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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기의 새로운 패러다임: AI 친구와 대화하기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5기 강지민



    지금 글을 읽고 있는 분들께 먼저 질문 하나를 던져보고 싶다. 혹시 ‘일기 쓰는거 중요하지’, ‘일기 써야지’ 등의 생각을 항상 하지만 막상 쓰면 기록하는걸 몇주 이상 지속하는데 실패하시지는 않았는가? 나의 경우는 다이어리를 못해도 3권은 넘게 산 것 같은데 그 중 절반 이상 기록을 남긴 다이어리는 하나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기록을 남기는 것이 어떤 측면에서 중요하며, 사람들은 왜 기록을 지속하는데 실패하는 것일까? 나아가, 그러한 대중의 페인은 어떻게 해소될 수 있을까? 이번 저널에서는 [일기] 시장의 본질과 중요성, 사람들이 가지는 페인포인트에 대한 분석,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솔루션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일기의 본질과 그 중요성


    우선, 기록을 남기고 일기를 작성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가지 측면에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첫째로, 일기를 작성하는 과정에서의 가치이고, 둘째는 일기를 지속적으로 작성한 후, 아카이빙된 일기들을 돌아보며 회고하는 것에서 오는 가치이다. 두 가치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매우 중요한 가치이며 이러한 과정은 매일매일을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다양한 효용들을 제공해줄 수 있다. 첫번째로 일기를 작성하는 과정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우리는 매일 다양한 문제, 갈등, 감정적 어려움을 마주하게 된다. 이때 일기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하루를 정리함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을 갖출 수 있고 그러한 과정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며 스트레스가 해소될 수 있다. 또한, 일기를 적는 행위는 자아성찰 및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일기가 쌓이고 그것을 다시 돌아보는 과정에서 본인들의 행동을 성찰할 수 있으며, 이를 계기로 본인의 약점 및 강점을 파악할 수도 있으며, 개선할 지점이나 목표를 설정하여 성장 과정을 추적해볼 수도 있다. 이는 스스로의 삶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자신감 및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이 외에도 일기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하루를 전반적으로 되돌아보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는 기억력 및 창의성 증진에 도움이 되고, 하루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해당 경험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깊이 있게 검토해보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은 본인의 생각을 명확히 하는 연습을 하는데 매우 적합하며 이러한 경험이 쌓이다 보면 대인관계 및 소통능력이 개선되기도 한다. 요약하자면, 일기를 작성하는 것은 일기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함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통제감,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며 아카이빙된 일기를 회고하는 과정에서 자아성찰 및 자기계발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일기의 중요성은 정보화 시대 이후 정보를 접하는 창구가 다양해지고 접하는 정보의 양 자체가 방대해지면서 보다 커지고 있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수많은 정보와 수많은 자극을 접하며 그러한 자극속에서 중심을 잃고 정신적인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실제로, 2021년 국내에서 정신질환을 진단 받고 치료 받은 사람은 2014년 대비 50% 가량 증가했다는 통계가 존재하기도 하는 등, 정보화 시대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 악화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막상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들은 일기를 적는 사람은 없거나 있더라도 극히 소수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일기 작성 관련 실태 및 대체재의 문제점


    그렇다면 사람들은 일기를 얼마나 적을까? 또, 안적는 사람들은 왜 안적을까? 일기를 적는 대신 다른 대체재를 활용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활용하며, 과연 그것이 사람들에게 일기가 가지는 가치를 충분히 대체하고 있을까? 나는 위와 같은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생겼고 다양한 인터뷰(총 42명)를 거치며 각각의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정리해봤다. 인터뷰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전반적인 특징은 매일매일 일기를 적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라는 점이다. (42명 중 4명) 또한, 일기를 매일매일 적지 않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일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초등학생 이후, 일기 작성을 시도해보기도 하는 등, 실제로 행동을 취해보기도 했다고 응답했다. (38명 중 30명) 이렇듯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 중 현재 일기를 잘 쓰고 있지 못하는 사람들이 일기를 안적게(혹은 주기적이지 못하게) 되는 이유는 귀찮음, 지루함이라는 요소가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일기를 쓰는 과정이 생각보다 귀찮고 지루하며 제대로 작성하려면 시간적인 소요가 크게 된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주로 호소했다.


