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6기 최윤영
대한민국 대표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작은 패션 정보 교류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급성장한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이 글에서는 무신사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과 함께 미래의 패션 업계 변화에 대해 탐구하고, 무신사가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2001년, 국내외 패션 정보를 교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시작한 무신사는, 고객에게 최상의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입점 브랜드의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비전을 바탕으로 2009년 '무신사 스토어'를 론칭했다. 이후 무신사는 매년 평균 52.2%의 꾸준한 매출 성장을 이어갔으며, 2023년에는 연간 거래액 4조 원을 돌파했다. 또한, 무신사는 3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기록하며 국내 패션 플랫폼 중 가장 높은 기업 가치를 자랑하게 되었다. 이는 불과 1년 만에 1조 원 이상의 이례적인 성장으로로 이루어진 결과였다. 이와 같은 매서운운 성장은 무신사를 패션 업계 최초의 유니콘 기업으로 만들었다다. 아래 그래프는 무신사의 성장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무신사의 이러한 놀라운 성장의 요인은 크게 차별적인 브랜딩 전략, 사업 다각화를 통한 고객 다양화, 신생 브랜드와의 동반 성장 이렇게 세가지로 꼽을 수 있다.
우선, 무신사는 타 패션 플랫폼들과 다른 브랜딩 전략을 세웠다. 초기의 무신사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먼저 독특한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였고 이를 위해 무신사의 리포터가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옷 잘 입는 사람의 사진을 찍어 올리는 서비스인 ‘스트릿 스냅’을 선보였다. 또, 전문 패션 에디터를 영입하며 패션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 ‘무신사 매거진’ 창간하였다. 스트릿 스냅과 무신사 매거진은 시기별 패션 트렌드를 잘 보여주며 옷을 잘 입고 싶어하는는 사람들에게 참고서로써의 역할을 해줬다. 이는 사람들에게 무신사에 꾸준히 들어와야하는 이유를 만들어주며 무신사의 팬덤을 강화할 수 있게 해주는 발판이 되어주었다. 이 덕분에 무신사는 타 회사들과는 다르게 적은 마케팅 비용을 들이고 발 빠르게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둘째,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의 성공이 곧 무신사의 성공이다’라는 기조 아래 무신사 스토어를 론칭한만큼, 신생 브랜드들의 상품 운영, 생산, 마케팅 등의 면을 지원해주며 이들과의 동반성장을 이뤄냈다. 이는 몇몇 유명한 브랜드들보다 각자 다른 취향을 반영해주는 작은 브랜드들이 소비자들에게 주목받는 현재 패션 시장의 트렌드를 잘 파악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무신사와 입점 브랜드들은 공진화(상호작용을 통해 공생 능력을 강화하는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무신사가 패션에 특화된 Vertical Platform으로서 입지를 다지며 패션 플랫폼으로써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입점 브랜드의 성공 사례 예시는 1년 만에 거래액을 12배 성장시킨 여성 패션 브랜드 ‘글로니’가 있으며 이 외에도 다양한 성공 사례들이 존재한다. 수수료 매출이 무신사의 매출액 중 42.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입점 브랜드들의 성장장은 무신사의 기업가치를 늘리는 것에 크게 기여한다. 이 뿐만 아니라 이러한 무신사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은 브랜드들과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게 해준다. 실제로 무신사의 입점 브랜드들에게 비즈니스 관계를 지속할 의향에 대해 묻는 조사에서 5점 만점에 평균 4.04점이 결과로 나왔으며 대부분의 브랜드가 무신사와 협업을 지속하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신사가 안정적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꾸준히 성장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셋째, 앞서 언급한 초기 성장 요인과 더불어 무신사는 다양한 사업 다각화 전략을 통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며 다양한 고객 확보에 나섰다. 초기의 무신사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중심이었는데, 스트리트 패션이 전통적으로 남성 소비자들에게 더 인기가 있었던만큼 무신사는 남성 패션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따라서 무신사는 2019년까지 활성 사용자 기준 성별 비율이 남성 70%, 여성 30%였다. 하지만 여성 패션 시장이 전체 패션 시장의 70%인만큼 여성 고객 확보가 중요하기에 무신사는 여성 패션 플랫폼인 29cm와 스타일쉐어를 인수하게 되었고 이러한 노력을 통해 현재는 무신사의 남녀 회원 비율인 여성 55%, 남성 45%를 이뤄낼 수 있었다. 실제로 무신사의 최근 3년간의 결제 금액이 남성은 286억원에서 635억원으로 증가한 반면 여성은 196억원에서 1020억원으로 증가한 것을 보면 이러한 전략이 무신사의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볼 수 있다. 또, 무신사는 뷰티, 아울렛, 스니커, 플레이어, 부티크, 키즈와 같이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한 전문관 서비스를 론칭하였는데 이는 지난 4분기 기준 거래액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를 통해 무신사는 고객 저변을 확대하며 매출 및 거래액의 꾸준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다.
