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6기 이동원
한국 농업이 위기에 처했다. 상추 가격 2.5배 상승, “금사과”, 한국의 모든 농식품의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고령화, 기술 정체, 비효율적인 생산 구조에 더해 기후 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이 겹치며, 한국 농업은 이제 생존 전략을 새로 세워야 하는 시점이다.
한국 농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과 기업 전략을 취해야 할지 네덜란드의 성공적인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얼마전에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과일 중 하나인 사과 가격이 5천원으로 올랐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한국 농업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적신호다. 고령화, 기술 개발, 생산 과정 등 한국 농업의 전 과정에 걸쳐 이미 한국 농업에는 빨간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농업은 전통적으로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그러나 한국은 심각한 고령화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 출산율 감소로 인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농업 종사자의 평균 연령이 67.2세, 65세 이상 농가 비율은 46.8%로 전국 평균 고령 인구 비율 17%를 훨씬 웃돈다. 40세 미만 농업 종사자는 0.8%로 청년의 유입도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세대의 유입이 정체되면서 농업의 지속 가능성은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있다. 좁고 제한적인 땅에서 고령화 된 인구가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 개발 현황은 어떨까? 품종과 종자는 농업의 시작 단계이며 엄청난 연구 역량이 요구된다. 사과 품종 연구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코넬 대학 보이스톰슨 연구소는 매년 기후 변화와 새로운 질병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사과 품종을 선보인다. 그에 반해 한국의 품종 연구를 이끌고 있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1992년에서 2010년으로 넘어오는 18년이라는 기간 사이 단 하나의 품종을 만들어냈다. 즉, 국가가 이끌고 있는 현재의 연구 역량은 부족하고 민간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현재 한국의 기술 개발 역량이 민간 부문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생산 과정은 어떨까? 고령화된 인구가 제한적인 농지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결국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기계를 구입하는 것이다. 한국의 농업 현상을 바라보게 되면 지속적으로 투입 노동력은 감소하고 있는 방면 고정 비용, 즉 트랙터와 같은 기계의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 따라서, 고정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청년들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더욱 고령화된 인구만이 상승된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악순환의 과정에 빠져있다.
농업진흥청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과수원의 바이러스 감염율은 97.3%다. 100개의 사과 나무가 있으면 97개가 병에 걸려있는 것이다. 병에 강한 저항을 띄고 있는 무병묘는 생산량을 10%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한국 정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병에 강한 무병묘 유통 목표를 60%로 설정했다. 지금 정부의 무병묘 유통 비율은 1%대에 머무르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비효율적인 생산 인구, 답답한 연구 역량, 효율적이지 않은 생산 과정. 한국 농업의 현주소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높아진 식량 가격, 높아진 물가를 체감하는 서민이 입고 있다.
10년 전 대비 지구 온도는 0.26% 상승하며 전문가들이 한계지점으로 제안한 1.5도 상승까지 0.07도를 남겨두고 있다.
기후 변화는 농업에 특히 큰 영향을 끼친다. 농업에서는 품질 변화, 재배적지 이동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적인 재배지 이동), 병해충 발생 등 기후 변화로 인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이미 2024년에는 역대급 기후 변화로 인해 생산량이 30%가량 감소해 물가 폭등 사태를 불러왔다.
한국 농업은 기후 변화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병해충은 작물을 바이러스로 인해 병들게 만들어 생산량에 큰 감소를 불러온다. 병해충 발생에 저항이 가능한 무병묘 보급률이 1%에 머물러있다는 점을 기억할 것이다. 병해충에 대비 수준은 1%로 인식하면 된다.
독자는 현재 한국 사과가 어디에서 생산되는지 알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청송 사과, 상주 사과가 유명하다. 즉, 따뜻한 한국 남부, 경상북도에서 생산되고 있다. 현재는 우리나라 사과 재배지가 강원도, 충청북도로 점점 북상하고 있다. 농업진흥원에 따르면 2050년에는 강원도 고랭지 사과만이 재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은 결국 북한이라는 지리적인 한계점에 막혀 재배지를 계속해서 북상시킬 수 없을 것이다. 사과의 예시를 들었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결국 우리나라 농업은 대응하지 않으면 소멸할 것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을 마주할 수도 있다. 재배적지 이동, 병해충 발생 등 우리나라는 미래에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독자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값싸게 수입해서 먹으면 되지 않나?” 그렇지 않다.
세계정세와 농업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아보자.
오프쇼어링 현상이란 특정 국가의 기업이 다양한 이유로 생산 및 업무를 해외로 이전하여 이점을 얻기 위한 전략을 뜻한다. 1960년대는 주로 비용 절감을 하기 위해 더 낮은 임금의 지역으로 제조 시설을 이전하여 생산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자유 무역으로 제조 시설을 옮기더라도 생산 비용이 결국에는 낮아졌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2010년 중반부터는 다른 목적으로 오프쇼어링 현상이 나타났다. 대표적으로는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임금이 높아지고 있어 시설 확장 매력이 떨어지는 중국에서도 한국의 대표적인 LG 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원재료 수급과 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 공장 확장을 결정한 점을 볼 수 있다.
리쇼어링 현상은 오프쇼어링 현상에서 해외로 나갔던 제조와 서비스를 자국의 영토 내로 되돌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가 발생하며 세계 경제가 흔들렸다. 금융위기와 경제위기 이후 각국은 제조업이 튼튼해야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도 고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 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또한, 중국과 개발도상국에 다양한 선진국의 기업들이 제조 시설을 만들었지만 중국과 개발도상국의 평균 임금 수준도 높아지며 생산 비용이 낮아진다는 이점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리쇼어링 현상은 심화되고 있었다.
