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방 어디 꺼야? 맘에 든다”
매달 신고 다니는 신발이 바뀌는 것과 달리, 나는 한번 매기 시작한 가방은 망가지기 전까진 계속 매는 경향이 있다. 잦은 출장으로 항상 시간이 부족해서 요새는 신발 외에는 거의 쇼핑을 안 하게 되었는데, 언제부턴가 엄마가 부탁한 적도 없는데 옷이며 가방을 종종 사 주신다. ‘특이단순섬세’라는 내 모토/슬로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디자인에 대해 나름의 기준을 가졌기에, 엄마가 사준 옷이며 가방들을 마지못해 받아두었다 쓰는 경향이 있는데, 의외로 만나는 사람들이 엄마가 사준 물건에 대해 좋다고 칭찬들을 많이 한다. (어쩌면 내가 고른 물건들보다 사람들은 엄마가 골라준 물건들에 대해서 더 자주 맘에 든다고 표현하는 것 같다)
그중 특히 내가 요새 매고 다니는 휠라가방은 유난히 우리 회사 사람들이 맘에 든다면서 탐을 내는 것 같다. 올 초 요르단에서는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본인들이 직접 인터넷에 찾아봤다고 할 정도였는데, 여기서 또 나의 상상이 시작되었다.
왜 월드뱅크 (세계은행) 동료들은 내 휠라가방에 관심을 표명하는 걸까? 캐주얼하면서도, 회의에 매고 가기에 무난한 색상과 깔끔한 디자인, 그리고 옆으로 열리는 가방이 항상 이동하면서 일을 계속하는 직장동료들에게 노트북을 꺼내기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맘에 들어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훨라에서 월드뱅크 직원들에게 특화된 한정판 가방을 만들면 어떨까? 아니면 월드뱅크 일을 모티프로 만들어서 팔리는 수익금은 세계은행의 미션에 부합할 만한 목적으로 씌면 안 될까?
여기서 한번 상상의 점프가 발동한다.
개도국 출장을 많이 다니면서 내가 느꼈던 아쉬움 중 하나가, 내가 방문하는 지역의 토속품 혹은 그것을 대변하는 선물/물건을 사고 싶은데, 패턴이나 디자인 자체는 마음에 들어도 제품의 제조 과정이 수작업이고, 제조 산업이 고도화되지 못한 곳이 많다 보니 제품이 조잡해서 실용적이지 못하는 점이다. 그런데 가격이 개도국이라고 해서 싼 것도 아니다. 이건 내가 주로 가는 가게들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현지 물가가 아닌 관광 혹은 나처럼 업무 차 방문한 사람들의 국가 물가 수준이 적용되어서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매고 다니는 가방의 기능들은 표준화해서 공급하고, 가방의 표피 패턴 디자인 부분만 각 지역의 고유의 재료 및 문양으로 디자인하고, 현지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면 어떨까? 그리고 한 가지 더, 만약 휠라라는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라면 나 같은 외국인이 개도국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덜 망설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Fila ForC, Classic-Community-Collectors-Collaboration)
내 머릿속의 상상만으로 묻혀 두고 싶지 않아, 관련 분야 및 휠라와 같이 일하는 지인들에게 두서없이 이야기한 내용들을 조금 적어보았다.
Ideation: Feb 2018 @ Jordan
Drafted 3.10.2018
Edited 5.25.2018 on f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