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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완 Oct 21. 2018

누군가의 가게가 되는 '프로젝트 하다'

낮엔 디자이너 작업실, 밤과 주말이 되면 가게로 변신하는 곳


2년 전, 상수동에 있는 제비다방을 조금 지나면 만날 수 있는 '프로젝트 하다(Project HADA)'를 처음 알게 되었다. 평소 주말 아침과 다름없이 집에서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KBS1 '사람과 사람들' 다큐 방송에서 너 하는 일과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아버지가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이해를 하시고 말씀하셨는지 확실치 않았지만, 일단 전화를 끊고 곧바로 TV를 틀어 다큐를 봤다. 다행히도 방송의 내용은 내가 하는 일과 연관된 '공유공간'에 대해 다루는 내용이었고, 무엇보다 처음 알게 된 공간이라 운영방식과 자세한 내용에 호기심이 생기게 했다.


방송이 끝나고 인터넷을 통해 바로 찾아본 '프로젝트 하다'는 평소 낮 시간대에는 공간을 만든 정다운 디자이너와 동업자 분과 함께 스튜디오로 사용하는 작업실이지만, 저녁 시간과 주말에는 누군가의 가게가 되는 공유 공간으로 바뀌는 곳이었다. 평소에 마음껏 '실험과 시도'를 하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만 했었는데 실제 요일별로 유휴 시간에 공간을 같이 쓰는 곳을 만나는 것이 신기했다. 비슷한 사례로 홍대 주변에서 2층짜리 주택을 방별로 나눠서 가게로 함께 임대해 사용하는 '어쩌다가게'가 있지만, 요일별로 작은 공간을 시간대로 함께 사용하는 '하다'와는 운영 형태가 다르다.


디자이너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 외 더 많은 시간을 누군가의 가게로 변신하여 재밌는 콘텐츠를 채우는 '프로젝트 하다'. 공부한 음식을 손님들에게 직접 테스트해볼 수 있는 쿠킹 스튜디오 같이 빵, 음식, 술, 좋아하는 물건을 팔 수 있는 가게이다. 


오늘은 나만의 가게를 꿈꾸는 청년들이 많아지는 시대에 작은 성공의 경험을 축적해볼 수 있는 멋진 공유공간'프로젝트 하다'에 대해 소개한다. 



정식 가게를 오픈하기 전, 정기적인 팝업 스토어를 통해 장사 프로젝트를 실험할 수 있는 곳


디자이너의 작업실로 사용하는 시간이 끝나면 이곳은 바로 누군가의 팝업스토어가 된다. 흔히 우리 주변에서 '너 정도면 가게 차려도 되겠다'라고 듣는 주변 친구들이 있지만, 실제로 가게를 내고 장사를 하는 것은 쉽사리 선택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최근 백종원 씨가 국정감사에 나와서 이슈가 되었던 것처럼 최근 5년 개인사업자 신규 창업 대비 폐업 비율이 2018년 기준 72.2%에 달하고 있다.(자료 : 국세청, 국민일보) 이처럼 자영업은 실력이 있어도 '내 가게'를 차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점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내가 준비한 음식&상품&서비스를 시장에서 확인하지 않고 처음부터 높은 보증금과 초기 시설 투자금을 투입하여 시작하는 것은 가게를 준비하는 분들 입장에서 실패해 대한 두려움을 더욱 크게 느끼게 한다.


이러한 사회문제를 돌이켜봤을 때, 상수동에 위치한 <프로젝트 하다>는 누군가의 작은 프로젝트 가게로 실험과 시도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공유공간이다. 매일 가게를 운영하기 어려운 전문 요리과정 코스 수강 중인 학생이나 창업전 상품에 대한 경쟁력 확인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요일별, 시간이 맞는 사람에게 공간을 연결해준다. 이곳을 거쳐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실력이 있지만, 아직 매장을 오픈하기 전'인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필자가 하다에서 먹어본 음식점도 있었는데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것처럼 이곳은 다양한 팀들이 거쳐가고 계속해서 누군가의 가게로 활동가를 모집하고 있다. 주로 작은 편집샵이나 음식점(&술집)으로 운영해볼 팀들을 구하고 있다. 2018년 10월 기준으론 채식, 밥집, 술집을 운영할 사람을 모집 중이다.