리쇼어링 현상은 농업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세계적인 기후 변화와 팬데믹, 지정학적 갈등 등으로 인해 각국의 식량 자급률이 국가 식량량안보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로 보게 되더라도 우크라이나에 대부분의 밀 생산을 의존하고 있던 전세계가 전쟁으로 인해 밀가루 가격이 급상승 했다.
현재 한국 농업은 심각한 고령화와 기술 개발의 정체, 비효율적인 생산 구조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사과, 배, 고추 등 주요 농산물의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생산성 저하는 고스란히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리쇼어링을 통해 국내 농업의 자립 기반을 강화하고, 식량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
최근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농업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 주요 농산물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리스크와 식량 안보 위기 상황에 더욱 취약하다. 예를 들어,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2020년 기준 45.8%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형태인 것이다. 각 나라들이 자국 내로 농업 제조 시설들을 불러들이게 되고 해외 공급망이 약화된다면, 우리나라는 고스란히 소비자 물가 상승과 공급 부족 현상에 시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리쇼어링의 흐름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해 한국 내 농업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생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이 참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농업 선진국 네덜란드가 있다. 네덜란드는 국토 면적이 한국보다 월등히 작고 (한국의 41.4% 해당하는 면적) 이는 심지어 해수면보다 낮은 지역이 많아 간척지로 구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는 세계 2위의 농산물 수출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비결은 바로 첨단 농업 기술과 지속 가능한 농업 모델에 있다.
네덜란드는 최첨단 스마트 온실을 통해 기후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온실 내부의 온도, 습도, 빛의 세기를 자동으로 조절하여 최적의 생육 환경을 조성한다. 이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작물의 생장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또한, 실내에서 최적의 상태를 제공할 수 있어서 기후 변화에 대해서 가장 효율적인 대응책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한국 농업 역시 다양한 인공지능과 사물터넷 기반을 활용해 스마트 농업 기술을 도입해 고령화 문제와 생산성 저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네덜란드 Wageningen 대학은 전 세계 농업 혁신의 중심지로, 기후 변화와 질병에 강한 새로운 품종 개발을 이끌고 있다. 이런 대학을 중심으로 네덜란드 정부는 Wageningen 대학 주위로 농업 밸리(Valley)를 조성하고 인공지능 전문가 등 다양한 인재들과 농업 전문가들의 교류를 활성화 시키고 있다.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첨단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하며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민간 주도의 기술 개발을 확대하고,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농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네덜란드는 노동력을 절감하기 위해 농업 분야에 로봇과 자동화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위 사진을 보면 인간의 손과 유사한 형식의 로봇으로 자동으로 모종을 생산해내는 단계까지 네덜란드의 농업이 자동화와 로봇화 되었다. 이는 인건비가 높은 환경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국 또한 평균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농업 인구가 고령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화 기술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농업이 리쇼어링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네덜란드와 같은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략적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의 스마트 농업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이 핵심이다. 앞서 언급했던 기후 변화 대응과 리쇼어링 현상 대비에는 스마트 농업 기술의 확대가 가장 시급하고 절실하기 때문이다.
스마트 농업 기술의 여러가지가 존재하지만 한국 농업을 위한 핵심 기술은 미래에는 필수 생산 기술인 조직 배양 기술이다.
스마트 농업 기술의 근간이라고 볼 수 있는 조직 배양 기술은 높은 품질의 특정 식물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이다. 원예 산업에서는 (꽃과 같은 식물) 변종에 의해 새로운 품종이 만들어지는 방면에 그 외 식물들은 연구 개발이 완료된 품종을 병에 걸리지 않은 상태로 (무병묘) 대량 생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연구 역량이 현 시점에서 부족한 관계로 외국의 우수한 품질의 품종을 시급하게 라이센스 비용 을 지불하더라도 도입해서 조직 배양을 통해 대량 생산 후 농가들에게 배급해야 한다. 조직 배양을 통해 우수한 품종을 농가들에 우선 보급하고 미래의 새로운 기술 도입을 위한 생산 기반을 만들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욱 장기적으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연계, 무병묘 보급률 확대, 자동화 및 로봇화, 농업 연구 역량 강화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기술 역량을 보유한 대기업들이 존재한다. AI 기술의 SK, 제조업과 연구 역량이 우수한 삼성, 로봇과 제조 기술의 현대 자동차 등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대기업들이 하지만 농업에 직접 진출하지 못하도록 막는 법이 존재하는 만큼, 이러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의 기술을 지원하거나 연계 사업을 진행해 농업에 필요한 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기업들은 기존 보유하고 있던 기술들이나 필요한 기술을 새로운 시장인 농업에 도입할 수 있을 것이고, 스타트업은 필요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의 Wageningen 대학과 같이 뛰어난 청년 인재들이 농업 분야를 선택할 수 있고 다양한 분야의 인재와 교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많은 정책 지원을 실행해야 할 것이다. 현재는 한국에서 한국농수산대학이 그러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기존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위주로 입학을 하다 보니 뛰어난 인재를 모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뛰어난 인재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입학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타 대학과 교류를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농수산대학과 농업 관련한 연구 기관들 또한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많은 예산을 투자해 민간 연구 중심으로 이끌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필수 인재 양성과 적극적인 예산 투자가 필수적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무병묘 보급을 국가적 과제로 설정하고 한국의 핵심 작물들에 있어 무병묘 보급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무병묘의 보급은 현재까지 예산 부족으로 인해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제는 많은 예산을 배정해 적극적으로 무병묘 보급을 늘려야 한다.
기후 변화와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는 농업을 단순한 산업이 아닌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로 부각시키고 있다. 한국 농업은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네덜란드의 성공 사례는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혁신 없는 농업에는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농업, 스마트 농업을 통해 한국 농업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연세대 언더우드국제학부 경제학과 이동원
dongwonee19@yonsei.ac.kr