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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규 Jan 28. 2018

서른의 모멘텀

남 얘기 같던 서른 줄에 들어선 지 한 달가량이 지났다. 어느 날짜 기입란에 17년 대신 18년을 쓰는 것이 아직 손에 잘 붙지 않듯 서른의 나 또한 매우 어색하다. 특히 나이의 흐름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기에 특별하지 않게 서른에 접어들었으나 나름대로 변화를 체감하기 위한 결심을 하게 되었다. 서른의 문턱(?)을 넘은 기념일 지도.




드디어 치과행


가장 큰 결심이자 숙원사업이었던 치과행을 단행했다. 지난 몇 년간 비용 부담으로 인해 충치 저축을 해왔던 나는 이제 조금은 여유로워진 통장 잔고로 18년이 시작하자마자 치과부터 가기로 결정했다. 돈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긴 하지만, 비싼 돈을 주면서 또 다른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 도통 내 발걸음을 가볍지 않게 만들기도 했다. 아직 아프지도 않은데 왜 고통을 돈 주고 살까?라는 심보는 결국 비싼 충치 이자로 이어졌고.. 이 곳 저 곳 치과를 알아보다가 모든 충치를 제거하기 위한 한 곳에 큰 돈을 결제해버렸다.(튼튼한 치아를 타고난 여자 친구는 왜 치과를 무서워하는지 전혀 이해를 못한다.)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치료는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몇 백만 원의 카드 영수증을 받는 순간 속이 다 후련했다.

그로부터 숙원사업이었던 치과 치료가 시작되었고, 매번 새로운 치아들로 갈아지고, 채워지고, 씌워지고 있다. 가히 서른이라는 변화에 걸맞게 묵은 것들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 여전히 가는 길이 무서운 건 어쩔 수 없으나.




가치가 상승하는 곳으로


그동안은 닥쳐오는 것들을 모두 취하기에만 집중을 해온 것이 내 방식이었다. 내 것이랄 것도 없었을뿐더러(집이나 일이나 돈이나 등등..) 그냥 주어지는 기회 모두가 감사했고 내가 해야 할 일들 같았기에 무언가의 좋고 안 좋고를 따져볼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취하고 있는 것들을 가지고 선택이란 것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된 것 같다. 가령, 통장에 잔고가 쌓이면서(자꾸 돈 얘기를 하게 되어 불편한 점도 있지만) 이 돈으로 좋은 옷들을 살지, 비트코인을 살지, 저축을 할지 등을 선택하는 고민 따위와 같이. 이런 선택에 있어 아직 뚜렷하진 않지만 '가치가 상승하는 곳'으로 향해야 한다는 작은 물줄기를 고민하게 되었다. 나의 길이든 돈이든 내가 생각하기에 가치가 상승할 곳으로 향해야 된다는 방향성은 당연하지만 계속해서 나를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어떤 사람이 많은 돈을 벌고 싶다면, 돈의 가치를 극대화시켜줄 재화를 활용하여 더 많은 돈을 창출할 수 있다. 혹은 자유롭고 평등한 공동체를 꿈꾼다면, 나의 노동과 시간을 봉사에 투자하며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예를 든 것이지만 내가 가진 돈, 노동, 시간 등의 가치들을 각각 혹은 같이 상승시키면서 나뿐만 아니라 나의 가족, 우리 사회가 조금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싶은 다소 거창한(?) 방향을 잡게 되었다.


정말 간단하지만 결코 쉽게 생각할 수는 없는 '가치 상승을 위한 노력을 서른의 새로운 결심'으로 세웠다.


이런 결심으로 올해를 시작하자마자 매서운 강추위가 시작되기 직전, 나의 가치가 상승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변화의 기회가 주어졌다. 어리버리하고 어색한 서른의 나는 이 어색함을 녹여버리기도 전에 고민과 선택에 빠지게 되었고, 어느 정도 정리를 하면서 내가 내린 결론으로 가치 상승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 곳으로의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 선택의 상황과 고민은 나에게 낯설고 힘든 일이었지만, 가치 상승에 대한 믿음과 이를 실현시킬 의지, 그리고 그래도 덜 후회할 방향으로 결정을 했다.



변화 자체도 어쩌면 모멘텀이 될 수 있다. 특히나 주변 환경이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면, 이 것이 큰 모멘텀이자 레버리지할 수 있는 대상이 되어 내 가치 상승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른의 모멘텀은 생각하지 않았던 곳에서 시작되었다. 앞으로 이어갈 또 다른 이야기에 기대와 설렘으로 그 시작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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