    이러한 사람들 중에는 [일기]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매일매일의 기록을 남기고자 노력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이어리를 활용하여 매일의 경험에서 오는 인상들을 짧게 기록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인스타 스토리를 통해 매일의 경험을 사진으로 나마 간략하게 기록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도 했다. 이 외에도 네이버 블로그를 활용해 3-4일에 한번씩 기록하고 싶은 유의미한 사건(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약속 등)이 있을 때만 짧게 그것을 기록하여 포스팅하는 형태로 기억을 남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대체재들은 일기의 본질을 굉장히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 일기의 본질은 하루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하루를 되돌아보며 스스로 성찰하는 시간을 갖고, 그러한 과정이 축적된 산출물을 회고하며 스스로를 다시 한번 회고하고 성장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다이어리에 남겨지는 사건 경험 당시의 짧은 인사이트 몇줄, 인스타 스토리를 통해 기록되는 사진 한장, 블로그에 남겨지는 도파민 넘치는 사건들에 대한 기록들은 이러한 본질을 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외에도 일기 작성을 위한 앱을 활용하여 매일매일 기록을 남기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to-do list 앱에서 제공하는 메모 기능을 활용해 그날그날의 사건에 대한 기록과 그것을 종합하여 일기 형태로 정리하는 사람들도 소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람들이 앞서 언급했던 42명 중 4명의 극소수에 해당하는 매일매일 일기를 작성하는 사람들이었으며 이들 역시 이후 보다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페인포인트가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체적인 [일기 작성]에서의 페인 포인트 분석

       

    그렇다면 사람들은 일기와 관련하여 어떤 페인 포인트들을 가지고 있을까? 사람들의 페인을 보다 세밀하게 분석해보기 위해 나는 사람들이 일기를 작성하는 저니를 다음과 같이 나눠 분석해봤다.

이렇게 나눠서 사람들의 페인들을 정리해본 결과 [A->B], [B->C]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D 단계를 어렵게 만들었으며 이는 결국 사람들이 중요한 경험인 [회고]를 겪지 못하는 것으로 이어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일기를 매일매일 쓰고 있는 4명에 있어서도 D->E 단계로 넘어가는 것에서 허들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 과정의 페인을 보다 자세히 설명해보고 이러한 페인을 기반으로 내가 고안한 솔루션, 현재 개발된 최소한의 MVP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짓도록 하겠다. 우선 A->B 과정에서 사람들의 페인은 명확했다.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다소 반복적이며 색다른 경험이 많지 않기에 무슨 내용을 일기에 담아야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에서의 어려움을 느꼈다. 실제로 일기를 써볼까?라는 생각이 들어도 무엇을 쓸지부터 막막해지니 결국 일기를 안써버릇 하게 되고 이는 결국 지속적 일기 작성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웠던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매일 하는 경험이 미묘하게 나마 차이가 있으며 그러한 차이에서 오는 즐거움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들에게 꼬리질문을 이어나가며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사소한 요소들(매일매일의 사소하지만 재밌는 감정선, 다른 날과의 달랐던 미묘한 경험 등)을 글에 풀어내는 과정이 다소 막막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는 공통적인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일기를 쓰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보다 면밀히 파악해보기 위해 블로그, 일기앱 등을 활용해 기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일기를 작성을 하고는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B->C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때 나는 [사람들은 하루하루의 경험에서 오는 미묘한 생각들과 감정들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라는 가설을 설정하고 그것을 검증하고자 하였다. 실제로 인터뷰 결과, 일기를 작성할 때 가장 시간이 오래 드는 요소로 [하루동안 했던 생각과 느꼈던 감정을 글로 풀어내는 과정]과 연관된 요소를 꼽은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불편 사항들(일기 플랫폼의 불편함, 시간적 제약 등)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A->B, B->C 과정에서 사람들은 어려움들을 많이 느끼며 이에 일기를 쓰는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도 매일매일 꾸준히 기록을 남기는 것으로 이어지지 못하며 결국 최종적으로 E 즉, 회고의 가치를 경험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인터뷰 과정에서 D->E의 과정에서 일기를 매일매일 쓴다고 응답했던 4인 모두 나름대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어쨌든 일기라는 기록물이 있으니까 과거의 행동을 회상하며 본인의 성장을 체감하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회고를 하는 중이기는 하지만, 회고 과정에서 본인이 적었던 글들을 굉장히 많이 읽어야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그 과정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응답도 하였지만, 좀 더 키워드 중심으로 잘 정리된 아카이브가 있다면 분명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일기의 본질이 잘 활용되기 위해선 A~E 까지의 전과정이 잘 수행돼야 하지만 현재 실태는 A~C도 잘 안이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기존의 서비스들은 D->E의 과정도 잘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고객의 페인 포인트 분석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들의 페인을 해결하고 일기의 가치를 전달하는 솔루션