우선, 무신사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며 꾸준한 매출 증가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2022년부터 급격히 하락한 영업이익과 2023년에 마주한 적자라는 문제가 존재한다.
무신사가 적자를 기록한 주요 원인은 신사업 확장 과정에서 일부 사업이 큰 손실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먼저, 10~20대 여성을 타겟으로 한 패션 중심 소셜 미디어 플랫폼 스타일쉐어는 무신사에 214억 원의 손실을 안겼다.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때문에 스타일쉐어는 2022년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러한 부진은 경쟁 패션 플랫폼의 성장과 스타일쉐어의 차별화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다른 적자 요인은 자회사 SLDT의 한정판 거래 플랫폼 솔드아웃이다. 솔드아웃은 서비스 시작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경쟁사인 KREAM에 비해 시장에서 밀리고 있다. 솔드아웃은 가품 논란으로 신뢰를 잃었고 가격 경쟁력과 배송 속도 면에서도 뒤처졌다. 그 결과 현제 KREAM은 일일 사용자 수에서 솔드아웃보다 15배, 거래 건수에서 10배 이상 앞서고 있다. 게다가 솔드아웃은 2022년까지 수수료 무료 정책을 유지해 수익 구조에도 문제가 있었다. 2022년 솔드아웃은 무신사 당기순손실의 76%를 차지하는 427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2023년에도 281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수수료 인상과 포인트 정책 개선으로 적자 폭은 줄었지만, 선두 기업인 KREAM과 비교해 솔드아웃의 수수료가 충분히 낮지 않다면, 사람들이 굳이 규모가 더 작은 솔드아웃을 선택할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수익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무신사는 물류 자회사 ‘무신사로지스틱스’에 282억원의 투자를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3년째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또한 무신사의 적자에 기여하고 있다.
무신사의 또다른 문제는 치열해지는 국내의 패션 이커머스 경쟁 속에서 지금과 같은 빠른 성장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지그재그를, 신세계는 W Concept를 인수하며 패션 플랫폼 시장에 적극 진출했고, 에이블리는 20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앞두고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특히 카카오는 신사업 일부를 중단하며 지그재그의 신규 고객 유입에 집중하는 등 성장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의 온라인 패션·의류 매출은 전년 대비 17.8% 감소했으며, 삼정 KPMG 보고서는 코로나 이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축소되는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무신사가 현재와 같은 성장율을 유지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신사가 10년 뒤까지도 생존하려면 어떤 전략을 취해야할까?