(*시기별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가게다 보니 본문 글에 나오는 가게가 현재까지 운영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출처 : <프로젝트 하다> 페이지


음식장사를 할 수 있는 기본 도구들은 세팅이 되어있다.


사실 음식점으로 활용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요리를 할 수 있는 장비나 식기들이 준비가 되어야 하는데, 프로젝트 하다에는 실력과 재료만 있으면 바로 장사가 가능하도록 도구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필자도 공간이 너무 궁금해서 오래전에 프랑스 가정식을 판매하는 요일에 방문해서 먹었던 적이 있다. 당시 공간을 사용하는 사장님에게 확인해보니 기본적으로 냉장고, 오븐, 식기류가 준비되어 있어서 프로젝트를 하기 좋은 공간이라고 했었다. 물론 다른 사장님들과 공간을 같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마감 정리나 냉장고에 식재료 보관 같은 것은 이 공간만의 약속 방식에 맞춰서 잘 관리를 한다고 했었다.



'프로젝트 하다'의 팬으로서 조금 아쉬운 점, '입점 업체에 대한 홍보'


예전까지는 현재 '프로젝트 하다'에서 요일별, 시간별 어떤 프로젝트가 운영되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홈페이지 기간이 만료되어서 확인이 불가하거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도 '프로젝트팀'을 모집하는 글 외 찾아볼 수가 없었다. 처음에 이 공간을 알게 되었을 때, 찾아보고 바로 해당 날짜에 맞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찾아가기 편했는데 지금은 조금 운영/홍보가 아쉽다. 응원하는 마음에선 업체들의 정보와 다양한 활동 모습들을 소식으로 만나고 싶다. 아마도 공간을 운영하는 분들이 본업이 다 있고 바빠서 관리가 어려운 것도 있을 것 같다.


'프로젝트 하다'가 추구하는 방향과 지금까지 진행했던 프로젝트 가게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만들고, SNS 소식을 통해 팬들을 만들어가는 홍보를 시작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방문해서 프로젝트 가게들의 음식을 소비할 것 같다. 프로젝트의 취지나 공간에 채워진 콘텐츠에서 느껴지는 내용들은 지금의 사회에서 원하기도 하고 있는 내용이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응원해줄 것 같다.




*출처 : <프로젝트 하다> 페이지

누군가의 가게에서, 누군가는 가게를 직접 연다.


최근 소식을 보니 이전에 팝업 형식으로 프로젝트 하다 공간에서 실험을 했던 팀이 염리동에 직접 가게를 오픈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사례야 말로 '프로젝트 하다' 공간의 실질적 성과가 아닐까? 직접 공간을 오픈하기엔 부담스러웠던 팀이 실험과 시도를 하며 시장에서 가질 수 있는 사업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었던 사례라고 본다. '프로젝트 하다' 공간을 기획한 정다운 디자이너는 2년 전 한 매거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 사람과 공간을 쓰는 게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받았어요. 그러나 서로 규칙을 잘 지키고 존중하므로 괜찮아요. 도리어 장점이 더 많죠. 저녁까지 일하다가 맛있는 식사를 하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요. 무엇보다 요즘은 본업과 취미가 딱 구분되지 않는 시대잖아요. 직업이 꼭 하나여야 할 이유도 없고요. 자신이 정말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면 거기까지 가는 다양한 과정이 필요하잖아요. 하다 프로젝트에 함께하고 있는 여러분이나 저나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지요. 그 과정을 함께할 수 있어서 저 역시 즐겁습니다.”




요즘 카페를 창업해도 3년을 운영하기 정말 힘들다고 한다. 하나의 목적으로 운영되는 공간이 아닌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공유공간을 3년 이상 운영하는 '프로젝트 하다' 팀이 시사하는 바는 가볍지 않은 것 같다. 실험과 시도를 응원해주는 가치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 공간으로 지켜내며 계속 제공해주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공유에 대한 가치를 앞서서 실천했고,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지금까지 발전시켜온 거라 더 멋진 것 같다. 공간을 쓰게 만드는 힘과 에너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프로젝트 하다' 팀을 기쁘게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프로젝트 하다(Project HADA) 공간정보

-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18

- 운영시간 : (기본정보) 작업실 11시~18시, 저녁 식당 19:00, 주말 업체별 다름.

-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projecthada/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projecth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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