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규 Jul 23. 2017

내일 첫 출근을 합니다

내일이면 첫 출근을 한다.


회사에서 배려해서 준 덕분에 계절 학기까지 마치면서 모든 학업 프로그램은 종료가 되었고, 기다려왔던 베트남 여행도 다녀오고 후련한 마음으로 입사를 하게 되었다.



첫 출근을 앞둔 다른 이들의 느낌은 어땠을까? 나는 결정의 순간만큼 느꼈던 기분 좋은 후련함은 잊혀지고, 새로운 사람과 환경에 둘러싸일 긴장감이 엄습해온다.


어떤 분들과 함께 일하게 될지, 내 자리는 어떨지, 랩탑은 어떤 걸 줄지, 옷은 뭘 입고 가야 좋은 인상을 줄지 등등 하나부터 열까지 긴장 속에 따라오는 갖은 고민들이 있지만 가장 크게 마음속에 눌려있는 것은 '과연 가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동안의 연습 게임은 끝이 나고 이제 내 책임을 다 해야 하는 자리에 첫 시작을 한다. 나는 나 스스로를 평가할 때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고 말하곤 하지만 한편으론 신중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첫 커리어에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내 의지와 우연이 맞닿는 곳에서 모든 것은 결정이 나버렸고, 신중이라고 말하지만 그동안 회피가 아니었는지,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것은 아니었는지를 되돌아보며 객관적인 내 위치를 살펴보려고 지난 몇 주간 고민하기도 했다.


회사가 결정 나고 한동안은 합격 뽕(?)에 취한 들뜬 마음도 있었다. 모든 것을 합리화해버리고, 장밋빛 미래를 크게 그려보기도 했지만 점점 객관성을 찾아가면서 나는 이 곳이나 혹은 앞으로 정말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하게 되었다.



나는 당장에 '무엇이 되었다'보다는 '무엇을 쫓는다'에 방점을 찍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되었다'에 초점을 맞추면 자만하기 십상이고, 더 이상의 발전을 생각하기 힘들다. 따라서 조금 우쭐할 때 나는 내가 무엇을 쫓고 있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려고 노력한다. 이제 곧 서른이 되는 나는 30대에는 가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고 싶다. 가치는 돈이나 명예로 평가될 수도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많은 곳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어 간다면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사람임이 증명되지 않을까. 거품으로 그 가치는 부풀려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자만을 거둬내고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평가할 때도 나는 가치가 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사람으로,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이 일의 첫 단추이자 밑거름이 되는 곳이 내일부터 출근하게 될 첫 직장이 되지 않을까. 회사에서 필요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업계에 가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다방면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30대엔 성장하고 싶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재미있게도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에 특히나 구직과 관련된 경험들을 적어가면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의 연락을 받기도 하고 실제로도 만나보게 되었다. 일회적으로 메시지를 받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만남을 요청하는 분들은 나도 흥미로운 일이라 기꺼이 만나 뵙곤 했다. 사실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되어서 엄청난 조언을 해드릴 수 있는 입장도 아니라 알맹이가 얼마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연락하시는 분들이 더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이런 상황이 신기하기도 하여 모든 분들을 만나 뵀었다.


참 혼자 고민할 때에는 흔들거릴 때도 많고, 의심스러울 때도 많았다. 그러나 비슷한 방향성 혹은 고민을 갖고 커리어를 찾아 나서는 분들을 만나게 되니 오히려 내가 더 많은 자극을 받고, 동지애(?)랄까 든든한 우군이 생긴 것 같은 힘을 얻기도 하였다. (그분들도 가장 중요하게는 그런 힘을 얻으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각자가 추구하는 방향과 가치는 조금씩 달랐지만 신기하게도 비슷한 결을 가진 분들이었어서 만남 자체도 매우 뜻깊은 일이었다. 조금 더 건강한 구직 활동이랄까 커리어를 시작하는 주니어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이런 만남이 많아지는 것 자체도 꽤 의미가 있는 일 같았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책임감이랄까 부담도 생겼다. 내가 아직 뚜렷하게 어떤 조언을 해드릴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그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처지일 뿐인데 괜히 내가 하는 말이 정답처럼 들릴까 봐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어떤 스토리를 가진 분들인지 오히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최대한 확언은 줄이며 가능성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도록 대화를 풀어가려고 노력했다. 이런 일들이 쌓이다 보니 이러한 인연들이 계속 이어지다 보면 나중에는 참 재미있는 네트워크나 일들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브런치를 시작하고 가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믿음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시간을 보내며 나는 내일 첫 출근을 준비한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은 구직의 과정을 그려왔다면, 앞으로는 그다음 단계로 커리어를 쌓아가는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 같다. 그 이야기들 속에도 나름의 고민이 담길 것이며,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깨닫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이 곳에 풀어나갔으면 한다. 조금은 어설플(?) 내일을 기대해본다:D



* 지난 이야기

#8 첫 오퍼 레터를 받기까지

#6 이윽고 솔직한 면접

#5 저는 구직 중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