무신사가 10년 뒤에도 대한민국의 대표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려면 해외 시장 확장과 입점 브랜드 지원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먼저, 해외 시장에서 입지 강화가 중요하다. 한국 브랜드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면서 역직구 금액(외국의 소비자가 전자상거래를 통해 한국 상품을 직접 구매하며 발생하는 수출 금액)이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의 온라인쇼핑동향조사에 따르면 국내 역직구 금액 규모는 2014년 7000억 원에서 지난해 1조 7000억 원으로 증가하였다. 의류 및 패션 품목의 역직구 금액도 성장세를 보였으나, 2022년부터는 중국 내 이커머스 플랫폼의 증가로 인해 주춤한 상황이다. 그러나 상품 안정성, 환경오염, 노동 착취 등에 대한 우려로 주요 국가에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역직구 금액이 다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신사는 해외 시장에 더욱 많은 리소스를 투입해 성장 속도를 높여야 한다. 3분기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의 누적 회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며 해외 진출 가능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만으로 무신사가 해외 사업 확장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업계 관계자 역시 “현재 무신사는 이제 발걸음을 뗀 수준이며, 글로벌 진출을 이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무신사의 본격적인 글로벌 확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먼저, 무신사는 해외 사업 확장의 우선순위로 일본에서의 오프라인 매장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 일본은 한국 패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라쿠텐 라쿠마의 설문조사에서 "한국 패션을 가장 참고한다"고 답한 비율이 10~40대 여성과 60대 이상의 여성에게 모두 1위를 차지했고, 특히 10대의 경우 75.9%가 한국 패션을 참고한다고 답하며, 일본 내 한국 패션의 인기가 뚜렷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일본 소비자들은 직접 체험하며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패션 산업 특성상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이 크고 시장성이 있다. 일본의 2023년 NEO MARKETING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내 패션 쇼핑 장소로 '오프라인 매장만'을 이용했다고 답한 사람이 40%를 넘었을 만큼, 일본 내 오프라인 매장의 수요가 높다. 현재 일본과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신사는 일본에서의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현재 무신사 재팬의 경쟁자로는 에이블리의 일본 패션 플랫폼 '아무드'와 일본 MZ세대를 겨냥한 플랫폼 '메디쿼터스'가 있으며, 이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아무드는 무신사와 유사하게 국내 셀러의 해외 진출을 돕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아직 오프라인 매장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 점은 무신사가 선점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일본 내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면 고정비 지출이 증가하기 때문에 현재 무신사가 갖고 있는 리소스를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신사는 적자가 심한 '솔드아웃'의 영업 종료와 함께 여행, 티켓, 상품권 등과 같은 Horizontal Platform 사업을 줄이고, 해외 영업 확장에 집중해야 한다. 이렇게 했을 경우 무신사는 효과적인 리소스 분배와 더불어 무신사의 강점인 패션에 특화된 Vertical Platform이라는 독보적인 정체성 유지 또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무신사 내부에서도 Horizontal Platform으로의 확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음을 확인했다. 무신사 관계자에 따르면, 한 직원이 타운홀 미팅에서 "무신사의 차별점이 약화되고 있는 것 같다"는 질문을 던졌다고 하는데, 이는 내부적으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무신사는 해외 사업 확장에 자원을 집중하여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해외 진출과 더불어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의 성장을 돕기 위해 AI 패션 모델을 도입해야한다. 현재 리바이스, 나이키 등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앞다퉈 AI 패션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AI 의류 모델 도입은 소비자들에게 쇼핑 경험을 개선해주고 다양한 특성을 가진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브랜드들에게는 실제 사람 모델과 사진 작업을 하는 것과 비교해 90% 이상의 시간과 비용을 단축 시킬 수 있다. 특히 작은 브랜드들의 경우 실제 사람을 모델로 사용하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모든 제품에 대한 모델컷을 제공해줄 수 없다. 무신사가 AI 패션 모델을 이용용해 입점 브랜드의 마케팅을 도운다면 입점 되어있는 신생 브랜드들의 비용을 효과적이게 감축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또, 모델 컷의 유무에 따라 매출 차이가 평균 30%에서 최대 2배까지 나간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는 브랜드와 무신사가 추구하고 있는 동반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리하자면, 무신사는 현재의 적자 상황과 국내 패션 플랫폼 간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두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일본에서 발빠른 오프라인 매장 확대를 시작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는 것, 둘째, AI 패션 모델을 도입해 입점 브랜드에 한 층 더 업그레이드 된 마케팅 지원을 제공하며 더욱 효과적인 동반 성장을 이루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무신사가 1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명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 기대와 함께 글을 마친다.
연세대 계량위험관리학과 최윤영
yunyoung.choi@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