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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xaramius Mar 13. 2017

The Gene: An Intimate History

by Siddhartha Mukherjee

‘The Emperor of All Maladies: A Biography of Cancer’라는 책으로 Pulitzer 상을 받은 Siddhartha Mukherjee의 두 번째 책입니다. 전작은 암에 대해서 굉장히 상세하고 알기 쉽게 소개해서 많은 호평을 받았었죠. 한국에서는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번역이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의외로 화제가 안 되더군요. 아무튼 전작의 성공으로 인해 이 책에도 출판되자마자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시작은 현대 생물학의 기반이 된 두 흐름, 멘델의 유전학과 다윈의 진화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두 가지를 동등하게 다루어줘서 고맙더라구요. 흔히 유전학-분자생물학-세포생물학만 중요하게 여기고 그 원동력이 되는 ’진화’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 후에는 DNA가 유전 물질로 밝혀지고 Central Dogma가 확립되는 과정,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발전, 생물학/의학을 기반으로 한 회사들의 설립, 잘 알려진 human genome project, 그리고 최근에 화두가 많이 되는 Gene Therapy와 Gene Diagnostic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에는 최근에 등장한 CRISPR라는 기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CRISPR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소개가 되어있기 때문에 발견된 과정이나 원리에 대해서는 넘어가도록 하죠. 그냥 단순히 얘기하면 굉장히 간단하게 유전자를 조작하는 방법입니다. 즉 공상과학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겼던 맞춤형 아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그것도 아주 쉽게... 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실험실에서만 이용되던 과학 기술의 영향력이 실험실을 넘어서 대중들에게 까지 갈 가능성이 생긴 것이죠. 이런 위험한(?) 기술이 등장했을 때 이걸 처음 발견해서 사용하는 과학자들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사실 이런 논의는 1970년대에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발전하던 때에도 있었습니다. 매우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자기가 원하는 대로 DNA를 자르고 바꿔서 원하는 유전자를 얻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던 때죠. 이런 방법들은 생물학 연구에 큰 발전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잘못 사용되면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거나 옳지 않은 연구를 하게도 만듭니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 때 당시 연구를 주도하던 몇몇 과학자들이 아실로마에서 회의를 거쳐서 유전자 재조합 기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듭니다. 즉, 실험실에서 하는 실험들이 윤리적으로 도를 넘지 않도록 하고 그 결과들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위험물질과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하도록 규정한 것이죠. 이 가이드라인은 꽤 성과를 거둡니다. 실제로 이상한 실험을 해서 괴물을 만들었다는 보고가 그 후로 없었으니까요. 뭐 이건 과학자들의 영향력이 상당히 좋게 작용한 사례이지만 실제로 역사를 보면 그 반대의 경우도 많습니다. Francis Galton의 우생학이라던가 Lysenko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죠. 네, 이 책에서 다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러면 과연 CRISPR는 어떻게 될까요? 실제로 2015년에 이 기술의 발전에 기여한 대표적인 과학자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긴 했습니다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우선 1970년대와 달리 생물학 실험을 하는 실험실이 전 세계에 퍼져있죠. 한 두 가지 가이드라인으로 통제할 수 있는 시절이 아닙니다. 그리고 당시에 굉장히 잘 훈련된 사람만 사용할 수 있던 유전자 재조합 기술들과는 달리 CRISPR라는 기술이 (전공자들에게는) 쓰기 쉬워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5년인가 중국에서 이 기술을 사람의 배아세포에 사용하여 유전자를 바꾸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이 논문은 윤리적인 이유로 Nature, Science에서는 기제를 거부했지만 어쨌거나 다른 저널에 보고가 되었고 당시에 많은 논란이 되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성공률이 매우 낮았지만요. 아마 제대로 적용하기에는 여러가지 과학적/기술적 문제들 때문에 시간이 좀 더 걸릴 겁니다. 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모르죠.


그건 그렇고 과연 CRISPR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유전자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게 해 줄까요? 아마 사람들은 이런 질문 보다는 키 크게 하는 유전자나 이쁘게 보이는 유전자에 관심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뭐 동성애에 관련된 유전자는 존재하는가, 아니면 현재 암이 걸릴 확률을 조기에 알게 해주는 기술들이 정말 쓸모가 있는가 이런 게 더 궁금하긴 하죠. 이런 논의들에 대해 현대 생물학은 어떤 답을 주고 있나요?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주려고 하는 게 이 점입니다.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유전자는 특정 형질, 기능, 그리고 숙명(?)에 영향을 미칩니다만 그 영향은 대부분 일대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대부분 사람의 특성은 한 가지 이상의 여러가지 유전자들, 그리고 그들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결정이 되구요, 또한 유전자뿐 아니라 다른 요소, 즉 환경이나 우연 (또는 신의 뜻?)에 의해서 정해집니다. (Genotype + Enviroment + Triggers + Chance = Phenotype) 그리고 현재 우리들의 지식으로는 이것들의 상호작용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 점만 잘 이해해도 위의 질문에 어느 정도 답이 될 것 같네요. 나머지 내용은 직접 책을 읽으면서 배우시기 바랍니다.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내용은 대학교에서 생물학 전공자들이 학부 2-3학년에 배우는 것들입니다. 전공자에게는 좀 지루할 수도 있겠구요, 반면 그렇지 않은 분들은 약간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두껍기도 하구요. 하지만 현재 우리가 유전자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리고 현대 생물학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으시다면 시간을 내서 읽어볼 만 합니다. 전공자들도 생물학을 처음 배울 때의 감동(그런게 있었다면)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쳅터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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