래의 기본소득제의 필요성>

https://www.youtube.com/watch?v=vJgtRBkFnfw

출처: Youtube

의외로 마흔의 은퇴는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도 있다.

불안한 미래와 같은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어쩌면 우리는 우리 삶에 더 중요할 수 있고, 의미 있는 일들에 집중하게 될 좋은 삶의 방식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두렵기도 한 삶의 방식이지만 더 좋은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더 가치 있는 삶이 다가오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동안 나는 그때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도록 부를 레버리지 할 수 있는 활동들을 더 열심히, 복합적으로 해야 하며 한편으로는 나의 감각을 일깨우는 요소들에 대해 더 많은 시도를 통해 찾아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외로 우리의 은퇴는 가까이 다가올 수 있다.


20대의 마지막 12월이 흘러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지난 20대의 삶을 한번 정리해 본다면 크게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경험을 쫓아 계속해서 시도를 해왔고, 매일매일 성장하기 위해 애써왔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들을 도전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의심하고, 스스로가 증명해보려고 했던 노력들이 나를 지금의 방향으로 이끌어 왔다. 만족스러웠고 아직도 지난 시기를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 거리던 순간들이 있다.


앞으로의 30대에는 내 가치를 레버리지하여 다양하게 쓰일 수 있도록 열심히 일을 하고, 나의 감각을 일깨우기 위한 흥미로운 것들에 더욱 관심을 갖으며 자유로운 마흔의 은퇴 생활을 준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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