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전주의 맛집이라지!
사람들은 전주하면 음식과 한옥마을을 제일 먼저 꼽는다.
그 중 한옥마을에서는 단연 한정식, 비빔밥이
우선하고, 그 다음 한옥마을 내에 있는 이곳의
칼국수집이 제일 성황이다.
볼 일이 있거나 손님 안내로 어쩔수 없이 주말에
한옥마을에 들어 섰을때 이 음식점앞에 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그거 하나 먹겠다고 한시간 이상을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볼때면...
괜히 현지인으로서 그 사람들을 가소로운 눈빛으로
웃으며 지나 칠 때도 있다.
음...25년전쯤 미술학원 다니던 고등학생일때
동문 사거리에 위치한 학원때문에 식사때면 매번
친구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15분쯤 걸어 도착하던 이 곳이다.
그땐 한 그릇에 2,500원 했기에 학생들에겐
더 할 나위 없는 배 든든한 한끼 식사였다.
지금의 두배가 되는 큰 쇠그릇에
앞니가 한개 없는 아줌니가 한손에 한그릇씩을
잡고 테이블에 놓으면 꼭 '엄지손가락'이
칼국수 안에 빠져 있는것이다.
''아!손가락!네가 먼저 먹어!''하면
이빨 빠진 그 아줌마는 그냥 우릴 보며 웃었다.
''또 빠졌어.''수군수군하면서도 그냥 서로 먹을려고 정신없던 시절이었다.
양이 많아 그릇을 다 비우는 날이 극히 적었는데
이젠 그릇도 몇 차례 바뀐 느낌이다.
홀이 좁아서 주방에서 돌아서면 바로 테이블들이 있으니 쟁반도 안 쓰고 몸이 잽싼 아줌마는
한 그릇씩을 잡고 물찬제비처럼 홀을 돌아다녔다.
쇠그릇이라 무척 뜨거웠을텐데 말이다.
그 아줌마 나이가 이제 나랑 별반 차이가 없겠지?
양은 줄었지만,들깨칼국수의 맛은 여전한것 같고,
맛보다는 추억에 잠겨 추억을 먹고 온 기분이랄까?
그런 이곳이 한옥마을 뿐만이 아니라
서울강남 센트럴에도 있고,
오늘 식사를 한 전주신시가지에도 분점을 냈다.
관광객들은 한옥마을로...
전주사람은 다소 한가한 신시가지로 가는것 같다.
이빨 빠진 아줌마의 엄지손가락이 찰박찰박한
국물에 빠졌던 기억을 되뇌이며
한 그릇 어찌어찌 먹고 온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