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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규 Nov 12. 2018

일상을 위한 노력

싱가포르 정착기 2

파르르르. 눈 밑이 (모두가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나 같은 경우엔 주로 왼쪽 눈 밑이) 간혹 파르르르 떨리는 경우가 있다. 마그네슘 부족, 스트레스, 긴장, 과로 등등이 원인이기 때문에 휴식과 고른 음식 섭취가 해결책이라고 하나 나는 그것들보다 이 시기에 함께 찾아오곤하는 '무기력함'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가 더 고민스럽다.



적당한 에너지를 쓰면서 일을 하고 퇴근 후에 좋은 음식과 운동, 여유, 숙면으로 재충전을 하는 밸런스는 중요하다. 그러나 일을 하다 보면 더 많은 에너지와 정신을 쏟을 수밖에 없는 집중의 시기가 있다. 지난 몇 주간은 그런 차원에서 열심히 해보자고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었더니 어느새 눈 밑에 파르르르와 몸살 기운이 함께 찾아왔다. 어쩔 수 없이 이번 주말은 반납하고 무작정 쉬기로 한다. 아무 생각 없이 티비 프로그램이나 보며 마냥 누워서 차를 마시고, 새콤함이 필요해 비빔국수를 해먹은 일을 빼곤 삐-- 스위치 오프.



얼마 전 팀에 가깝게 지내는 K님과 회사 주변인 마리나베이를 산책하다 요즘 생활(싱가포르/타지 생활)에서 일상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거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당연하게 주어지던 평범한 일들을 이 곳에서는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고. 운동도 취미 생활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책 읽기 좋은 카페를 찾는 일도 한국에선 쉽게 하던 것들인데 이 곳에선 노력해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싱가포르 생활 초반에는 낯선 환경에 새로움만으로 충분히 흥미로웠다. 그러나 낯선 환경에서의 새로움은 시간이 지나면 차츰 사라진다. 새로움 뒤에 일상이 자리잡지 않으면 나태한 생활이 쉽게 찾아올 수 있다. 한국에선 자연스러웠던 일상이(친구들을 불러내고, 맛있는 걸 먹고, 운동하고, 좋아하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계절이 바뀌면 가볼만한 곳이 있고 했던) 찾아 나서고, 움직이고, 노력해야 형성될 수 있는 것으로 변해버렸다. 이것이 타지 생활이다.


주말 동안 누워 있으면서 무엇이 타지 생활을 하는 나에게 필요한 일상일까 정리하게 되었다. 채울 공간이 정말 많은 지금 일상에 가장 기본부터 다시 채워나가고자 한다. 기본을 정리해보면 내 일상이 좀 더 뚜렷해지고, 이 곳에서 더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나설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탐구하는 취미 생활


이 곳은 온전히 일 때문에 오게 되었다. 싱가포르에 오고 싶어서 일을 구한 게 아니라 일을 구하고 봤더니 싱가포르로 옮겨야 했다. 때문에 이 곳의 의미 중 가장 큰 것은 내가 하는 일에서의 성장이었다. 일하고 있는 산업군도, 회사도, 내 포지션도 다양한 의미에서 소중하다. 그러나 그 의미를 원하는 만큼 발현시키려면 해야 하는 공부도, 이해해야 하는 트렌드도, 회사의 업데이트도 너무나 많다. 나는 그런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읽어야 할 책도, 체크해야 할 기사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할 내 일들도 많다. 그런 것들이 꾸준히 축적되면서 내가 하는 일에서 넓게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누구나 그렇듯 당장 해야 될 일 외에 미래를 위한 혹은 추가로 필요한 것들은 미뤄지기 쉽다. 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보는 넷플릭스 시리즈가 이런 일들보다 우선시되는 건 귀찮은 것들을 미루고자 하는 자연스러움일 수 있다. 그러나 일의 연장선이 아니라 내가 호기심을 갖고 있는 이런 토픽들을 탐구하는 것을 취미로 삼는다면 싱가포르 생활이 내가 이 곳에 온 목적에 맞게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업계에 대한 탐구를 흥미로운 취미 생활로 만들어보자.




하루 10,000보


몇 년 전부터 나는 Fitbit을 차고 다닌다. 이 기기를 차고 다니면서 하루 10,000보를 걷겠다는 나름 매일의 목표를 가졌다. 매일 지키지 못하더라도 하루 10,000보의 움직임을 만드려고 의식적으로 더 많은 활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가령,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선택하고, 바로 갈 수 있는 길을 돌아서 간다던지하는 일들을. 근력 운동을 좋아해 에너지가 넘칠 때는 체육관에서 덤벨과 바벨을 들기도 하고, 싱가포르에 와서는 이따금 수영을 하기도 하지만 바쁜 일상이 계속되는 요즘엔 도통 쉽지 않은 일들이다. 10,000보를 채우는 일 조차 보통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침 혹은 저녁에 30분가량 빠른 걸음이나 가벼운 조깅으로 동네 주변 산책로를 돌기로 한다. 몇 주전부터 시작한 일이지만 이제 내 중요한 일상 목록에 끼워 넣고 아침에 커피를 찾듯 자연스러운 행위로 만들고자 한다.




일요일 오전은


일주일의 마무리이자 시작은 일요일 오전 시간에서 비롯된다. 눈을 뜨고 가볍게 밥을 해먹고 난 뒤 교회로 향한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며 지난 1주일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1주일을 조금 새롭게 다짐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그랩쉐어로 우연히 만난 어느 싱가포르 분으로부터 추천받은 교회를 시작해 유명하다는 크고 작은 교회들, 한인 교회들을 찾아다니다 최근에 정착할 교회를 찾으면서 일요일 오전은 조금 편안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묘하게도 이런 일요일 오전 시간이 없는 경우엔 일주일이 마무리되지 않고 피곤한 2주를 연장 살아내는 듯한 느낌이든다. 일주일이라는 기간이 있는 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지치지 않을 정도로 쉬어갈 수 있으니. 가볍게 끊어 갈 수 있는 쉼표가 되고, 새로운 에너지도 생길 수 있는 원동력은 예배를 통해 일요일 오전에 생긴다. 예배가 끝나면 근처 카페에서 책을 보기도 하고, 가끔은 쇼핑을 하러 시내에 나가기도 한다.


반복적일 수 있는 이 일상은 아침에 교회를 향하며 오늘은 무슨 이야기가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을 가질 때 더 생기로워 진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일상을 형성하는 일을 시작한다.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는 일들로 만들기 위해 일상을 위한 노력을 한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큰 모험이 필요할 수 있다. 새로운 사람을 찾아 만나고, 모임을 나가고, 흥미로운 취미 생활을 시작하고 등등. 그러나 바쁜 일상에 순간 찾아오는 무기력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일상에서 에너지를 채워야 한다.


일상은, 특히나 익숙함에서 벗어난 타지에서의 일상은 노력해야 일굴 수 있다. 글을 쓰는 일도 일상의 에너지를 채우면서 꾸준히 노력하며 이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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