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세우려면
김장을 같이 한다는게 나쁜건 아니다.
같이 하면 좋다. 장소도 넓고 , 양념도 같이 버무리니까 경제적으로도 좋고.
근데 2시간 차를 타고 가서 아마 배추 다듬고 씻고, 절구고, 새벽에 일어나 김장양념 만들고 무치고, 치우고 ,마지막엔 아버님친구들과 함께하는 수육파티까지.. 꽤 복잡한 공정이 든다.
유치원생이랑 초등생 저학년도 같이 있다.
그래서 안가고 싶다.
이래저래 난리나고 결국 나말고 누군가 아이들을 챙기거나 안그럼 내가 챙겨줘야 하거나고, 시댁식구들이랑 딱히 할말이 없다. 부동산이야기 말고 할말도 없고, 애들 교육문제도 솔직히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 어머님은 뭔가 착각하는게 교육은 공짜로 되는게 없다. 학원을 보내려면 학원비를 내야 하고 , 집에서 가르치려면 내가 시간을 내고 마음을 잡고 가르쳐야 한다.꽤 힘이든다.
그리고 형님이랑 공유할게 없다. 무슨이야기를 하겠나? 아차피 본인 주변의 선생님들 이야기나 할테고, 본인이야기는 거의 안한다. 그러다 보니 결국 할이야기도 공유할 이야기도 없게 된거다.
직업적으로도 나랑 겹치는 바도, 취미도 겹치는 바가 없다.
시어머니 역시 말하다보면 내가 이상해지는 것 같아서 말이 하기 싫다. 아버님 역시 .. 말을 하는데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못 알아 듣겠다. 왜 그렇게 말을 빨리 하시고 단답으로 말을 하시는지..
이분이 말을 길게하는 건 술드셔서 자기 과거 이야기 할때만 말이 길어지신다.
아들 손자 며느리 딸 까지 매번 같이 있어야 하는지.. 재미도 없고 편하지도 않고, 가면 할일은 많고, 남편은 재미없고.
나는 그냥 알바하는 기분이다. 알바면 내가 한것에 대해 돈이라도 받고 내 기분이라도 좋지만.
70대 중반의 아버님 진두지휘하에 다들 할몫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나 어릴적엔 엄마가 집에서 김장을 하셨기 때문에.. 처음엔 아버님네 김장문화가 신선하고 재미있었는데,(다 같이 모여서 어마무시하게 무친다.)
우리집에서 먹는 김치량을 생각하니까.. 같이 하기보다는 차라리 절인 배추사서 양념만들어서 버무리는게 더 낫겠다 싶다.
그러다가 나도 어느날 배추를 절구게 될지도 모르지만.
점점 아버님댁과 같이 하는게 부담스럽다. 그러니 나를 세우는 개념에서라도 올해 김장은 집에서 소소하게 하련다.
근데 아예 김장을 안하는 집도 있겠지?
아들보다 딸이 더 잘한다고 하니, 자기 딸한테 의지해서 잘 살으시라는 말 밖에 해줄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