    이러한 페인들을 확인한 후, 어떤 솔루션을 제시하면 이들의 페인이 해소함과 동시에 일기가 가지는 본질적인 의미가 손상되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을 하던 중, 해답이 잘 나오지 않아서 다른 시장에서의 혁신 사례들을 검토해봤다. 일기처럼 모두가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막상 잘 하지는 않는 그러한 요소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보니 독서라는 분야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책을 읽는 것의 효용에 공감하고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만 막상 꾸준히 책을 읽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러한 책 시장에서는 사람들의 독서를 증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혁신들이 이뤄져왔다. 이동 중에도 간편하게 볼 수 있도록 ebook이 만들어졌으며, 편하게 책 내용을 습득할 수 있도록 오디오북이 개발되기도 했다. 위 두가지 변화의 공통점은 [기존의 방식을 변화시킨다.]라는 것에 있다고 생각했다. 일기를 기록하는 방식도 이렇듯 그저 글을 쓰는 방식에 국한되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하루를 회상하는 가치와 나중에 아카이브를 회고하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이에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나의 생각들을 정리해왔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들의 생각을 정리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스스로를 인터뷰하기도 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추가적인 인터뷰를 진행해봤다. 개인이 생각을 정리하는 방식에는 정말 다양한 방식들이 있었지만 가장 뇌리에 박혔던 지점은 [대화를 통해 개인의 생각을 정리해나가는 패턴]이었다.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고민 상담을 받는 등,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개인들의 감정을 표현하고 생각을 정리한다]라는 지점을 언급한 인터뷰이들이 매우 많았고 나 스스로도 그러한 점이 매우 공감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글을 쓰는 과정에서 보다 말을 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감정이 보다 자유롭게 표출된다는 연구들은 이러한 인사이트를 뒷받침 해준다. 뿐 만 아니라, 친구와의 대화에선 개인들의 감정을 보다 가감없이 드러낸다는 패턴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친구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고 재미 자체가 전화의 목적성이 되기도 한다. 이에, [내 얘기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와 대화를 하며 내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모든 사람들이 매일 겪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대화 과정에서 제시된 개인의 경험과 인상, 감정들이 일기로써 정리되고 아카이빙 될 수 있다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개인이 느낀 하루에서의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냄과 동시에 지루했던 일기 작성 과정이 재밌는 친구와의 수다시간으로 전환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기반으로 현재 MVP를 제작하여 광고를 진행해 최초의 유저들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에 있으며 앞으로도 우리의 서비스를 보다 고도화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현재의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현재 나는 내 문제의식과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에 공감하는 팀원 두명을 구하여 함께 우리가 느끼는 문제 의식인 [일기의 가치가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친구와 대화하는 UI를 통해 일기가 정리되고 그것을 친구와의 추가적인 대화 과정에서 함께 보완해나가는 기능이 구현됐으며 나아가 어떤 아카이빙 기능들을 추가하면 사람들이 [회고]라는 가치를 보다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지를 고민 중에 있다. 누군가는 “일기는 너네가 뭘 얼마나 편하게 만들어주던 안쓸 사람은 안써”라며 다소 마음 아픈 소리를 던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다양한 창구를 활용해 광고를 진행해 시장에서의 유의미한 니즈를 파악하는데 성공했으며 실제로 몇몇의 초기 유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서비스를 활용해 일기를 기록하고 있다. 초기 유저와 소통하며 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많은 시도를 할 것이며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PMF를 찾아갈 것이다. 우리의 서비스가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에게 [일기]의 가치를 전달하고 그들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짓도록 하겠다.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강지민

gangj2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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