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엄마는 이렇게 살 것이다!
대체 무엇을 바라고 아무도 시키지 않은 고생을 사서 한 거니?
이럴 거면 뭐 하러 괜한 일은 벌인 거냐구?
이래도 이 일을 계속 하면서 살아가겠다는 거니?
미안해. 내가 또 네 마음을 멋대로 재단했구나.
감정에 옳고 그름이 없다는 걸 또 잊었어.
솔직한 네 마음 이야기가 궁금한데 들려줄 수 있겠니?
‘저 정말 잘했죠?’하고 달려가
칭찬받을 누군가가 필요해.
나만 보면 다들 자기들 힘든 이야기만 하고.
알아. 나도.
모두가 너무나 잘 해줬다는 걸.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는 것도.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들어주는 사람만 있어도
또 기운을 차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아.
나 역시 그런 분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니까.
이제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줄
차례가 되었다는 거,
머리로는 분명히 알겠는데 그게 잘 안 돼.
여전히 위로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내가 있다구.
나 어떻게 하면 좋지?
역시 나는 안 되는 걸까?
능력도 안 되면서 괜한 욕심내느라
오히려 모든 사람들을
다 힘들게 하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해 미칠 것만 같아.
한 살 두 살 세 살 처음 3년은 너를 먹이고 재우고 그저 건강히 잘 키우는 데 쓰마.
너의 미소도 너의 똥도 모두 나를 미치게 할 것이다.
나는 미치도록 행복했다가 미치도록 힘겨울 것이다.
이런 ‘미침’은 엄마만의 뜨거운 특권.
나는 웃다가,
울다가,
그 어떤 경우라도
다시 네 자그만 손바닥 냄새를 맡고 일어설 것이다.
오소희의 『엄마의 20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