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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닮 Feb 21. 2024

24시간이 모자라

아이의 하루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가지 않는 만 3살 꼬맹이는 하루가  심심하고 심심해서 하루종일 엄마를 가만두지 않는다.


이른 아침 뭐라도 할세라 책상에 앉아서 뭔가 그리고 있으면 ‘엄마 엄마는 이거 해, 나는 이거 할게 ‘라며 옆에 있는 작은 책상에서 열심히 크레파스를 들고 꼬물꼬물 뭔가를 한다.


그래놓고 잠시 뒤에 ‘엄마 나 이거 그렸어. 눈코입이랑 다 그렸어 ’ 하며 엄마의 눈길을  기다린다.


그러면 나는 잠시 봐준 후 다시 뭔가를 하지만 그러길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아이는 자기 하던걸 멈추고 나에게로 온다.


집중이 되질 않는 나는 내려놓고 거실로 나간다.


그러다가 아침 준비를 한다. 그런데 큰 애가 일어나지 않는다.


큰 애는 아침에 티브이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고 일어난다. 티브이를 켜둔다. 페파가 머라고 머라고 한다.


만 3살 꼬맹이는 재밌다고 앉아서 보고 어느덧 큰애도 나와서 보다가 밥을 먹는다.

 

오빠는 유치원 하고 남은 꼬맹이는 갑자기 심심하다.


‘엄마 심심해’  심심해를 연발하는 꼬마의 속내는 이렇다. 심심하니 영상을 보여달라는 말.


그러나 아침에 봤는데 , 나랑 종일 있는다고 해서 티브이를 틀어줄 순 없다.


안된다고 한다.


오빠 오면 보자고 한다.  몇 번 더 심심해를 연발하지만  원하는 액션이 없자 아이는 혼자 놀기 시작한다.


인형도 가지고 놀았다가 시장놀이를 했다가 오빠 것 레고를 꺼내서 만지작 거렸다가 종이에 그림도 그리고 색도 칠하고.


미안했다. 별다른 것을 챙겨주지 못하고 같이 해줄 수 없음에. 그래도 나는 내 일을 해야 해서.. 부지런히


블로그 활성화 미션을 한다.  그리고 부지런히 그림도 그려본다.


아이는 노래도 불렀다가 ,  피아노도 쳤다가   정리된 서랍 안에서 물로 그림 그리는 매트를 발견했다.


‘엄마 나 이거 할래’  


오 좋아! 그거 해!

 

집에서 몇 번의 엄마표 미술놀이를 한 후 나는 이제 집에서 물감놀이는 가능하면 안 시켜준다.


아이들은 그림 그리고 색을 칠하며 즐거워하는 게 아니라 물감의 색을 섞으며 , 색이 까매진 물을 보며 신기해했고,


얼룩덜룩 이 된 붓을 종이에  여기저기를 바르고 칠하고, 물감은 거실여기저기에 튀고 ,


나는 더 이상은 못하겠다.


이제 그만은 외친다.


이건  물감세팅 후 10분 안에 일어나는 상황이다.  


10분간  난장판이 된 후 치우는 건  내가 힘들기도 하고 , 좀 짜증이 인다.


남편이 그래서 찾아낸 게 물로 그리는 물매트.


물로 그리면서 그림이 드러나는데.


이것도 10분 이면 다 칠하지만


아이는 요 매트 위에서 물을 붓고 페파처럼 머디퍼들하면 점핑을 해 댄다 누구보다 행복한 얼굴로.


거실에  물난리 날까 걱정된 나는 ‘이제 그만 ’을 한다.


꼬맹이가  신나게 놀다가 옷을 갈아입고 다시 인형놀이를 한다.


한때는 오감놀이를 해줘야 한다며 온갖 촉감놀이를 할만한 것들을 가져다 놓고 만져보게 했던 나였는데,


아이들이 커감에 이제 나도 변해간다.


힘든 건  이제 힘들다고 내려놓게 되고 , 좋다고 마구 따라가지 않고 생각해 본다.


한번 해보니  육아에 약간의 노하우가 생겼다고나 할까.


인생도 이러면 좋은데 , 인생은 그럴 수 없으니.


그래서 인생  n 회차 이런 거 보면 그렇게 재미있나 보다.


어쨌든 이렇게 놀다 보면 어느덧  유치원생 하원시간.


하원한 아이 데려와서 조금 놀다 보면 저녁밥 먹을 시간이다.


이것저것 하다 보면 잘 시간 되고.


나에게  24시간 말고 하루  26시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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